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84112


1조원이 이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관객앞에 선 '삽질' 주연 배우 김종술 시민기자

심규상(djsim) 19.11.05 15:48최종업데이트19.11.05 15:55 


 4일, 대전에서 열린 영화 <삽질> 시사회장 스크린 앞에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가 관객들과 마주 섰다.

▲4일, 대전에서 열린 영화 <삽질> 시사회장 스크린 앞에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가 관객들과 마주 섰다.ⓒ 심규상


"처음엔 (4대 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장 취재만 가면 직원들이 쌍욕을 하고 공구를 집어 던지며 협박을 하더군요. 무엇을 감추는 걸까 궁금해 졌죠."


22조가 들어간 4대 강 사업의 시작과 끝을 파헤친 영화 <삽질>의 주연 배우를 꼽자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그들이 감춘 것

 

 영화<삽질> 포스터

▲영화<삽질> 포스터ⓒ 엣나인필름


<삽질>은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4대 강 사업 취재에 뛰어든 소회로 시작된다.


김 기자는 금강이 키운 기자다. 글쓰기를 배운 적 없는 그는 금강 사업 현장을 전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일과는 금강을 누비며 삽질 현장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공사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갖은 욕설과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이 돌아왔다.


굴하지 않았다. 삽질 속에 가려진 모습을 전했다. 사라진 모래톱과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 창궐, 4대 강 공사 영향으로 붕괴한 공산성, 녹조라떼, 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큰빗이끼벌레를 처음 접하고는 먹어 보기까지 했다. 온몸이 가렵고 붉은 반점이 오르고, 머리가 깨지는 두통 증세를 기록해 기사로 전했다.


그중 김 기자의 마음을 가장 아프기 한 건 물고기 떼죽음이다.


"물고기가 떼로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0일 동안 금강 현장에서 매일 마대 자루에 담긴 죽은 물고기 보고 만졌습니다. 수를 헤아렸습니다. 내 손을 거쳐 간 물고기가 60만 마리였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죽은 물고기가 5만4000마리라고 허위발표했죠." (영화 <삽질>에서)


그가 쓰는 대부분의 기사가 특종이었다. <삽질>을 보면 그 이유가 들어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4대 강 사업 홍보에 앞장섰다. 이명박 청와대는 '지방언론을 상시 모니터하고 지역 중심으로 홍보하라'는 홍보지침까지 내렸다. 공사 현장이 있는 군 단위까지 언론 홍보비를 뿌렸다. <삽질>은 충청권 언론사에 살포된 언론 홍보비 문건과 해당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예로 들며 자본의 '토목 광고'에 침묵하거나 동조한 언론을 고발한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줬다면 엉터리 '삽질'이 가능했을까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4대 강 사업의 공범자입니다."(영화 <삽질>에서)


영화는 시종 궁금증과 흥미를 던져준다. 4대 강 사업을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하며 앞장서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환경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특임장관, 청와대 행정관 등 삽질의 주역 등을 만나는 대목이다.


촬영팀은 '지금도 4대 강 사업을 잘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하나같이 '할 얘기가 없다'라거나, 카메라를 가리거나, 숨거나, 도망하기 바쁘다.


전문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대학 강단에서 지식을 팔고 있는 이들은 '부역자'라는 지적에도 의견 대신 얼굴을 가리거나 카메라를 피해 달아나는 응답 방식을 택했다. 궁금증과 흥미로 지켜보던 관객들의 심경이 결국 분노로 바뀔 수밖에 없는 연유다.

 

 4일, 대전에서 열린 영하 <삽질> 시사회 직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4일, 대전에서 열린 영하 <삽질> 시사회 직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심규상


김 기자는 <삽질>에서 촬영팀을 피해 달아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4대 강 사업으로 행복하십니까!"


이어 <삽질>은 자막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소됐지만 4대 강 사업과 관련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소개한다.


<삽질>은 김 기자의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수문이 열렸습니다"는 소감으로 끝난다. 마지막 영상은 금강에 등장한 모래톱이다. 보이지 않는 강바닥의 진실을 파헤친 끈기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낸 자연의 모습에서나마 희망을 갖게 하고 픈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진다.


4일, 대전에서 열린 시사회장 스크린 앞에 김 기자가 관객들과 마주 섰다.


"삽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1조 원이 4대 강 유지관리비로 물속에 잠기고 있습니다. 삽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4대 강 사업이 온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극임을 파헤친 영화 <삽질>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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