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김여진…개념 연예인 19명의 ‘속 깊은’ 이야기 - 한겨레

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17454.html 

공효진·김여진…개념 연예인 19명의 ‘속 깊은’ 이야기

등록 : 2012.02.03 20:33수정 : 2012.02.03 23:12

소셜테이너/장윤선 지음/오마이북·1만5000원

구글 영어사전을 백날 뒤져봐라, 나오나. 이 합성어 ‘소셜테이너’, 한국적 풍토가 만들어낸, 어찌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콩글리시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사회참여 연예인’쯤 되는 말인데, 가수 윤도현 말마따나 “사회적 활동 안 하는 연예인이 어디 있냐”. 정규 교육과정 내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웠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연예인들은 전부 외계 생명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아니라면 동어 반복도 이런 동어 반복이 없다.

그런데도 소셜테이너다.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하지 못할까봐 눈치봐야”(배우 맹봉학)하는 치사한 이 나라 풍토에 맞춤한 이 합성어는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라는 파생 법안을 만들어내며, “정말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던 한 사람(김미화)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퇴출시켰다. 따져 봐도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옆집 아줌마, 아저씨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서울 하늘을 호주 브리즈번의 하늘처럼 만들고 싶어서”(배우 공효진) 환경을 지키자고 했고 “이념이나 종교를 뛰어넘어 지켜야 하는 절대 과제는 ‘인권’”(배우 김여진)이니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으로 뛰어갔을 뿐이지 않은가? 그저 옳은 걸 옳다고 말하는 최소한의 상식이 있을 뿐, 좌우는 없다. 도대체 “약한 자들을 외면하는 우리, 부끄럽지 않나요”(배우 권해효)라는 질문 어느 구석에 좌우가 있느냔 말이다. 되려 “정치인, 언론인 대다수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 시대”(정찬형 <문화방송> 피디 추천사 중)에 99%가 하고픈 말을 대표해서 했을 뿐이다. 퇴출의 칼자루를 쥔 분들의 그 ‘잣대’ 한 번 오묘하다.

이 책은 “세상은 스스로 행동하는 만큼 변하며 작은 실천이 곧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기자 지은이가 2010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만난 소셜테이너 19명의 심층 인터뷰를 엮은 것이다. 스스로를 ‘딴따라’ ‘광대’라고 부르는 김미화·공효진·권해효·김여진·김남훈·김장훈·류승완·맹봉학·박철민·박혜경·여균동·윤도현·이상은·이광기·임순례·홍석천·탁현민이 그들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 반전, 동물보호,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함께하자’는 이들 덕분에 행복해질 것이다. 이들을 ‘개념 연예인’과 ‘퇴출 대상’으로 가르고, ‘닥치고 연기’ ‘닥치고 노래’나 하라고 주문하는 이들에겐 자연스레 ‘닥쳐’를 외치게 될 듯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