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041516001&code=910302 

박영준·이상득 자원외교 책 보니…
백철 주간경향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입력 : 2012-02-04 15:16:00ㅣ수정 : 2012-02-04 15:49:19

‘속 빈 강정’ 되는 MB 자원외교
가나·버마·볼리비아 사업 중단되거나 난관 봉착 과잉 홍보 지적

지난해 11월 24일, 대구 남구의 한 호텔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52)의 책 <당신이 미스터 아프리카입니까?>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종 고위 공직자, 재벌 회장들의 화환이 행사장 벽을 장식했다.

 
2010년 8월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지식경제부 2차관 임명장을 받았다./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차관, CNK 관련 혐의 부인

기념회에 참석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각각 “순수하고 열정과 의리가 있는 박 전 차관”, “능력과 추진력에 상상력까지 갖춘 박 전 차관의 정치적 행로에 진심으로 행운이 있기를”이란 내용의 축사를 했다. 정부와 여당의 여러 고위급 인사들을 비롯해 수백명이 이 기념회에 참석했다.

책에는 최근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두 번째 아프리카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이 내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며 “카메룬에서 5년여 전부터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을 힘겹게 추진하고 있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책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중소기업’이 바로 씨앤케이(CNK)다. 역시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 씨앤케이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다.

책에 따르면 2010년 5월 11일 박 전 차관은 카메룬을 방문해 다이아몬드 개발권 부여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인 ‘마이닝 컨벤션’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아프리카의 눈물이었던 다이아몬드가 이제 아름다운 희망의 역사를 쓸 것이다”라는 내용의 축사를 마친 박 전 차관은 책에서 “(카메룬 부처 관계자들과) 진심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박 전 차관은 “그곳에서 만난 중소기업의 대표에게 앞으로 10년 이상 수익의 대부분을 카메룬에 재투자해달라”고 말했다. 역시 책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대표’가 바로 오덕균 씨앤케이 대표다. 책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자신과 함께한 수행단에게 “여러분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친구들이든 친인척들이든 누구든간에 이 회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사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의 주역인 김 대사와 오 대표는 박 전 차관을 ‘배신’했다. 김 대사의 동생 부부와 비서, 오덕균 씨앤케이 대표와 조중표 씨앤케이 고문(전 국무총리실장) 등이 주가조작을 통해 수억~수백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한편 씨앤케이 주가조작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차관은 CBS 인터뷰를 통해 “특검을 백번 해도 자신 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박영준 전 차관과 이상득 의원의 자원외교 저서./백철 기자

“MOU체결만으로 자원확보 말할 수 없어” 

이 책에는 현재는 일시 중단된 가나 주택공급사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 2009년 8월 박 전 차관이 가나를 방문한 이후 STX그룹은 가나와 주택 20만호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국토해양부는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가나를 방문하여 수자원주택부 장관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주택 건설 역량을 적극 홍보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 27일에는 가나 현지에서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이 했다는 ‘홍보’ 내용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가나에서 앨버트 아봉고 가나 수자원주택부 장관을 만나 “집을 빨리 짓는 것은 한국이 최고다. 우리는 5년 만에 주택 200만 가구를 지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박 전 차관이 직접적으로 주택사업에 기여한 바는 나오지 않는다. STX 측은 “박 전 차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두드러진 것이 없다. 가나 주택건설사업을 우리 측이 받은 데에는 이상학 당시 가나 대사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박 전 차관의 ‘헛발질 자원외교’ 사례 중에는 버마 석유광구사업도 있다. 2010년 12월 박 전 차관은 버마를 방문해 ‘한-버마 자원협력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친여 성향 단체 ‘뉴한국의 힘’ 이영수 회장이 설립한 KMDC 관계자가 동석했다. 박 전 차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버마 에너지 장관에게 “통상적인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 가나 주택공급사업과 달리 이 대목은 박 전 차관의 책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KMDC가 개발권을 따낸 미얀마 해상광구는 탐사 시추 결과 ‘빈 광구’로 드러나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박 전 차관의 출판기념회에 ‘더 큰 발전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 ‘형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77)의 자원외교도 책으로 나왔다. 지난해 7월 이 의원은 <자원을 경영하라>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이 의원이 주도했지만 현재 난관에 봉착한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사업, 나미비아 우라늄 개발사업의 진행과정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09년 8월 18일부터 5차례 볼리비아를 방문해, 리튬광산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5건 체결했다. 자신의 책에서 이 의원은 해발 4000m의 고산지대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다닌 이야기, 약속을 곧잘 어기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하염없이 기다린 사연을 적었다. 볼리비아 대선정국이던 2009년 10월 26일에는 생일을 맞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표를 얻기 위해 정책마저 반미로 치우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직언’도 한 것으로 나온다. 이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결실을 거뒀다며 책에 “이제는 말로만 하는 외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하지만 현재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2010년 11월 리튬 채굴권을 외국에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난해 5월 리튬광산 개발 대신 볼리비아와 리튬 배터리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새 MOU를 체결했다. 

이미 사업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진 나미비아 우라늄 공동개발사업에 대해 이 의원은 책에서 “세계 6위권 우라늄 생산국인 나미비아에서의 광산 확보는 우리에게 다소 숨통을 틔워준 성과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책 내용만 봐도 실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책에 따르면 이 의원과 만난 하우시쿠 나미비아 부총리는 우라늄 사업에 대해 구체적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아직 나미비아에는 개발하지 않은 우라늄 광산이 많다”고만 말했다.

자원개발 전문가인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의 경제성을 정확히 알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성공률은 10%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자원외교로 MOU를 체결한 것을 가지고 자원을 확보했다고 하는 것은 눈앞의 실적만 가지고 하는 과잉 홍보다. 전문가들의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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