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122070103710
17시간도 남지 않은 지소미아..종료되면 한국에 닥칠 변화는?
김경진 입력 2019.11.22. 07:01 수정 2019.11.22. 08:23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가 23일 0시에 종료됩니다. 이제 종료까지 채 17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 하루,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도 초조함이 엿보였습니다.
#1. 어제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은 지소미아 종료와 이후의 대응 방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긴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은 앞으로 있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었습니다.
#2. 일본도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막판까지 한국과의 조율이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3. 오늘(22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G20 외교장관회의가 시작되지만, 하루 전인 어제 오후까지도 강경화 장관은 참석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현안이 아주 민감한 상황에서 쉽사리 참석 여부를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예정대로 23일 0시에 지소미아가 종료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도대체 한국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소미아 종료 현실화를 앞두고 궁금증을 짚어봤습니다.
"당장 미국이 내놓을 반응 주목해야"…한미 관계 영향에 촉각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당장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신 전 대사는 "제 기억에 미국 정부가 특정 사안을 가지고 동맹국에 대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해온 적이 없었다"면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시작으로 에스퍼 국방부 장관, 밀리 합참의장,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까지 계속 압박을 했는데, 그런 공개적인 요구를 한국이 이제 공개적으로 거부한 셈이 되니까 한미 동맹에 이상 징후가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현재 미국은 중국, 러시아에 대항해 일본과 인도, 호주와 미국을 잇는 안보 전략,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중인데 장기적으로 한국이 여기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밝혔습니다.
신 전 대사는 또 "현재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미·중 갈등에서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데, 지소미아 종료로 이를 더 확인시켜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내년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 등 다양한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당장 종료 직후 미국의 반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지소미아 문제로 한미 동맹의 뿌리가 흔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66년간 이어져온 한미 동맹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사안이고, 한국이 그동안 미국을 향해 지소미아가 종료되어도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일부터 GSOMIA 대신 TISA로 북한 정보 공유"
만일 내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는 지소미아 대신 한미일 3국 정보공유약정(TISA)를 통해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게 됩니다. 티사는 지소미아보다 2년 앞선 2014년 12월 체결됐는데,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국가 간 협정인 지소미아와 달리 기관 간 약정이라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했고, 다루는 정보의 등급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입니다. 또 반드시 미국을 거쳐야 해서 정보의 도달 속도도 늦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북핵이나 미사일 도발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감시 자산에 의존하지 않으면 깜깜이"라면서 특히 일본의 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은 정찰위성이 150개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전 세계를 감시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소수의 정찰위성이어도 북한만 감시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성능 좋지 못한 일본 위성이 미사일 발사 동향을 잘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영우 전 수석은 "지금까지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료가 큰 가치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도 "지금은 북한 핵 문제가 고도화 단계에 들어서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좋지 않은 시기인데, 이 시점에 한미일 간에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지소미아가 티사로 바뀌면 우리가 입는 피해는 크지 않고 오히려 일본이 아쉬워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양기호 교수는 "북한이 발사하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등의 발견 장소와 지점, 시간, 각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다"면서 "2017년 하반기와 2019년 상반기에 한국이 일본 측에 훨씬 더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내일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하면 아쉬운 것은 일본인데, 일본이 국내에 이런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종료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한일 관계에 큰 타격 없을 것"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되어야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래서 외교가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는 예정대로 강행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당장 한일 관계에 추가적인 심각한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서 한일 간에 충분한 논의와 설명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지소미아 이외에 강제징용 전범 기업 자산 매각 등과 같은 다른 변수가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소미아 이슈는 생각보다 조용히 묻혀질 수도 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다만 한국이 일본 측에 그동안 강제징용 해법을 몇 차례 제안해 논의가 있었는데 일본이 모두 거부한 상황"이라면서, 지소미아 종료가 한일 간 대화 동력 복구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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