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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지소미아 유지 “현찰주고 어음받은 느낌”
한국은 지소미아 연장·WTO 제소 중단, 일본은 수출관리정책 대화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승인 2019.11.22 20:29
문재인 정부가 돌연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효력 정지해주고 일본과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진행하기로 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부당한 수출보복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소미아 종료 입장에 변화가 없다던 청와대가 이 같은 입장 변화를 보인 배경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8월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지 3개월 만에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나 사과 및 피해 배상 등 특별한 사정의 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취소함으로써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정보비밀보호협정(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 정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8월23일 협정의 종료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으며 일본은 이에 대한 이해 표했다”며 “한일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한 WTO 제소 조치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신 일본의 경우 수출 관리 정책 대화와 관련해 현안을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과장급 준비회의 거친 후 국장 급 대화 등을 거쳐 상호 품목과 건전한 수출실적의 측정, 수출과제 측정을 위해 재검토를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1일에 이어 22일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어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NSC 상임위 임석한 것은 한일관계 정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두고 이 관계자는 지난 4일 한일 정상 환담, 문 대통령과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접견, 18일 에스퍼 미 국방장관 접견 등을 통해 우리의 기본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도 전달해달라 당부했다며 지난 19일 국민과 대화 계기로 기본 입장을 다시한 번 언급하는 등의 노력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푸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양국간 대화를 재개하는 대신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정지하고 WTO 제소도 중단했다. 한 기자는 이 관계자에게 ‘가시적 조치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 제소 중단인데 반해 일본은 3개 품목 재검토를 한다인데 현찰을 주고 어음을 받은 느낌’이라며 ‘화이트리스트 문제는 포함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수출관리정책의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말이 들어있는데, 여기엔 화이트리스트의 복원도 포함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한일간 양해가 됐고, 그다음에 수출규제 3개 품목에 대한 재검토 가능의 경우 우리나라 수출관리 운용제도를 확인하고, 재검토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측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일간 대화를 하고 진전되는 상황을 봐가며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하고 WTO 제소도 잠시 정지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가 ‘조건부 종료라는데 이렇게 되면 1년간 자동 연장되는 것이냐, 중간에 종료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해결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잠정 정지한다는 의미”라며 “지난 8월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외교 문서로 일측에 통보한 효력을 오늘 부로 일시 중단한다는 의미이며 언제라도 문서 효력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일간 대화를 해봐야 알겠으나 시한을 예단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최종 해결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달려있고, 이러한 합의내용이 상당기간 계속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어떤 태도를 보일 때 다시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할 수 있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의에 이 관계자는 “7월1일 이전으로 상황이 복귀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를 포함해 3개 품목 수출규제가 철회돼야만 지소미아연장이나 WTO 제소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시기를 언제까지 상황에 도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허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징용 판결 관련 협의는 없었으며 합의가 구두로 이뤄졌는지 문서로 이뤄졌는지를 두고는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부가 백브리핑한다”고 답을 피했다.
다른 기자는 “일본이 동시 발표가 아닌 10분 늦게 발표를 했고, 발표내용을 보면 ‘수출관리를 엄격히 해나가기로 했다’, ‘건전한 수출실적 축적이 필요하다’는 등 우리 수출관리가 부적절한 것처럼 표현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일본이 말을 그렇게 했다면 한일간 합의에 대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본다”며 “외교채널을 통해 해결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3개품목을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포함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와대 발표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적 반대 여론을 거슬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조건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숱한 말의 성찬은 결국 눈속임이었고 아베정권과 미 군부 수뇌부, 하다못해 황제단식 중인 황교안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아베 정권이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에 있을 수 없는 결례를 범하며 무역제재로 한국을 압박한 이유가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 무력화와 침략 범죄 은폐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며 “일본에게 군사정보를 넘기면서 노동자‧민중의 염원인 평화를 팔아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두고 11월30일 민중대회를 비롯해 향후 거대한 투쟁의 도화선이 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투쟁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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