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128163532390


"네안데르탈, 호모사피엔스 때문에 멸종한 게 아니다"

입력 2019.11.28. 16:35 


통설 뒤집는 연구..인구·근친교배 등 내부악재 탓

"그냥 불운했다"..현생인류 '죄책감' 덜어낼 변론 등장


"네안데르탈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이랬을 것"[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네안데르탈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이랬을 것"[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오래전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사람의 한 종인 네안데르탈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유럽 침공 때문에 멸종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불운을 한순간 극복하지 못해 종말을 맞이했을 뿐이며 호모 사피엔스의 악영향이 별로 없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기술대학의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근친교배의 정도 ▲인구의 규모 ▲출생·사망·교배율의 자연적 변동 등 세 요인을 토대로 모델을 만들어 1만년에 달하는 네안데르탈의 생활상을 분석했다.


근친교배가 성행하면 열성 유전자의 발현 가능성이 커져 종족 자체의 건강이 악화한다.


인구가 작으면 짝짓기 상대가 제한돼 인구를 늘리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냥이나 어린이 양육, 다른 동물로부터 식량을 지키는 일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사망률이 치솟으며 교배까지 적게 하는 상황이 인구에 미칠 영향은 분명하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이 이들 세 가지 요인에서 모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네안데르탈이 살던 유럽과 근동 지역에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했을 때 네안데르탈의 인구는 고작 1만∼7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트 바에센 에인트호번 기술대 교수는 "언제라도 멸종이 이뤄질 수 있는 처지였다"며 "다른 사람 종(hominin)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자연적 과정이었으며 종은 멸종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4만년 전에 멸종해버린 사람의 한 종인 네안데르탈의 모형[EPA=연합뉴스 자료사진]

4만년 전에 멸종해버린 사람의 한 종인 네안데르탈의 모형[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연구진은 호모 사피엔스의 세력 확장이 네안데르탈에게 설상가상인 면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질적인 현생인류의 도착과 함께 네안데르탈이 더 고립돼 근친교배, 작은 인구, 출생·사망·교배율 하락에 따른 타격이 더 심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에센 교수는 "(네안데르탈의 멸종은) 경쟁이나 누가 더 우등한지와는 관계가 없었다"며 "서식지가 잘게 쪼개진 영향과 더 관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호모 사피엔스가 월등하거나 약탈적 특색을 지니고 점령지를 넓혀간 까닭에 네안데르탈이 결국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는 대중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지 2만년 뒤, 지금으로부터 4만년 전에 네안데르탈이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에센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가 더 똑똑해 더 번창했다는 게 가장 일반적인 얘기지만 우리 연구의 결론은 네안데르탈이 그냥 불운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네안데르탈이 복잡한 석기를 창안하고 보석을 색칠했으며 동굴벽화도 그리는 등 풍성한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현생인류보다 지능이 처지는 게 아니라는 관측도 많다.


영국 요크대의 고고학자인 페니 스피킨스도 에인트호번 기술대의 연구를 지지했다.


스피킨스는 "네안데르탈 인구가 이미 작고 파편화한 데다가 근친교배의 악영향까지 받은 걸 알고 있다"며 "이런 특성의 영향만으로도 멸종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이 수천 년 동안 버티다가 한순간 재수가 없어 균형점이 깨지고 멸종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디언은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자 생존자로서 네안데르탈의 멸종에 죄책감을 지니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부담을 내려놓을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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