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15113521663


[단독]허위진술에 낚인 檢..2년 악몽 끝 무죄 받은 마약수사警

송승현 입력 2019.12.15. 11:35 


마약사범 의심 못한 檢, 곧이곧대로 믿은 1심 재판부

2심, 양형참작 의견서에도 "선처 목적 허위진술 다분" 탄핵

'징역 10월 → 무죄 → 무죄 확정' 2년 간의 악몽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 2005년 경찰이 된 A(39)씨는 업(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남달랐다. 그의 소박한 꿈은 경찰관으로서 정년퇴임 하는 것이었다. 2014년 서울 관내 마약사건 수사를 담당하면서 위기에 맞닥뜨렸다.


A씨는 2014년 5월께 필로폰 투약 혐의로 B(37)씨를 체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일로 안면을 트게 된 둘은 B씨가 A씨의 상사 고향 후배여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제보가 결정적인 마약 수사 특성상 A씨에게 B씨는 정보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다 B씨가 2016년 11월 검찰에 “A씨가 마약 범행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진술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마약 사범 검거 실적을 올리기 위해 B씨를 정보원으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고 B씨의 범행을 눈감아 주거나 도주하는 것을 도와줬다고 판단했다. 그 대가로 현금 400만원과 270만원 상당의 휴대폰 3대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은 직무유기 및 뇌물 수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2017년 7월 A씨를 구속기소했다. 청운의 꿈이 산산이 무너질 위기의 순간이었다.


◇마약사범 진술 의심 않은 검찰과 1심 재판부


A씨는 B씨를 정보원 삼아 마약수사를 했고 종종 식사를 얻어먹었지만 사회통념상 어긋나지고 않는 수준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핵심 증거인 B씨 진술의 신빙성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이 본분을 저버리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전부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진술 의심한 2심, 판결문 86쪽 걸쳐 무죄 이유 적어


반전은 항소심에서 일어났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제보자이자 함께 기소된 B씨의 진술 곳곳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B씨는 `A씨에게 현금을 건네기 위해 C씨에게 돈을 빌렸다`고 했는데 당시 C씨는 구속상태라 돈을 빌려줄 수 없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이 여럿이었다.


특히 B씨는 검찰에 “A씨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제보하려는 것”이라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수사 협조 및 양형 참작이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내기도 했다. B씨에게 자신의 형을 감형 받기 위한 동기가 컸다는 얘기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 진술의 신빙성과 행동 성향`이라는 이름으로 “B씨의 진술은 신뢰하기 어려운 계략적 행동 성향”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 각 범죄 행위에 대해 B씨의 진술 일관성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 결과 2심 판결문은 1심보다 배 이상 늘어난 86페이지에 달했다. 재판부는 “B씨 진술은 단순히 신빙성이 부족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보복 감정이나 범죄를 제보해 공적을 쌓으려는 동기를 갖고 있다”며 “진술 전체가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거짓 진술이 다수 있다. 더 나아가 여러 국면에서 계략을 쓰는 행동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B씨에게는 벌금 150만원으로 감형했다.


검찰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검찰에 구속기소된 지 2년 가까이 지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마약사범 진술을 그대로 믿고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간파하지 못했다”면서 “자칫 무고하게 실형을 받아 경찰 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는데 항소심 재판부의 현미경 심리로 구사일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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