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25152540312
'캐럴도 '곤니치와'도 안 들려' 日 온천 료칸 폐업 이유는..
유희석 기자 입력 2019.12.25. 15:25
일본 오이타현 벳부시의 온천 시설. /사진=AFP
유후인(由布院)과 벳부(別府) 등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오이타현 지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객 덕분에 호황을 누리던 료칸(旅館·일본 전통 여관)이나 호텔, 식당 등은 매출이 급감했다. 급하게 자국 관광객에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
오이타현 지역 매체인 오이타고도신문(大分合同新聞)은 25일 "예년 같으면 겨울 온천과 골프를 즐기는 관광객이 늘어나야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드문드문하다"면서 "외국인 투숙객의 60%를 차지하는 한국인 의존도가 높은 료칸이나 호텔에서는 더 버티기 힘들다는 비통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전했다.
오이타현 히타시의 한 호텔은 여행사를 통한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투숙객의 80%를 차지했다. 사업은 순조로웠으나 지난 7월 상황이 반전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인 고객이 급감했다. 8월 이후 한국인 투숙객이 80~90% 줄었다. 11월과 12월에는 95% 감소했다. 급히 국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7~11월 매출이 60%나 줄었다. 이 호텔 경영인은 "지난가을 금융기관에서 빌린 운전자금도 이제 부족해졌다"면서 "이런 상황이 앞으로 반년만 더 지속하면 폐업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이타현 코코노에쵸에 있는 호센지온천마을(寶泉寺溫泉)의 한 료칸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0명 정도로 구성된 단체 25개조가 방문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5개조에 불과하다. 60대 료칸 주인은 "한국인 손님은 이제 예전처럼 오지 않는다고 보고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통역을 맡던 한국인 직원과의 계약 연장을 보류하고, 홈페이지와 온라인 여행 사이트를 통해 국내와 중국, 대만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 3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일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당분간 일본을 찾는 한국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양국을 잇는 저가항공사(LCC) 편수가 이미 크게 줄어서다. 한국 LCC의 일본 노선은 6개월 전보다 40% 감소했으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벳푸시 여관·호텔조합연합회의 호리 세이지 전무이사는 "한국 단체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오이타공항의 한국 노선 감소도 뼈아프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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