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18875
노골적이고 뻔뻔한 박근혜의 속내,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게릴라칼럼] 여러모로 문제적인 박근혜의 '옥중정치'
20.03.05 14:22 l 최종 업데이트 20.03.05 16:25 l 하성태(woodyh)
▲ "박근혜 시계" 찬 신천지 이만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봉황 무늬가 새겨진 "박근혜 시계"를 차고 있다. ⓒ 이희훈
"3월 2일 이만희 총회장께서 착용한 시계는 과거 한 성도님께서 선물한 시계입니다. 총회장께서 평소 착용하시는 것으로, 정치와 무관합니다. 총회장께서는 시계, 넥타이 장신구 등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3일 오후 신천지 총회홍보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차고 나온 이른바 '박근혜 시계'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나름의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신천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선 "총회장께서는 '새누리당'의 당명을 지으신 적이 없고,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못박았다.
신천지에 쏠린 관심만큼이나 별의 별 추측과 비판, 해명성 기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키며 거짓에 거짓을 더해 온 신천지의 행태를 지켜본 국민들이 이러한 신천지의 해명을 믿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시계'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다음날, '박근혜 편지'가 등장했다.
"국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독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는 시작부터 '국민'을 호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이 "상당히 오랜 기간 다듬었"다고 설명한 이 옥중서신이 소환한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박근혜의 나라' 속 '특정' 국민일 뿐이었다.
박근혜의 옥중정치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먼저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가 수천 명이나 되고 30여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서 4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잘 견디어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특히"와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라는 표현이 눈에 콕 박힌다. 대구‧경북 지역에 쏟아진 전 국민의 격려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소환한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국민=태극기 세력'으로 읽힐 만한 정치적 메시지를 이어갔다.
"나라 장래가 염려돼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의 말 한 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던 그가 입을 뗀 이유는 뭘까.
그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 전반을 "실정"이라 규정한 후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고 했다. 이어서 이 편지의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나라가 매우 어렵습니다.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 같은 '박근혜의 정치적 메시지'는 여러모로 문제적이었다. 첫째, 끝나지 않은 정치적 '피해자 코스프레'다. 그는 새삼스레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커터칼)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란 표현으로 에둘러 지지자들의 애잔한 향수를 자극했다. 반면 중형을 선고 받은 자신의 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는 2심에서 징역 25년 등을 선고 받고 파기환송심을 기다리고 있다.
둘째, '국민 분열'도 불사하는 노골적인 현실 정치 개입이다. '정치인 박근혜'의 전매특허인 '애국심'을 촉구한 대상은 TK와 태극기 세력을 포함한 자신의 지지 세력이요, "기존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노골적인 메시지의 종착역은 결국 보수대통합을 통한 '4.15 총선 승리'라 할 수 있다.
'옥중서신' 하루 전(3일) 출범한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의 자유공화당도, 홍문종 대표의 친박신당도, 여타 태극기 세력도 미래통합당으로 뭉치라는 이 메시지는 노골적이지만 화끈하긴 했다. '박근혜의 여러분'이, 편지 첫 문장 속 '국민'이 대한민국 전체 국민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미래통합당의 총선 승리 후 석방을 위한 포석. '애국'이라 포장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승리 후 '문재인 탄핵'을 공언 중인 미래통합당에게 옥중서신을 통해 기대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보수통합을 통한 과반 달성 이후 자신의 조속한 석방 아니겠는가.
이에 화답하듯, 김형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며 "이 (문재인)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형도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놓고 수사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일정마저 지연시켰던 이를 두고 "인도적 차원", "인권" 운운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박근혜 효과'와 선관위의 숙제
▲ 최고위 주재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같은 날 오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며 "무능 정권의 폭정을 멈추고,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의 충정심이 절절이 묻어난다.
옥중서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소환된 '태극기 세력'들은 보수대통합과 관련해 각자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강력 비판하고 나섰고, 정치권 안팎은 물론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보수층 결집', '미래통합당 탄력', '악재 중 악재', '새보수당계 분란' 등 갖가지 평가가 뒤따랐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이은 보수대통합 논의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던 미래통합당의 쇄신과 혁신을 '도로 새누리당'으로 되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박근혜의 옥중정치'에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화답하면서, 태극기 세력과의 실제 통합 여부에 상관없이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4.15총선에서 어떻게든 반영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고됐던 바다. 하지만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 형태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파괴력이 달라 보인다. 이제 (전체) 국민들은 이후 지역구나 미래한국당 공천 등 미래통합당이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 자체는 물론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전체에 '박근혜의 의중'을 덧씌울 수밖에 없게 됐다.
반대급부 또한 명확하다. '박근혜의 여러분'에서 소외된 국민들의 각성 효과 말이다. '박근혜의 옥중서신'으로 인해 보수야당 심판 vs. 정부여당 심판의 대립구도였던 4.15 총선의 성격이 한층 분명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미래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으로의 재결집을 완성하는 순간, 반성은커녕 뻔뻔하게 옥중 정치를 이어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여전히 휘둘리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반감 역시 커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위력을 발휘하면 발휘할 수록, '반태극기'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의 결집 역시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각성을 부르는 일종의 '박근혜 효과'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한 가지.
선관위의 숙제
2004년 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고작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발언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이라 판단했고, 이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탄핵'을 이끌었다. 그때 그 판단 그대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역시 선관위가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으면 선거권이 박탈당합니다. 선거권이 없으면 선거 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이 해당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서신 내용을 조사1과에 보내 조사 중입니다. 특히 서신 가운데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한 부분이 선거 운동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4일 옥중서신 관련 보도에 무려 7꼭지를 할애한 JTBC <뉴스룸>의 <투표권 없는 박근혜, 선거운동 논란…선관위, 위법여부 검토> 보도 중 일부다. 이렇듯, 4.15 총선의 관전 포인트이자 선관위의 숙제가 하나 더 늘게 됐다. 선관위의 엄중하고도 적법한 판단 아래 박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할 수 있을지 여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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