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2608


추미애의 '검찰 학살'?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실록 14] 검찰에서 크게 쓰임 받은 검사들은 따로 있었다

20.01.12 15:16 l 최종 업데이트 20.01.12 15:17 l 김종성(qqqkim2000)


'검찰개혁' 질의듣는 추미애 후보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안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 남소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고발과 탄핵 운운하고 있다. '검찰 학살'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간 검찰 인사가 얼마나 부조리했나를 되돌아보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의사와 검사의 공통점이 있다. 생명과 신체에 관한 일을 한다는 점이다. 경찰과 판사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검사의 직무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와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 검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조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제12조 제3항이다.


헌법 제12조에는 7개 항이 있다. 제3항 이외의 나머지 항들도 검사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 수사나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제12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조문 전체가 국민의 신체에 관한 규정임을 알려주고 있다. 검사의 직무가 국민의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헌법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 관한 제110조 제3항에서 비상계엄 군사재판을 단심제(1심제)로 할 수 있다고 한 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했다. 사형 제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이 헌법 규정에 의해 판사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고 검사는 사형을 구형할 수 있다. 검사의 직무가 국민의 신체뿐 아니라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  대한민국 헌법 ⓒ 오마이뉴스


신체와 생명에 그처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므로, 검사는 필요한 '의학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그 지식을 구체적 사건에 잘 적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혐의 있는 '환자'는 재판에 넘기고 혐의 없는 '환자'는 돌려보내야 한다. 법률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잘 가려내고 정확한 형량을 구형하는 것도 검사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혐의 피의자를 많이 가려내는 것도 검사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무혐의를 잘 밝혀내서 그들의 신체·생명이 부당한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명검사의 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검사들이 많아져야만 국민들이 사법 서비스를 마음 놓고 받고 그 결과에도 기꺼이 승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검사들한테는 그런 능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들은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을 존경한다. 또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 받은 검사들


하지만, 그런 검사들은 그간 크게 쓰임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명검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검찰 내에 별로 없었다. 그런 명검사가 된다고 해서 동료 검사들에게 크게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높이 출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을 받은 검사들은 따로 있었다. 그간 어떤 검사들이 크게 쓰임을 받았는지는 검찰 수뇌부인 검찰총장과 검사장들의 출신지역 분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 연희동 출신인 윤석열 현 총장까지의 역대 총장 43명 중에서 27.9%인 12명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었다. 또 43명 중 10명은 대구·경북(TK) 출신이었다. PK와 TK를 합하면 총 22명으로 51.2%가 된다. 역대 총장의 절반이 영남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편, 충청도 및 서울 출신은 각각 6명, 이북 출신은 5명, 호남 출신은 3명, 강원도 출신은 1명이었다.


영남권 편중은 차관급인 검사장들의 출신지역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기준 전국 검사 2022명 중에서 검사장은 47명으로 2.3%를 차지했다. SBS 뉴스가 역대 검사장들의 출신지역을 조사해서 2017년 7월 24일 발표한 기사 '검찰의 별 검사장, 그들은 누구인가?... 345명 전수 분석'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2017년까지의 역대 검사장은 총 345명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역대 검사장 중에서 부산·울산·경남 출신은 71명(20.6%)이고, 대구·경북 출신은 62명(18.0%)이었다. 영남 출신이 총 38.6%였던 것이다. 한편, 호남 출신은 70명(20.3%)이었다. 기타 지역으로는 서울 55명(15.9%), 대전·충청 43명(12.5%), 인천·경기 21명(6.1%), 강원 9명(2.6%), 제주 3명(0.9%)을 들 수 있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양쪽에서 영남권 출신의 우세가 확연하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1992년 4월 22일자 <한겨레>

▲  1992년 4월 22일자 <한겨레>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이처럼 지역 편중이 심했던 것은, 영남 출신 검사들이 법률지식이 더 많고 법률적용을 더 잘하고 혐의 유무를 더 잘 가려내기 때문이 아니었다. 검사가 갖춰야 할 '진짜' 능력을 영남 출신들이 더 잘 갖췄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같은 지역 편중은 1972년 유신헌법 공포 이후인 제4공화국 때부터 두드러졌다. 정통성이 현저히 약해진 유신체제 하의 박정희 정권이 효율적인 국민 통제를 목적으로 동향 출신 검사들을 우대한 결과다.


1992년 4월 22일자 <한겨레> 기사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18(편), 검찰 3(편)'은 "박정희 정권 이후 호남 인맥은 검찰 최고 상층부 진입이 사실상 막혔을 정도로 거세당한 측면이 많다"며 "호남 인맥의 한 중견 검사는 이에 대해 "제3공화국까지만 해도 지역차별이 덜했으나 유신 이후부터 (호남 출신들이) 요직에서 배제되는 인사 관행이 굳어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인사 관행이 굳어지면서, 법률을 잘 적용하고 혐의를 잘 가려내고 재판을 잘하는 검사가 유능한 검사가 아니라, 정권 핵심부와 연이 닿고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가 유능한 검사로 통하게 됐다. 검찰 밖의 언론이나 기업에서도 그런 식으로 검사의 능력을 평가해왔다.


그같은 분위기에서 검사가 출세하는 방법은 명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권 핵심부나 검찰 수뇌부와 어떻게든 연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노력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출신인 경우에나 이런 노력으로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잘하는 의사보다는 대통령이나 병원장과 친한 의사들만 승진하고 그런 의사들이 주요 수술을 맡는다면, 그 병원은 머지않아 환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검찰'에서는 '수술 실력'이 아니라 그 외적인 요소에 의해 검사들의 출세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 검찰 구성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 유성호

 

잘못된 인사 관행은 김대중 정부 때도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하에 호남 출신들을 중용했고, 이는 불공정한 관행을 혁신하기보다는 오히려 영호남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때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 때도 그런 관행이 제대로 해소될 수 없었다.


지금 검찰개혁은 '공수처법 통과'라는 산을 이미 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산 앞에 서 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도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여전히 수사권을 행사한다. 또 일반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 수사의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또는 고소인의 불복 등을 이유로 검찰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도 검찰이 여전히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불공정한 인사 관행이 하루빨리 혁신돼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민들의 신체와 생명이 더는 불필요한 위험에 내맡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인사가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능하고 정직한 검사들이 검찰총장직과 검사장직으로 대거 진출한다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법적 결과에 승복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인사 개혁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검찰 본분에 부합하는 훌륭한 검사들이 주요 요직으로 진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검찰이 '안전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좀더 철저한 인사 개혁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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