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pageno=&searchatclass2=119&atidx=55170&backList=list&seriesidx=list&menuclassidx=119&%C7%D7%B0%F8%A1%A4%BF%EC%C1%D6=%C7%D7%B0%F8%A1%A4%BF%EC%C1%D6
164조 원 걸린 현상수배범,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줄이는 방법 더 모색해야
2011년 10월 28일(금)
“유령을 잡아드립니다!”
허름한 사무실에 심상치 않은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이곳은 바로 고스트헌터의 사무실. 그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유령을 잡아 가두는, 최고의 유령사냥꾼이다. 최근 ‘이산화탄소’에 164조 원이라는 현상금이 걸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산화탄소라는 유령을 잡기 위해 자료 조사에 나선 고스트헌터. 그는 이산화탄소가 무엇인지 찾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럴 수가! 이산화탄소는 유령이 아니라 한 개의 탄소(C)와 두 개의 산소(O)가 만나 만들어진 화합물(CO₂)이군. 공기 중에 기체 상태로 섞여 있다는데……. 그러고 보니 사람은 숨 쉴 때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잖아! 식물은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고. 이렇게 지구 생명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산화탄소에 왜 현상금이 붙은 거지?”
고스트헌터가 고민하는 사이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여보세요, 고스트헌터님? 전 투발루에 사는 로로라고 해요. 이산화탄소를 꼭 좀 잡아주세요.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지면서 제가 사는 낮은 섬나라, 투발루는 집 앞마당까지 물이 차올랐어요.”
“저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죠?”
“이산화탄소가 태양열을 가둬서 지구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1906년부터 2005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0.74℃나 올랐답니다. 그래서 북극의 빙하가 녹았고, 바닷물이 많아졌죠. 앞으로도 지구가 계속 더워지면 물 부족, 더위 때문에 생긴 전염병이 많아질 거래요. 사막도 계속 생기고요.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해요!”
이산화탄소가 우주쓰레기를 우주에 오랫동안 떠돌게 만든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여보세요, 여기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소입니다. 현재 지구 대기권 밖에는 위성이나 로켓의 조각 등의 우주쓰레기 10만 여개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들의 속도가 낮아지면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어서 문제죠.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대기권 바깥층에서 온도를 낮춰 우주쓰레기의 수명을 늘리고 있습니다.”
“네? 이산화탄소가 온도를 낮추다니요? 그게 왜 우주쓰레기를 보호하는 거죠?”
“이산화탄소가 우주에 있는 기체 알갱이와 부딪치면서 열을 방출하고 있어서입니다. 이렇게 온도가 낮아지면 기체의 부피가 줄어듭니다. 우주쓰레기들이 부딪치는 기체의 양이 더 적어지는 거죠. 그러면 우주쓰레기의 속도가 느려지지 않아서 우주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거죠.”
“아하! 그렇군요. 그러면 인공위성이 속도를 내는 데는 오히려 좋지 않나요?”
“네, 물론 그렇습니다. 인공위성도 적은 연료로 더 오래 우주에 머물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우주쓰레기가 더 오래 떠다니게 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우주쓰레기들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와서 불타거나 다른 행성에 떨어지면,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비행사를 위협하지 않아서 좋은데요. 그날이 자꾸 미뤄지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지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게 중요합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방심할 게 아니네요. 제가 꼭 이산화탄소를 잡겠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진 현상이 지구는 물론 우주에까지 영향을 주는 줄은 몰랐다. 어서 이산화탄소를 잡아 가둬야 지구도, 우주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스트헌터는 의욕에 불타고 있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다. 아무래도 유령 잡는 것과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산화탄소를 잡겠다고? 우선 ‘언제’ 잡을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네. 이산화탄소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공기가 만나 연소될 때 만들어지거든. 그러니까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네. 이산화탄소를 잡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네. 연소가 끝난 직후나 연소되는 중에 잡는 연소 후 포획, 아예 연소 전에 이산화탄소가 생기기 않게 하는 연소 전 포획, 그리고 순수한 산소로 연소시키는 순산소 연소 방법이 있지.”
“저는 연소가 끝난 직후에, 만들어지자마자 잡아들이겠어요!”
“좋아. 이번에는 ‘어떻게’ 잡을지 알려주겠네. 여러 흡수제를 이용해 잡으면 되는데, 이산화탄소를 잘 녹이는 액체나,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고체를 사용하면 된다네. 우주비행사가 머무는 우주왕복선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광합성할 식물이 없어서 이산화탄소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다네.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LIOH)을 사용하기도 하지. 또 이산화탄소를 아주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만들어서 잡는 것도 방법이지. 물론 화석 연료에서 미리 이산화탄소의 재료가 되는 탄소를 빼내 잡는 방법도 있다네. ”
김 박사의 말에 따라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잡아온 고스트헌터. 그런데 또 고민이 생겼다. 이산화탄소를 어디에 가둬야 할지 모르겠다. 바다에 넣거나 땅속에 묻는 것도 괜찮을까? 그는 다시 김 박사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게 됐다.
“바다는 이미 매년 인류가 만들어 낸 이산화탄소의 20~30%를 흡수하고 있다네. 바다에 이산화탄소를 더 녹이자는 과학자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탄산’이 만들어져서 바닷물이 산성이 되지. 그러면 바다생물에게 나쁘고 말야. 그래서 바다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네. 식물플랑크톤도 이산화탄소로 광합성해서 양분을 만들거든. 발전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로 ‘클로렐라’라는 식물플랑크톤을 키우고, 나중에 바이오연료로 이용하는 거라네.”
“우와! 일석이조네요!!”
“이번에는 땅에 묻는 기술이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산화탄소를 잡을 수 있다네.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누르면 액체로 만들 수 있는데, 이 액체를 지하 800m 아래에 묻는 거지. 그렇다고 아무데나 묻는 게 아니야. 땅 속에 돌이 천연가스를 가두듯 뚜껑처럼 덮고 있어서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곳에 묻는 거지. 이렇게 땅으로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돌이 된다고 해. 물론 1만 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석유가 나오는 유전 근처에 이산화탄소를 넣어서 이산화탄소는 제거하고, 이산화탄소 압력으로 석유는 더 많이 뽑아내는 방법도 있어. 석탄층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면 연료로 쓸 수 있는 메탄가스가 생길 수도 있지.”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일이 이렇게 다양한 일도 할 줄이야! 고스트헌터의 눈이 놀라움으로 반짝거렸다.
“감동한 눈빛인데? 하지만 아직 멀었어. 이산화탄소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네? 그런 게 있는 데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그거야 뭐~ 안 물어봤으니까! 아무튼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반대 과정을 거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이산화탄소(CO₂)에 수소(H₂)를 더해서 메탄올(CH₃OH)을 만드는 거야. 이 메탄올은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지. 또 이산화탄소로 시멘트도 만들 수 있다네. 이산화탄소를 바닷물 속의 마그네슘이나 칼슘과 합쳐서 시멘트를 만드는 거야. 가까운 미래에는 이산화탄소로 집을 지을 수도 있겠지?”
이산화탄소만 잡으면 에너지도 얻고, 집도 지을 수 있다니! 고스트헌터는 이제 유령보다 이산화탄소 잡는 일이 더 흥미로워졌다. 게다가 현상금이 무려 164조 원이나 된다.
“이산화탄소의 현상금 164조 원은 세계은행이 2010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를 조사해서 나온 거라네.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권리인데, 이산화탄소를 줄인 나라나 단체, 회사에게서 살 수 있지. 이걸 팔려고 많은 나라들이 이산화탄소를 더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네. 탄소세라는 것도 있어. 이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를 쓸 때 내는 세금이야. 이것도 이산화탄소를 잡아 가두는 기술이 있으면 적게 내거나 내지 않을 수 있지.”
이제 이산화탄소를 잡는 것이 바로 돈을 버는 일이 됐다. 고스트헌터는 이산화탄소를 잡아 지구도 살리고, 돈도 벌고, 다양하게 사용하고 싶어졌다. 이제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는 이 손으로 잡으리라! 다음 날, 고스트헌터 사무실의 현수막은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 www.karischool.re.kr
현수랑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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