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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봉준호’ 만든 게 누군데…한국당 ‘봉 마케팅’ 역풍

등록 :2020-02-12 16:44 수정 :2020-02-13 09:40


영화 <기생충> 깎아내리기 바빴던 한국당

총선 앞두고는 찬사와 함께 ‘기생충 마케팅’

“180도 바뀐 모습, 볼썽사나워” 비판 여론


12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명덕네거리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2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명덕네거리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지난달 15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민주당과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에게 배웠는지 몰라도 정치판 기생충임이 틀림없다.”(지난해 12월16일 한국당 김재원 의원)


“(<기생충>은)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한국당 한 의원)


“뒤늦게 기생충이란 영화를 봤다. 좌파 감독이라서 그런지 한국 좌파들의 본질을 꿰뚫어봤다.”(지난해 6월19일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기생충>에 대한 한국당과 전신 새누리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기생충>을 깎아내리기 바빴던 한국당이 이제는 봉 감독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형국에 대해 일제히 비판성명을 냈다.


대구의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12일 잇따라 입장문을 내어 ‘봉준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한국당 예비후보들을 비판했다. 허소 민주당 예비후보(대구 달서구을)는 “태도를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180도 바꾸는 모습이 참 볼썽사납다. 한국당이 봉준호 감독 관련 ‘영혼 없는’ 공약을 쏟아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권 당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빨갱이’ 낙인을 찍은 야만적 행위에 대해 봉준호 감독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대구의 한국당 예비후보들은 찬사와 함께 ‘봉준호 공약’을 쏟아냈다. 배영식 한국당 예비후보(대구 중구·남구)는 지난 11일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카페의 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을 남구에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장원용 한국당 예비후보(중구·남구)도 이날 “대구 남구 대명동에 봉준호 기념관을 건립하고 봉준호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도건우 한국당 예비후보(중구·남구)는 이날 “대구에 봉준호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고 영화 박물관, 독립영화 멀티 상영관, 가상현실(VR) 체험관, 봉준호 아카데미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임병헌 예비후보(중구·남구)도 “시네 봉준호 센터 설립과 봉준호 영화 연극 거리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효상 한국당 예비후보(대구 달서구병)도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저의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며 “대구 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 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한국당의 이런 ‘숟가락 얹기’에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치인들의 이런 행동으로 정치가 희화화되고 정치 불신이 더 깊어지게 된다. 봉 감독이 그런 공약들을 별로 원하지도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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