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611775
"쫓아낼 땐 언제고, 관광하자고?"... '기생충'에 기생하는 자들
정치권 및 지자체의 과한 마케팅에 영화계 우려의 목소리
성하훈(doomeh) 20.02.13 10:52최종업데이트20.02.13 10:52
▲ 고양 아쿠아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영화 <기생충> 세트 모습 ⓒ 고양시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촬영지 및 세트장이 있는 각 지자체와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에서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영화적 의미와 동떨어진 마케팅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화가 비추고자 했던 사회 모습을 간과한 채 이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먼저 <기생충>의 반지하 동네 세트장이 있는 고양시는 지난 12일 세트장을 복원해 관광 시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스튜디오 세트 복원 등을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스토리가 있는 문화·관광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 속 반지하 집과 침수 장면은 고양 아쿠아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으로, 대형 수조 안에 20동 40가구를 실제처럼 정교하게 만들어 진행한 결과물이다.
대구시는 자유한국당 총선 출마자들이 잇달아 봉준호 생가터 복원과 영화의 거리, 동상, <기생충> 조형물 설치, 봉준호 명예의 전당, 기념관, 공원 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는 중이다. (관련기사 : 대구에 기생충관 설치? 돌변한 한국당에 "숟가락 얹지 마라" 일갈)
서울시는 <기생충> 촬영장을 활용한 팸투어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관광정보 사이트를 통해 <기생충> 촬영에 활용된 장소들을 탐방코스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촬영장소가 있는 서울의 구청들도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경우 촬영지를 관광지로 활용하려는 모습은 일반적이다. 일례로 영화 <1987>에 나오는 '연희네 슈퍼'는 목포시가 촬영 장소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중이다.
블랙리스트 만든 자들이... "사과할 줄 알았는데"
<기생충>을 활용한 마케팅에 영화계 인사들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은 본질은 외면한 채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봉 감독 및 영화계를 탄압했던 정치세력이 보이는 뻔뻔함도 불편함을 키우고 있다.
▲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졸업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한 영화인은 "적어도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주목받게 되면, 정부나 정치권은 그동안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시행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유야무야 지나간 징계를 다시 짚어본다거나, 혹은 스스로 방관자였음을 반성하는 메시지라도 올리며 지난 과거를 사과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온 세계에 까발려진 한국의 기형적 주택 소유 구조와 반지하에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탁상행정을 돌아보고 긴장한다거나,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태조사라도 실시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런 고려는 없고 창피함도 모른 채 누군가의 가난까지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왜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 몫인지,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한 중견 감독도 "영화인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언어와 세계가 보편타당한 언어로 세상의 경계를 넘어선 것을 축하하고 감격하는 동안, 그의 수줍음과 겸손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온갖 패악질들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화인들은 "딱 이 정도만 기뻐하면 좋겠다"며, "후광효과로 영화산업이 커지고 관심이 많아지는 정도면 고마울 뿐"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블랙리스트로 영화계를 탄압했던 자유한국당 등의 행태에도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대구의 한 영화인은 "사회 비판적 작품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던 자들이 너도 나도 숟가락을 얹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며 "좌파로 낙인찍고, 지원 대상에서 빼라고 하고, 영화 틀지 말라 하고 이런 작태에 대해서는 반성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반대했던 자들이 생색을..."
▲ 고양 아쿠아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영화 ‘기생충’ 세트 모습 ⓒ 고양시
공무원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 아쿠아스튜디오 건립에 실무적 역할을 맡았던 한 영화 프로듀서는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스튜디오를 만들었으나 핵심 역할을 했던 공무원은 타부서로 발령났고, 나는 공무원과 대판 싸운 후 다른 사정으로 그만뒀다"며 "유휴시설 재활용사례 전국 1등을 해 고양시가 포상금을 받자 그때 가장 반대했던 기관, 공무원, 집단들은 다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더라. 기회주의자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늦었지만 당시 스튜디오를 만든다고 고생했던 사람들이 표창이나 승진이 됐으면 한다"며 "그래야 귀감이 돼 더 잘 될 수 있지 불이익을 당하고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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