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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소송 '사실상 정부 패소', 판결문 뜯어보니...
부산고등법원, 낙동강소송 항소심 선고... 환경단체 "국회 특위 구성해야"
12.02.11 10:40 ㅣ최종 업데이트 12.02.11 10:40 윤성효 (cjnews)
"결론적으로 보의 설치와 준설 등의 사업에 대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누락하였으므로, 국가재정법(제38조 제1항)을 위반하였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는 예산편성의 하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처분 자체의 하자이므로 위법하다."
지난 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신, 판사 최종우·박찬호)가 '낙동강소송' 항소심에서 판결한 것이다. 4대강정비사업과 관련해 처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관심이 높다. 판결문은 150쪽에 이른다.
▲ 낙동강사업 20공구 합천창녕보의 '가동보' 교각 사이 하류 지역에서 보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가물막이에 사용되는 철제빔을 강바닥에 박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 윤성효
[한강-금강-영산강소송 어떻게?] 위법성 첫 인정
'낙동강소송'은 국민소송단(1788명)이 국토해양부 장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2009년 11월 26일 부산지방법원에 냈던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 사건'을 말한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12월 10일 각하·기각 판결했고, 국민소송단은 2011년 1월 항소했다. 국민소송단은 다른 4대강사업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서 기각(각하)되었다.
한강소송(서울행정·고등법원)은 항소 기각되어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고, 금강소송(대전지방·고등법원)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각하·기각되었으며, 영산강소송(전주지방·고등법원)은 1심에서 기각되어 항소심 중이다.
국민소송단은 4대강사업이 하천법, 건설기술관리법, 한국수자원공사법,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국가재정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재량권 일탈·남용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나 규정 내용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행정계획의 경우 광범위한 형성의 재량이 인정되므로 관계되는 공익과 사익을 종합하여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이익형량을 누락하는 등 특별한 하자가 있어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와 같은 하자가 있다고 평가할 수 없어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낙동강사업은 국가재정법 어겼다" 판결
항소심 재판부는 낙동강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어겼다고 보았다. 국가재정법(제38조)과 국가재정법시행령(제13조)에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시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경제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국가재정법시행령(제13조 제2항 제6호)은 2009년 3월 25일 개정됐는데, '재해예방'에 해당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놓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령을 개정했던 것이다.
국민소송단은 "보·준설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인데도 재해예방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고, 보·준설은 재해예방사업에 해당하지 않고, 시급히 추진할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4대강사업은 국가재정법의 예비타당성조사 제외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국민소송단이 낸 '낙동강소송'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면서도 "낙동강사업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판결 뒤 국민소송단의 변호인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그러나 정부 측은 4대강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것. 국토해양부 변호인은 "보의 건설이나 준설의 경우 개정된 대통령령이 정한 '재해예방을 위한 시급한 사업'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측은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제외되어 하지 않았고, 생태하천·자건거도로·댐 건설·농업용 저수지 등의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다"며 "4대강사업에 대하여 개별 사업 단위별로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에비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다툼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했을까? 국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하여 재해예방이라는 이유를 들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모법인 국가재정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국가재정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설령 그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보의 설치는 재해예방사업이라고 볼 수도 없고, 보의 설치와 준설 등의 사업이 에비타당성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보․준설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4대강사업은 시급성 없다"
무엇이 '예비타당성 조사'인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의와 필요성을 설명해 놓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존의 타당성 조사를 보완하기 위해 1999년(예산회계법) 도입되었고, 기금관리기본법과 통합한 국가재정법이 2006년 제정되면서 강화된 제도다.
국책사업 추진 단계는 예비타당성조사-타당성조사-설계-보상-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기획재정부 장관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후속 절차를 위한 추가적인 예산 편성을 미리 막아 재정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획재정부는 "1999~2008년 사이 총 378건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하여 162건(43%)에 대하여 사업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판다나여 추가적인 예산편성을 막아 재정의 효율성과 건전성 제고에 기여하였다"고 자평했다는 사실을 판결문에서는 언급해 놓았다.
▲ 낙동강사업 18공구 창녕함안보. ⓒ 윤성효
재판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500억 원 이상의 공사비, 300억 원 이상의 국고지원이 들어간 대형 국책사업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사업은 4대강사업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개정시행령에서 면제 대상에 '재해예방'사업을 추가로 삽입했던 것에 대해, 재판부는 "행정부가 재해예방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그 시급한 추진이 필요하다고만 하면 그 사업시행으로 국가재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더라도, 행정부 스스로 통제할 방안이 없어지게 되어 건전한 국가재정에 반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의 '시급성'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기획재정부 내 재정사업평가자문회의의 의견만 수렴하여 시급성이 인정된다고 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피고(정부) 주장 자체로도 재해예방이라는 것이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한다고 하는데 역사상 낙동강 본류가 대규모로 범람한 적이 없고, 낙동강 대부분 구간은 2m의 홍수여유고가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급변하는 이상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길어야 6개월도 걸리지 않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사업 추진이 시급한 것인지 수긍할 수 없다"며 "보․준설 사업의 추진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을 요하는 것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법하지만 취소는 못해... 이유는 '사정판결' 때문
그러면 4대강사업이 위법인데 왜 하천공사를 취소하라고 판결하지 않은 것인가? '사정판결(事情判決)'이 그 이유다. 행정처분이 위법하면 취소하는 게 원칙이나 이를 경우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하는 판결을 말한다.
행정소송법에 보면,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사정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대법원도 이전 비슷한 사건에서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취소·변경하여야 할 필요와 그 취소·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 등을 비교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4대강사업은 공공복리에 적합한가? 재판부는 "사업은 이미 대부분 공정이 90% 이상 완료되어 이를 원상회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보·준설이 완료된 상황에서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조치는 국가재정의 효율성과 기술적·환경침해적으로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았다.
또 재판부는 "사업 집행을 위해 광범위한 토지에 대한 수용절차가 이미 완료되는 등 기왕의 처분을 토대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과 새로운 법률관계가 이미 형성되었고, 뒤늦게 이를 취소한다면 기존에 형성된 법률 관계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굳이 처분을 취소하여, 이를 토대로 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그 효력을 유지하되 다만 이 판결의 주문에서 처분이 위법함을 명시하는 것이 공공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고,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낙동강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이 정한 절차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고,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관련된 처분은 위법한 처분임을 명백히 선언한다"면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므로, 행정소송법이 정한 사정판결을 하기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되, 관련된 처분이 위법함을 판결문 주문에 명백히 표시한다"고 판결했다.
▲ 창원민예총, 생명평화결사,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운동본부는 7일 오후 낙동강사업 18공구 창녕함안보 전망대 앞 주차장에서 '생태 파괴'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언 강에 절하다"는 제목으로 '333번' 절하기를 했다. 사진은 생명평화결사 권술용씨가 두 손을 모은 모습. ⓒ 윤성효
[대법원 상고심은 어떻게?] 국회 '특위' 구성 촉구
낙동강소송 항소심 판결은 끝이 아니다. 국민소송단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정부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했기에 상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판결이 남아 있는 다른 4대강사업 관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높다.
국민소송단 정남순 변호사는 "사법부가 국책사업의 위법성을 명시적으로 밝힌 역사적 판결이다. 사업 취소만 안됐을 뿐 사실상 국민소송단의 승소"라고, 정부 측 서규영 변호사(정부법무공단)는 "황당하다.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더욱 크다"면서 "다시는 국민의사에 반하는 위법한 사업으로 수십조의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자연이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이명박 정권은 이번 판결을 곱씹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되찾기연석회의,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소송인단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4대강 사업 심판과 원상회복 운동의 정당성을 밝혀주는 판결"이라며 "사업의 위법성을 확인하였다면 지금이라도 사업을 취소하고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사정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 "국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위법성이 확인된 4대강사업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야 할 것", "2012년 4대강 사업 예산의 즉각적인 정지 조치를 취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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