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215190011910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항고 기각.. "약자 눈물 닦는 검찰은 어디에"
김성호 입력 2020.02.15. 19:00 수정 2020.02.15. 19:29
6일 서울고검 김호영 검사 '항고 기각'
성재호 검사 불기소결정서 그대로 원용
본지 보도 오류 인정에도 사과는 없어
[파이낸셜뉴스]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4년째 울고 있다. 4년이 되도록 죽은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한 건, 해결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죽음에 책임 있는 이들은 아직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유족은 만사를 제쳐두고 사건에 매달리는데, 병원은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들이 죽고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내걸어 처벌을 받은 이 병원은, 1년쯤 지나 같은 문구를 슬며시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이번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본지 2월 8일. ‘[단독] 수술 환자 사망에도 '무사고' 광고 처벌 無... 짙어지는 검찰 '봐주기' 의혹’ 참조>
아들이 죽고 3년이 넘게 흘러서야 검찰은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핵심이라 평가된 ‘의료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됐다. 전문기관 여러 곳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에 힘을 싣는 감정결과를 내놓았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병원 측 변호인과 수사검사가 같은 대학교 의학과와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이라며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본지 2월 1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전문감정과 정반대 결론... '봐주기 수사' 의혹’ 외 다수 보도 참조>
유족들은 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유족이 직접 확보한 수술실 CCTV를 500여 차례 돌려보며 의료진 과실을 입증해, 한국 의료사고의 상징적 사건으로 떠오른 ‘권대희씨 사망사건’ 이야기다.
고 권대희씨가 군 복무 중 면회를 온 어머니, 형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권씨는 전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 중태에 빠져 49일만에 숨졌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고 권대희씨가 군 복무 중 면회를 온 어머니, 형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권씨는 전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 중태에 빠져 49일만에 숨졌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검찰 스스로 '불기소' 되돌릴 기회 사라져
15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고등검찰청 김호영 검사가 권씨 의료사고 사망사건 항고를 기각했다. 사건이 배당된 지 29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입수한 항고사건처분통지엔 단 두 줄의 기각 이유가 적혀 있다.
‘이 항고사건의 피의사실과 불기소이유의 요지는 불기소처분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결정서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는 바, 일건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불기소처분 검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볼 자료 없으므로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세밀한’ 기록 검토에도 수사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합당하다는 결론이다. 이로써 검찰이 스스로 불기소 처분을 바로잡을 기회는 영영 사라지게 됐다.
유족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섯 개 전문기관이 십여 차례에 걸쳐 내놓은 감정결과에서 간호조무사의 지혈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따져볼만한 근거가 다수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충격적이란 것이다.
특히 지난 보도에서 보듯 보건복지부가 ‘의사가 간호사에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해당 사건이 의료법 위반이란 명확한 답변을 내놨다는 사실이 밝혀져 검찰이 결론을 뒤집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끔 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유족의 기대를 외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강자의 횡포를 막아내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검찰 본연의 소임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출처=fnDB
■약자 눈물 닦는 검찰은 어디에...
검찰이 항고를 기각했지만 담당 수사검사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소속 성재호 검사의 봐주기 수사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전문기관의 감정결과 뿐 아니라 경찰 광역수사대가 간호조무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와 성형외과 원장 등의 ‘무면허 의료행위 방조·교사’ 혐의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이를 뒤엎는 결론을 내린 점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를 포함한 다수 판례는 물론 과거 검찰의 기소 사례와 성재호 검사가 해당 사건 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한 공소장에서도 성 검사가 불기소이유통지서에서 펼친 논거와 반대되는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고검은 본지가 지난 1일 보도한 기사( [단독] '무면허 의료행위' 확답에도 검찰은 불기소... "뭐하는 조직인가")에서 지적한 문서 작성자 이름 오류를 정정했다. 본지가 추정한 바와 같이 성재호 검사가 위 문서를 작성한 의사의 성명을 이모씨로 잘못 적은 것을 박모씨로 바로잡은 것이다.
다만 이런 허술한 오류와 관련하여 유족에게 상처를 줬다는 자각이나 사과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검찰에 맡겨진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강자의 횡포를 막아내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검찰 본연의 소임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지난 수개월의 취재 동안 기자는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우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강자의 횡포를 막아내고 약자의 눈물을 닦겠다’는 검찰총장의 신년사를 보고 이씨가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변변치 못한 기자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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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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