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705091951909


"DMZ 북한군 부패 만연..뇌물 주면 진급 등 다할 수 있어"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입력 2020.07.05. 09:19 수정 2020.07.05. 13:07 


미국 WSJ, DMZ 근무 북한군 탈북자 기사 실어

“무법천지…부모에 전화해 돈 받아오라고 압박”

“상관들, 식량 시장에 팔고…사마귀알 구해오라 지시도”


지난달 9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철책을 지키는 북한 병사가 몸을 푸는 듯 한 발로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9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철책을 지키는 북한 병사가 몸을 푸는 듯 한 발로 서있다.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한 탈북자의 이야기가 북한군의 부패상을 보여 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WSJ와 인터뷰를 한 인물은 20대 초반의 노철민씨다. 그는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부대에서 병사로 근무하다가 2017년 12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노씨는 2017년 늦여름 북한 병사들이 선망하는 DMZ 부대에 배속됐다. 뛰어난 사격 기술과 북한 주민치고는 상대적으로 큰 키 177㎝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첫 사격훈련 때 노씨는 깜짝 놀랐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씨는 동료 병사들이 상관에게 뇌물을 줘 사격훈련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씨는 최정예 병사로 구성된 북한군 DMZ 부대에 배치되면서 충분한 식량과 조직화된 리더십·집중적인 훈련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 부대도 부패가 만연했다. 노씨는 뇌물을 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처우나 빠른 진급, 훈련 열외, 심지어 충분한 식량을 기대할 수 없었다.


노씨는 WSJ에 “나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그곳은 무법천지였다”면서 “돈이 있다면 어떠한 것도 모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MZ 부대에 배치된 뒤 한 상관이 다가와 “내가 원한다면 너를 폭행할 수 있고, 내가 죽으라고 말하면 너는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관이 “진급을 원하지 않느냐”면서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총기 사고로 동료 병사들이 죽어갔다. 상관들은 식량을 훔쳐 가까운 시장에 내다팔았다. 병사들은 값싼 옥수수 죽을 먹어야 했다.


고위직 부모를 둔 최전방 병사들은 뇌물을 주기 위해 돈을 전달받았다. 일부 병사들은 부대 지휘관들에게 미화로 150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바치고 혹한기 경계 근무에서 빠졌다. 또 추가 배식과 방한복을 얻었으며, 매주 집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뇌물을 전달한 병사들은 숙면을 취했으며 시장에 나가 맛있는 빵을 사먹기도 했다.


그러나 노씨는 영하 40도 이하의 떨어진 한파 속에서 13시간 경계 근무를 섰다. 피부가 갈라지고, 입김에 눈썹이 얼어붙었다.


2시간 이내에 사마귀알 100개를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아 비닐 봉투를 들고 갈대밭을 헤매기도 했다. 상관들은 중국 약재에 쓰이는 사마귀알을 시장에 팔기 위해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노씨와 같은 젊은 병사들은 북한 노동당원이 되기 위해 공부했다. 그러나 노씨는 공책이나 볼펜을 살 돈조차 없었다. 상관들은 부모에 전화를 해 돈을 받아오라고 노씨를 압박했다. 상관들이 빌려준 돈으로 노씨는 2분가량 가족들과 통화를 했으나 고통스런 삶에 대해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누나가 통화비를 갚으라고 미화 1달러 정도의 돈을 보내줬고, 통화비를 갚고 남은 돈으로 공책과 손전등을 샀다.


노씨는 DMZ 부대에서 야생 버섯 등을 채취해 먹었고, 수개월 만에 체중이 41㎏까지 빠졌다. 그는 유일하게 널리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담배였다.


그는 탈북을 결심하기 전, 상관들로부터 쌀과자를 훔쳤다는 누명을 썼다. 구타를 당하고 자아비판에 내몰렸다. 노씨는 2017년 12월 탈북을 행동에 옮겼다. 그는 남쪽으로 내달렸고, 가슴까지 차는 물을 건너기도 했다. 그는 귀순 당시 소총과 실탄 90발, 수류탄 2개를 지니고 있었다.


남쪽으로 무사히 넘어온 뒤 한국군 병사는 “귀순자냐”고 물었고, 노씨는 그 말이 처음 듣는 단어였다고 WSJ에 말했다.


노씨는 최근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주말에는 웨딩홀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먹을 것이 많아 가끔 식사를 건너뛰기도 한다.


노씨는 탈북 이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 상황을 알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탈북자 가족들을 흔히 처벌하기 때문이다. 노씨는 모르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WSJ에 “나는 매일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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