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764


[현장]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 아수라장 MBC

기자명 김예리 윤유경 기자 입력 2022.01.14 14:19 수정 2022.01.14 15:56


언론노조·MBC본부·시민·취재진·유튜버 뒤섞여 1시간 격렬 충돌

국민의힘, 2차례 시도 끝 경찰 호위 받으며 박성제 사장 면담 성사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을 비롯한 의원단이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통화 녹음파일 보도를 예고한 MBC에 항의차 MBC 상암 본사를 찾았으나 되레 소식을 듣고 모인 인파에 휩싸이면서 40분가량 격한 충돌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언론노조 MBC본부와 대치 끝에 박성제 MBC 사장과 면담을 성사시킨 뒤 사옥을 떠났다.


이날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은 오전 9시10분부터 국민의힘 항의 방문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찼다. ‘공영방송 장악시도를 저지하는 촛불시민연대’라고 단체명을 밝힌 시민 30여명은 정문 앞에 원을 그리고 서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3일 밤 국민의힘 측은 소속 의원과 보좌관 포함 50여명이 이날 오전 10시 15분 경 MBC에 항의 방문할 것이라 예고한 상황이었다.


▲‘공영방송 장악시도를 저지하는 촛불시민연대’라고 단체명을 밝힌 시민 30여명은 14일 MBC 상암본사 정문과 후문 앞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공영방송 장악시도를 저지하는 촛불시민연대’라고 단체명을 밝힌 시민 30여명은 14일 MBC 상암본사 정문과 후문 앞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MBC 본사 안전관리 직원들은 9시께부터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취재진을 포함한 외부인의 사옥 출입을 전면 제한했다. 경찰은 이날 버스 3대를 동원, 경력을 배치했다.


10시께 MBC 후문 앞 인파는 언론사 정치부·사회부 기자와 사진·영상기자, 항의방문을 저지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중계하려는 유튜버 등 100여명으로 북적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하 MBC본부 간부, 조합원 40여명은 오전 10시께 MBC 주차장 진입로가 있는 후문을 3줄로 막아섰다. 이들은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청자가 보고 있다, 방송개입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또다시 방송장악과 관련된 일로 MBC 사옥 앞에 우리가 설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오늘 이 싸움을 통해 다시 한번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전선을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하 MBC본부 간부, 조합원 40여명은 14일 오전 10시께 MBC 주차장 진입로가 있는 후문 앞에서 줄지어 막아섰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하 MBC본부 간부, 조합원 40여명은 14일 오전 10시께 MBC 주차장 진입로가 있는 후문 앞에서 줄지어 막아섰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태운 버스가 10시25분께 진입하자 MBC 후문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차문이 열리기 전부터 버스를 에워싸고 “여기는 MBC지 국민의힘 당사가 아니다, 뭐 하러 왔느냐” “우린 김건희의 목소리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원내대표단과 의원 일부가 내려 MBC 후문으로 이동하는 동안 이를 막으려는 시민들, 이를 찍으려는 기자와 유튜버, 경찰이 뒤섞여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항의방문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원내부대표, 박성중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과 정희용 의원, 이채익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박대출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14일 오전 아수라장이 된 MBC 상암본사 앞. 사진=윤유경 기자

▲14일 오전 아수라장이 된 MBC 상암본사 앞. 사진=윤유경 기자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중 의원 등 대표단이 인파에 에워싸인 채 MBC 후문 앞에 다다르자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 밀고 밀리는 인파 속에선 “나 기자라고” “경찰이 나 때려” “성희롱이다” 등 고함이 엇갈렸다. 이 과정에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다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손으로 짚고 일어나기도 했다. 시민들이 박성중 의원을 사방에서 밀쳐 마스크가 일부 벗겨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중 의원 등이 MBC 상암본사 진입을 저지하려는 시민와 취재진 등 인파에 휩쓸리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중 의원 등이 MBC 상암본사 진입을 저지하려는 시민와 취재진 등 인파에 휩쓸리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인파에 휩싸여 넘어지려다 일어나는 모습. 사진=김용욱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인파에 휩싸여 넘어지려다 일어나는 모습. 사진=김용욱 기자


김기현 원내대표는 1차 진입 시도에 실패하자 인파를 빠져나와 중간 브리핑을 연 뒤 2차 진입을 시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MBC는 뭐가 두려워서 밀실 속에 꽁꽁 숨어 방송을 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후보자 배우자의 불법 음성녹음파일을 (MBC가) 방송하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MBC 방송은) 음성권 침해 법 위반이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반박할 시간도 적다”고 주장했다.


▲MBC를 찾은 국민의힘 대표단이 후문 주차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MBC를 찾은 국민의힘 대표단이 후문 주차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MBC 사옥에 들어선 국민의힘 측 대표단 3인이 언론노조 MBC본부 간부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MBC 사옥에 들어선 국민의힘 측 대표단 3인이 언론노조 MBC본부 간부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충돌이 격해진 사이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들은 사옥 안으로 들어가 피켓을 들고 줄지어 문 앞을 막아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인파를 뚫고 경찰의 보호를 받아 MBC 건물 로비에 들어선 시각은 11시께였다. 


MBC본부에 따르면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최성혁 MBC본부장은 로비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10분 정도 항의성 대화를 나눴다. 이후 11시11분쯤 원내대표단과 박성중 의원 등 3인이 사장실로 올라가 박성제 MBC 사장과 25분 간 면담을 진행했다. 대표단은 이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11시35분께 버스에 올라 MBC를 떠났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송도 되지 않은 보도에 대한민국 입법부가, 그것도 방송과 언론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과방위와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가면서까지 공영방송을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명백한 방송 독립 침해이자 헌법과 방송법을 위배한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11시35분께 국민의힘이 제기한 MBC ‘스트레이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부 판단은 오늘 중 나올 예정이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