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1136
[주장] 윤석열 4대강 공약, 큰일납니다
재자연화 정책 폐기? '녹조 독' 농산물 어떻게 할 건가
22.02.17 19:36 l 최종 업데이트 22.02.17 19:36 l 정수근(grreview30)
▲ 합천보의 심각한 녹조 2018년 8월 합천보의 녹조. 당시 남조류 세포수는 126만셀을 넘어 조류대발상 단계까지 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5일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측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항목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쉽게 말해 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4대강 재자연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4대강 재자연화는 현 정부의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국민의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녹조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4대강사업의 문제 중 녹조는 치명적이다. 녹조는 단순히 강물을 녹색으로 만들어 거부감을 주는 것을 넘어 독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다. 그것도 치명적인 맹독이다. 녹조는 독성물질의 대표격인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100배가 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녹조 독은 간, 폐, 혈청, 신경과 뇌질환에 이어 최근에 생식 독성까지 띠고 있어 정자수 감소 및 난소에 치명적인 영향까지 준다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8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는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바로 낙동강과 금강의 강물로 농사지은 농산물에서 녹조의 독이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금강의 강물로 농사지은 쌀(현미)과 낙동강의 강물로 농사지은 무와 배추에서 검출됐다.
금강 하굿둑으로 막힌 하류쪽의 한 정미소에서 구입한 현미에서, 낙동강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한 농가 무밭에서 채취한 무에서, 낙동강 창원시 대산면의 한 농가의 배추밭에서 채취한 배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1.3㎍/㎏, 1.85㎍/㎏, 1.1㎍/㎏씩 검출된 것이다.
쌀, 무, 배추는 한국인 주식의 주재료다. 밥과 김치는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여기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는 것은 한국인의 밥상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의미한다.
만약 녹조가 있는 쌀과 무, 배추를 함께 먹는다고 가정하고 60kg 성인이 하루 쌀 300g을 섭취하면 0.39㎍/㎏이고, 배추와 무를 하루 100g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0.295㎍/㎏를 합치면 마이크로시스틴의 양은 0.685㎍/㎏이나 된다. 이것은 프랑스의 생식 독성 가이드라인을 11.4배 초과하는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는 셈이 되고, 미국 캘리포니아 간 병변 가이드라인을 1.8배 초과하고, 생식 독성 가이드라인을 6.3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쌀과 김치는 거의 매일 먹는 셈이니, 매끼마다 간 병변을 일으키고 생식 독성까지 일으키고 무엇보다 암을 일으키는 독을 먹게 되는 셈이 된다. 이 심각한 문제를 그냥 두고 봐야 할까?
그래서 윤석열 후보에게 묻는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 때문에 녹조가 해마다 발생하고 그 녹조의 치명적인 독이 우리 농산물 그것도 주 식재료에 농축되어 들어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대강 재자연화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4대강 보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고, 그것은 4대강에서 녹조가 계속 피어나도 감수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을 계속해서 먹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후보는 여기에 답해야 한다.
▲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금강과 낙동강 강물로 기른 농작물에 든 녹조 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뻔히 길이 있건만
4대강사업으로 8개의 보가 만들어졌고, 한 개의 댐이 건설되었다. 4대강이란 국토의 대동맥이 보와 댐으로 막힌 것이다. 혈관을 막아놓고 사람이 건강하길 바랄 수 없듯이, 국토의 대동맥을 막아놓고 국토가 건강하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대강사업으로 국토가 지금 아프다. 시름시름 앓아 죽어가고 있다. 발암 물질인 녹조 독은 그 증거다. 더 늦기 전에 국토를 치유해야 한다. 치유의 길은 어렵지 않다. 4대강 보와 영주댐을 제거하면 된다. 제거가 당장 어렵다면 수문이라도 활짝 열어주면 된다. 그러면 강이 살아나고 강이 살아나면 강은 건강한 강물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강도 살고 우리도 건강해지는 길이 있는데 왜 이 길을 마다하나? 지금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왜 4대강 재자연화를 이렇게 질질 끌었느냐? 문재인 정부 지난 5년 동안 뭘하고 이 중차대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았느냐'고 따져야 한다. 왜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냐고 추궁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비판의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4대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이 되면 수질은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강의 건강성은 더 살아날 것이다. 왜냐하면 4대강 안의 농토 같은 오염요소를 모두 제거했고, 총인처리시설을 보강했기 때문에 강만 흐르게 한다면 강의 자정작용이 더해져 수질이 더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맑은 강물로 인해서 안전한 수돗물과 안전한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취·양수장 구조개선작업이다. 4대강사업의 최대 적폐 중 하나가 취·양수장의 구조를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놓은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바닥을 깊이 팠기 때문에 수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놓으면 수위가 낮아져 기존 시설로는 취수와 양수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윤 후보가 따져야 할 지점
▲ 합천보의 수문을 열자 현풍양수장의 취수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저 상태로는 취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해야 합천보 수문을 언제든 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기후변화나 비상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수문을 탄력적으로 열 수 있도록 만들어놓아야 하는데 취·양수장 문제로 그 길을 차단시켜 놓은 셈이다. 취·양수장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도 지난 5년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이제야 하고 있다.
지금 바로 작업을 해도 빨라야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적어도 2년 동안은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을 계속해서 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결국 예산 문제다. 예산이 너무 적다. 취·양수장 구조개선 작업에 총 9000억원 정도가 든다는데 지난해 확보한 예산은 고작 308억원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비판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지난 5년 동안 취·양수장 구조개선 작업도 안하고 도대체 뭘 했느냐고, 지난해 예산 308억원이 뭐냐고 따져 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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