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AIyDV
2022 낙동강 녹조 대란의 교훈 - 정부는 녹조 건강 영향을 조사하라
최승호 2022년 08월 25일 13시 00분
경남 양산시의 논에 낙동강에서 유입된 녹조가 가득차 있다.
2022년 여름 낙동강의 녹조 발생을 조사한 결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의 녹조 독소가 곳곳에서 검출됐다고 환경단체와 대한하천학회 등이 발표했다. 단체들은 25일 환경운동연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일원의 논에서 높은 농도의 녹조 독소가 발견돼 농산물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대구 수돗물에서도 독소가 나왔고, 치매나 루게릭병 등 신경변성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 BMAA 독소가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또 이처럼 높은 국민 건강 위험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등 정부의 대처가 안이해서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단체가 25일 낙동강 녹조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의 한 양수장에 녹조 물이 가득한 모습. 이 물이 인근의 넓은 농경지에 공급됐다.
경남 지방의 논에서 고농도 녹조 독소 검출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금강과 낙동강의 쌀, 배추, 무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그런데 올해 여름 낙동강에서는 작년과는 다른 지역 농산물들까지 추가로 녹조 독소에 노출돼 있는 것이 드러났다. 가장 심한 곳은 경남 양산의 논이다. 이 지역은 낙동강 물을 용수로 쓰는데 온통 녹조로 가득한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논이 녹조 밭이 돼버렸다. 환경단체가 취재한 논 물을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검사한 결과 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 독하다는 마이크로시스틴(MCs)이 5079ug/L(ppb)나 검출됐다. 미국 환경청은 물에 8ppb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있으면 물놀이를 금지하는데, 그 기준의 무려 634배나 된다. 이 지역 말고도 환경단체와 대한하천학회가 구성한 녹조 조사단이 확인한 녹조 노출 농경지들은 광범위하다. 조사단이 일부 논의 토양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뿐 아니라 신경독소인 아나톡신, 신경변성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BMAA 등 다양한 독소가 검출됐다. 올해 추수 이후 이 농작물들에 대한 독소 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대구 수돗물에서 마이크로 시스틴 검출... 미국 아동 음용 금지 기준에 가까워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올 7월 대구의 정수장 3곳에서 정수과정을 거친 물을 받아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 0.281-0.226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청에서 미취학 아동에게 적용하는 기준인 0.3ppb에 근접하는 것이다. 미국 환경청의 기준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간독성 실험에 기초한 것인데 정자 숫자 감소 등 생식 독성은 그보다 훨씬 낮은 수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OEHHA(환경건강위험평가국)은 생식독성을 기초로 권고 기준치를 만들었는데 마시는 물의 경우 0.03ppb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구 수돗물을 계속 마셨을 때 정자 수 감소 등 생식독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바다까지 퍼진 녹조
올 여름 녹조 현상은 바다까지 퍼졌다. 환경부가 낙동강에 녹조가 퍼진 뒤 보 수문을 개방하자 바다까지 녹조가 떠내려 간 것이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거제시 농소몽돌해변, 흥남해수욕장, 덕포해수욕장 등 넓은 지역에서 녹조가 발견됐다. 환경단체가 채수해서 이승준교수팀이 측정한 마이크로시스틴(MCs) 농도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미국 환경청 물놀이 금지기준(8ppb)을 초과했다. 신경변성 독소인 BMAA도 측정됐다. 녹조가 있으니 입수하지 말라는 팻말은 붙어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녹조가 있는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상황이 펼쳐졌다. 입수하지 말라는 경고만 있을 뿐 녹조에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를 알리는 정보는 찾을 수 없었고 서핑 등 바다 스포츠 업체들은 그대로 영업하는 상태에서 시민들은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양한 녹조 독소 발견... 정부가 감시하는 것은 MC-LR 한 가지 뿐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외에도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수백 마리를 죽이면서 유명해진 신경독소 아나톡신과 치매, 파킨슨병,루게릭병 등 신경변성 질환을 일으키는 BMAA, 실린드로스퍼몹신 등 새로운 녹조 독소들이 발견됐다. 현재 환경부는 마이크로시스틴(MCs)의 수백 가지 독소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 LR(MC-LR)만을 먹는 물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실제 독소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영주댐에서 아나톡신이, 합천의 논에서 BMAA가 나왔다. 간독성과 신장독성이 있는 실린드로스퍼몹신도 양이 많진 않았지만 열 군데에서 나왔다. 이런 현상은 이미 우리 환경에 다양한 녹조 독소들이 침입해 있으며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미국 환경청은 마이크로시스틴(MCs)과 실린드로스퍼몹신을 규제하고 있다. 2014년 녹조 독소에 대한 우려로 톨레도시(市)의 수돗물 공급을 중지한 적이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 환경청은 마이크로시스틴(MCs), 실린드로스퍼몹신, 아나톡신-A, 삭시톡신을 규제하고 있다.
환경부 녹조 측정지점과 실제 위험이 집중된 취수장 앞의 녹조 독소는 수천 배나 차이가 난다. 환경부는 녹조 독소가 저평가되도록 측정 지점을 설정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4대강 사업 후 녹조 독소 저평가되도록 제도 만들어온 환경부
한국 정부는 4대강 사업 이후 그동안 녹조 독소가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면서 녹조 독소를 직접 측정해 발표하기보다 남조류 세포숫자를 세서 경보를 발령하는 간접적인 경보 기준을 설정했다. 남조류의 세포숫자는 녹조가 얼마나 심한 곳에서 물을 뜨느냐에 달려 있는데 환경부는 낙동강의 경우 실제 위험이 집중된 취수장 취수구보다 상류 수km의 물 흐름이 빠른 강 가운데 지점에 채수지점을 지정했다. 게다가 물의 상층 중층 하층을 떠서 뒤섞는 방식을 채택해 상층, 그러니까 물 표면에 많은 녹조를 희석시키는 채수방식을 선택했다. 7월 26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대구 문산 취수장 앞에서 채수한 물을 이승준 부경대 교수 팀에서 분석한 결과 남조류 세포수가 102만셀이나 나왔다. 조류경보제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조류대발생' 단계의 기준(100만셀)을 초과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 전인 7월 25일 환경부가 취수장 상류 수 km 강 가운데서 채수한 물에서 나온 남조류 세포는 9,116셀이었다. 정작 중요한 곳인 취수장 앞의 100분의 1이고, 녹조 경보 단계 중 '관심' 단계에 불과한 수치다. '조류대발생'이 '관심' 단계로 격하되는 것이다. 실제 낙동강 상수원에는 위험한 녹조가 창궐하는데도 환경부는 이런 식의 경보 제도 운영에 근거해 ‘녹조가 많지 않다.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부 2016년 실험 근거로 ‘농작물에 녹조 독소 영향 없을 것’ 주장
환경부는 농산물에 녹조 독성이 흡수될 가능성도 낮게 평가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환경부가 발간한 책자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는 “용수의 이송과 저류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도 환경부는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2016년 농어촌공사가 실시한 실험이다. 당시 농어촌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소는 여러 양수장에서 공급하는 물로 벼를 키운 결과 ‘쌀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녹조 독성이 우리 농산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사용한 농업용수의 최고 독성은 24ppb였다. 2021년 환경단체가 채수해 이승준교수가 분석한 금강 하굿둑 근처 양수장 농업용수에서는 수천 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수확 후 검사한 쌀에서도 나왔다. 올해 낙동강의 도동양수장 농업용수에서는 3922ppb가 나왔다.
식약처 올해 쌀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법 마련했으나 공개하지 않아
농어촌공사가 2016년 쌀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할 때는 공인된 검사법도 없을 때여서 과연 정확한 방법을 통한 시험이었는지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에야 검사법을 마련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 바깥의 전문가들과 교차 검증을 통해 한국민의 주식인 쌀이 어느 정도나 녹조 독성에 오염되었는지 공감을 넓혀가야 하는 상황에서 식약처의 불투명한 태도는 또 다른 비판을 부르고 있다.
한국 녹조발생이 신장 질환, 비알콜성 간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나와
환경부 등 정부가 녹조 위험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녹조 발생이 신장 질환 등 발생률 및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성균관대 의학과 성지선 씨의 박사논문 <녹조발생이 지역별 간질환 및 신장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그것이다. 논문은 전 국민 건강보험자료와 사망자료를 이용해 녹조발생으로 인한 남조류독소 노출이 지역별 간암, 간질환, 신장질환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검토했다. 그 결과 남조류 독소 노출은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생률, 사구체질환 및 세뇨관-간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 논문은 “기존에 알려진 간암 등 간질환과의 연관성은 이 연구에 활용된 자료의 특성상 보이지 않았으나, 비알코올성 간질환과의 연관성은 잘 나타났다. 특히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장질환과의 연관성이 발생률과 사망률, 두 가지 노출평가 모두에서 나타난 것이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 지도교수인 정해관 성균관대 의학과 교수는 “향후 남조류 독소의 건강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노출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상수 원수, 정수처리 후 수돗물, 농수산물 등에서의 지속적인 마이크로시스틴-LR 농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남조류독소의 건강 영향이 잘 알려진 간암, 간질환, 그리고 본 연구에서 연관성이 관찰된 신장질환에 대하여 녹조발생에 취약한 지역 또는 이러한 질병에 취약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녹조건강영향 감시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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