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082


‘언론재갈법’ 거품 물었던 국힘, 이젠 ‘국익’ 반한다며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

기자명 조현호 기자   입력 2022.09.30 13:03  수정 2022.09.30 16:33  댓글 25


주호영 원내대표 “생각 달라…의도 있는 보도 보호 못받아”

박성중 MBC 기자 실명 공개하면서 “추가 법적 조치” →

1년 전 “가짜뉴스 명분 국민 재갈물려”

경실련 “내로남불 그 자체, 정파적 형사고발 금기해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논란 영상을 보도한 책임을 묻겠다며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정치부 기자를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했으나 과거 태도와 180도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과 1년 전 만 해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권력비판을 막는 언론재갈법이라고 비난하며 끝까지 막겠다고 했으나 정권이 바뀌고 나자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매체에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연일 성토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정파적 형사고발을 금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MBC가 의도를 갖거나 기본을 안 지켜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국감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가 언론중재법을 가짜 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했을 때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 비판과 권력비판을 못하게 입을 막는 언론재갈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는데, 지금 대통령 발언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1년 만에 (입장이 바뀐) 너무 심한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에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헌법상 언론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헌법상 개인이 가진 다른 가치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일반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보도 취재 같은 기준과 윤리가 있지 않느냐”며 “가짜 뉴스라는 것이 언론보도에서 기본인 확인을 거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무슨 사실과 다른 것이 있더라도 보호되는 것이지, 명백히 의도를 갖고 하는 가짜뉴스라든지 취재에 있어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뉴스에까지 책임을 면제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MBC가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주 원내대표는 “그건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이고, 일반적으로 전문가들 의견에 의하면 괄호 안에 미국을 넣은 것은 보도 취재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들이 있다”며 “그런 것들을 점검해 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백브리핑에서 MBC에 대통령 명예훼손 형사고발이 1년 전 언론중재법을 언론에 재갈물리기라며 반대하던 입장과 다르지 않느냐는 비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백브리핑에서 MBC에 대통령 명예훼손 형사고발이 1년 전 언론중재법을 언론에 재갈물리기라며 반대하던 입장과 다르지 않느냐는 비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보느냐는 묻자 주 원내대표는 “그 법률적인 것까지 다 대답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고발 대상자 가운데 임현주 MBC 기자 실명을 거론한 것을 두고 좌표 찍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MBC가 법적 대응한 부분과 별개로 공개석상에서 특정 기자 실명을 거론한 것은 좌표 찍기를 의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곽우신 오마이뉴스 기자 질의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과방위 간사이기 때문에. 저는 좌표 찍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보도한 기자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전날 대통령실에서 비속어 논란을 발언 논란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데, 타당한 요청이라고 보는지, 그것도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주 원내대표는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모든 의문을 제가 다 풀어드릴 수가 없다”며 “누구신데 (그러냐). 끝나고 나와서 묻지 말라. 개인적으로는 안 나갈테니까”라고 말했다.


박성중 1년 전 “가짜뉴스 명분 국민에 재갈물려” → “MBC 철저한 수사받을 것”


한편, MBC 고발을 주도한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가 MBC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법적 책임을 묻고, 추가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밝힌 발언도 논란이다. 1년 전엔 언론중재법 저지에 가장 앞장선 책임자였다. 박 간사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날 MBC의 박성제 사장, 박성호 보도국장, 연보흠 디지털뉴스국장, 임현주 정치부 기자를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소개하면서 “MBC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미국’ 자막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조작 방송을 했으나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MBC 기자 이름을 공개석상에서 거론한 박성중 과방위 간사의 발언은 특정 좌표찍기 아니냐는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MBC 기자 이름을 공개석상에서 거론한 박성중 과방위 간사의 발언은 특정 좌표찍기 아니냐는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MBC가 29일자 뉴스데스크에서 ‘MBC는 자막을 조작하지 않았다, 당시 뉴욕의 프레스센터에서 다수의 방송 기자들이 각자 송출된 취재 영상을 재생하여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 각자 판단을 내렸다’고 방송한 점을 들어 박 간사는 “지금 정확하지도 않는 사실을 대충 몇 명 모여서 그런 것 같다는 것으로 방송을 내보냈다고 자인하고 있다”며 “타 매체도 다 같이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유체이탈 식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박 간사는 “MBC가 한미관계와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통령의 발언을 고작 공감대로 단정 짓고 본인들이 최초로 뿌린 거짓의 씨앗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온 사방에 퍼지는데도 타 매체도 같이 했다고 물타기를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 몇 명이 모여 ‘바이든이라고 들리지’라고 검증해서 보도해버린 것이 MBC가 말하는 저널리즘인가 묻고 싶다”고도 주장했다.


박 간사는 “MBC는 이번 대형 오보 사건 뿐 아니라 그간 국민을 기만하고 방송권을 악용한 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MBC 조작 방송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간사는 “MBC는 법과 원칙에 의한 철저한 수사를 받을 것이며, 앞으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는대로 추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박 간사는 1년여 전만 해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언론 재갈물리기와 언론탄압을 규탄했다. 박성중 간사는 지난해 2월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이 법안들은 소위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소위 ‘언론재갈법’이고, 언론‧방송을 협박해서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협박법’”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전방위에 걸쳐서 합법과 제도적 절차를 가장해서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언론·방송을 탄압하는 신호탄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래 놓고 이제와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MBC에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국익 훼손을 주장하며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30일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MBC를 향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법적 책임을 묻고 추가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30일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MBC를 향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법적 책임을 묻고 추가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이에 경실련은 논평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언론중재법안들이 발의되었을 때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며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게 되자 언론사에 방문해 압박하고, 명예훼손 고발을 응원하는 등 더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내로남불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정파적으로 언론사 및 비판하는 시민을 형사 고소 고발하는 행위는 자제되거나 금기되어야 한다”며 “형사처벌 조항들을 폐지하는 노력을 해야지, 말할 수 있는 자유마저 위축시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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