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62115.html


‘윤석열차’ 숨은 그림 찾아봐…구둣발·한동훈·여가부 다 있어

등록 :2022-10-11 10:37 수정 :2022-10-11 18:38 정혁준 기자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커뮤니티 갈무리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커뮤니티 갈무리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 만화 <윤석열차>의 ‘깨알 디테일’이 화제다.


이 그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파장이 정치권까지 확산하자 누리꾼들이 이 그림에 꼭꼭 숨어 있는 암호 같은 디테일을 찾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이 찾아낸 디테일을 보면, 먼저 오른쪽 아래 ‘윤석열차’라는 제목 옆에 느낌표 같은 그림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확대해 보면, 구두 한짝을 그린 것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1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열차를 타고 가다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려 ‘구둣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책 공약 홍보용 ‘열정열차’ 호남 일정 중 구두를 신은 채 앞 좌석에 발을 올린 사진이 2월13일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책 공약 홍보용 ‘열정열차’ 호남 일정 중 구두를 신은 채 앞 좌석에 발을 올린 사진이 2월13일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감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그림을 그린 학생이) 지난 대선 기간에 윤 대통령이 열차 안에서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 일’에서 착안해 작품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제목 위에는 빨간색 별이 여러개 그려져 있다. 이 별들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자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후보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반겼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라디오에서 나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앞으로 장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서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 제목처럼 ‘윤석열차’는 역시 실제 존재했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가 이용했던 홍보용 열차 이름이 ‘윤석열호’였다. 이 열차는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준비한 선거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열차는 윤 대통령 이름과 열차를 합성한 ‘윤석열차’로 홍보됐지만, 철도노조 등에서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왜 공공기관 자산이 활용되느냐”는 비판이 일자 ‘열정열차’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림 속 기관차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2번이다. 대선 당시 윤 후보 기호가 2번이었다. 숫자 2는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는데, 국민의힘 상징색이 빨간색이다.


그림에서 윤석열차는 컬러로 칠해져 있다. 화려한 특권층·기득권·권력층을 상징한다고 누리꾼들은 풀이하고 있다. 차에 타지 못한 사람들과 나머지 배경은 흑백이다. 암울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차에는 험상궂게 생긴 검찰이 칼을 든 채 위압적으로 타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반대편에도 똑같은 칼이 보인다. 대칭을 맞추기 위해서일 수 있지만, 누리꾼은 뒤에 숨어서 정치적인 뒷조사를 하는 검찰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이 만화 관련 질의를 받다가 갑자기 <윤석열차> 만화를 가리키며 “저기 뒤에 있는 검사가 저랑 좀 닮았기도 한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풍자 만화 &lt;윤석열차&gt;에 나오는 검사에 대해 “저랑 조금 닮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커뮤니티 갈무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풍자 만화 <윤석열차>에 나오는 검사에 대해 “저랑 조금 닮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커뮤니티 갈무리


폭주하는 기차에 내몰린 사람은 엄마·아빠·아들·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일부 누리꾼은 왼쪽부터 할머니·아들·아버지·엄마 등 4명의 가족으로 분석한다. 할머니는 머리가 백발인 흰색이어서, 아들과 아버지는 바지를 입어서, 엄마는 치마를 입고 있어서다. 이들은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여자부터 남자까지는 남녀노소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폭주 정책으로 남녀노소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윤석열차> 카툰 설명. 건조한 설명’이라는 글에서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김 소장은 “그림 앞의 희생자들은 왼쪽부터 노인, 청년, 베레모를 쓴 군인, 여성으로 이번 정부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당한 피해자들이다. 설계가 매우 정교하다”고 분석했다.


그림 오른쪽을 보면 윤석열차가 지나온 곳마다 고층 건물이 쓰러져 쑥대밭이 된 모습이다. 고층 건물은 경제를 상징하며,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김 소장은 이를 두고 “저 뒤에 무너지고 있는 빌딩을 확대해 보면 ‘여성가족부’가 보인다. 무도한 ‘윤석열차’가 이미 여가부는 무너뜨리고 폭주하는 상황을 적확하게 묘사했다”고 봤다.


그림 스타일은 1960~70년대 감성이다. 어떻게 보면 북한에서 즐겨 그리는 그림 화풍이다. 박정희 독재 시대 또는 북한의 전제 독재 상황으로 역주행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lt;토마스와 친구들&gt;을 패러디한 영국 만평 모음. 트위터 갈무리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한 영국 만평 모음. 트위터 갈무리


김 소장은 “주체적으로 가고 서는 것을 정하는 <토마스와 친구들>의 틀을 과감히 깨고 (김건희) 기관사를 배치해 ‘윤석열차’의 주도자가 누군지 보여준 것이 이 카툰의 백미”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 말처럼, 그동안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한 카툰 대부분은 의인화된 토마스가 주인공이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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