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2331
론스타 사태 또 밀실로... "한동훈, 왜 입장 숨기나"
[스팟 인터뷰] 진상규명 촉구하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 "모피아 세상으로 가게 놔둘 건가"
22.10.17 21:18 l 최종 업데이트 22.10.17 21:18 l 박소희(sost)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론스타. 2002년 이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대한민국에서 회자된 외국계 사모펀드다. 20년 전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등장한 론스타는 지금까지도 한국 정부와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8월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ISDS)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을 10년 만에 매듭지었다. 결론은 론스타의 일부 승소. 이제 한국 정부는 2012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책임을 지고 2925억 원(2억 1650만 달러, 환율 1350원 기준)을 지급해야 한다. 매각 가격 인하 협상이 맺어진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 지급 완료일까지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정에 불복하겠다고 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막대한 혈세가 론스타의 주머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잘못한 탓일까.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실체가 묘연한 론스타 사태를 본격적으로 진상 규명해야 한다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밀실'에서 시작된 론스타 사태가 절대 '밀실'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 등장한 두 사람 "한국 정부를 함정에 빠뜨렸다"
▲ 법무법인 피터앤김 김갑유 대표가 지난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론스타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2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론스타'란 이름은 알아도 '론스타 사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사안이 ISDS 판정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새로운 사실 두 가지가 드러났다. 김갑유 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현 법무법인 피터앤김)와 김용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정부가 이 두 사람에게 자문을 받는 과정 자체가, 정부 측이 론스타 대응에 정말 일관성이 없었고 사안도 잘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김 변호사는 2012년 ISDS 소송이 제기됐을 때부터 한국 정부를 대리했다. 그런데 그는 2016년 론스타가 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를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제기했을 때 하나은행도 대리했고, 이 소송은 론스타가 패배했다. 론스타는 이 소송에서 '정부는 개입한 적 없는데 하나은행이 정부를 빌미로 우릴 속인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고, 김 변호사는 하나은행을 대리하며 '그게 아니라 금융위에서 가격을 이렇게 놓이면 승인을 잘 안 해줄 수 있다고 은연 중에 말했다'고 했다.
ICC는 '하나은행은 거짓말 안 했다. 정부·여론의 압력이 많았다'고 판정했다. 론스타는 이걸 ISDS에 갖다 붙였다. 김 변호사는 하나은행을 이롭게 했지만, 한국 정부를 함정에 빠뜨린 셈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정부의 법률대리인이었다. 본인 스스로 빠지거나 정부가 그를 제외했어야 했는데, 4일 국감에서 질의했더니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아예 그 사실을 몰랐다. '법무부가 전문가라서 법무부에 맡겼다'는 식이었다."
- 김용재 상임위원은 무엇이 문제였나.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넘길 때 다시 비금융주력자본(산업자본)이냐는 문제가 불거졌다. 2011년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금융위에 '외국계 펀드는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김용재 당시 고려대학교 교수가 이 내용을 자문했다. 그런데 론스타의 이해관계에 충실했던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는 한국 정부를 자문해왔다고 판정문에 실명으로 나온다. 이전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7월 금융위 상임위원까지 됐다. 지난 6일 국감 때 김주현 금융위원장한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몰랐다'더라."
'론스타는 산업자본?' 20년째 논쟁 중인 이유
▲ 지난 2010년 11월 25일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과 론스타 존 그레이컨 회장이 영국 런던 시내 그로버너 호텔에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식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금융회사와 기업이 서로 소유·지배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본이냐 아니냐는 2003년 처음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문제였다.
"검찰이 2006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4명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팔았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했는데 대법원까지 전부 무죄였다. 애초에 '비금융주력자본 여부를 잘못 판단했다'고 기소해야 했다. 설령 2003년에는 몰랐다고 치자. 그런데 2004년 외환은행 미국지점이 미국 당국에 의해서 폐쇄당한다. 미국은 금산분리를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다. 아마 이즈음 한국 금융당국도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본이라는 점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참여연대 등이 2006년부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금융위로선 머리가 굉장히 아픈 상황이 된 셈이다. 결국 금융위가 2006년 말 론스타에 '펀드 내역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론스타가 버티고 버티다가 2008년 9월에 제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들 정신없을 때라서 금융위가 제대로 결론을 안 냈다. 이때 위원장은 진동수, 부위원장은 이창용 현 한국은행 총재다."
- 이 사안이 ISDS와는 어떻게 연관 있는가.
"정부가 합법적인 판단을 하면 소송대상이 아니다. 즉 '론스타가 처음부터 정부를 속여서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줬다'는 논리인데, 민변이 이 쟁점으로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고 중재판정부에 요청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비금융주력자본 문제는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답이 왔다.
이 대목에서 한국 정부의 논리를 조언해준 이들이 김갑유 변호사와 김용재 금융위원이다. 정부가 왜 ISDS에서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쟁점으로 다투지 않았을까? 책임 소재를 피하려고 덮은 거다. 실제로 판정문에도 '금융당국의 사익을 위해서'란 표현이 나온다. 치욕적인 일이다."
- 론스타 사태의 출발도 밀실이었고, ISDS 대응 과정도 결국 밀실에서 이뤄진 셈인데.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자꾸 덮어두기만 했다. 지난 8월 판정문 나왔을 때에도 법무부는 공개 여부를 론스타와 협의해야 된다고 했는데, 론스타는 '다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반대해서 일부 가리고 공개됐다. 그것도 한 달 뒤에야, 영문본으로."
"국익 위해 입 다물라? 앞으로도 이렇게 할 건가"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8월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1 [공동취재] ⓒ 연합뉴스
- 한동훈 장관은 9월 19일 대정부 질문에서 "대한민국이 잘못한 걸 10년, 15년 거슬러 올라가서 하나하나 뒤집어 파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왜 숨기는가. 한 장관은 본인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는) 자꾸 국익만 내세워서 논의를 진전 안 시키고 있다. 토론을 안 하고 있다. 저는 판정 취소 신청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지만, 우리가 서로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논리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국익이기 때문에 입 좀 다물고 계세요?'라니."
- 진상규명을 위해 정무위에 '론스타사태 조사 소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우려스럽다. 김대중 정부부터 현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지지 사안 아닌가.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검찰 수사팀이었고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경제관료였다.
"새롭게 발견되는 이슈들이 있다. 그걸 다시 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융정책에 개입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하지만 자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면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지지 않으려고 해왔던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제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중이던 2008~2011년이다.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을 표방하면서 많은 원칙들을 허물었다. 문재인 정부도 사실 ISDS 관련 사항을 공개하는 데에 미흡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야 하는가? '모피아(경제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들의 세상이 될 텐데? 론스타 사태는 진영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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