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0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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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안서 때문에…“아들의 빈소 없이 하루를 보냈다, 지옥 같았다”

등록 :2022-10-31 12:03 수정 :2022-10-31 14:12 방준호 기자  권지담 기자 


이태원 참사 유족들 검안서 발급전까지 빈소도 못 차려 발동동, 뒤늦게 장례 치러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들의 죽음이 아프지만, 아들이 떠나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지옥 같았던 하루가 무엇보다 마음에 계속 남을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아무개(30)씨의 어머니는 30일 밤 9시가 돼서야 경기 수원 연화장에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목숨을 잃은 지 거의 하루가 다 되가도록 아들의 몸은 ‘안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검이 가족의 품에 인도되지 못한 탓이다. “사체 검안서가 있어야 장례가 가능하다며 병원도, 경찰도, 공무원도 모두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기까지 유족들이 겪은 하루는 보통의 죽음보다 험난했다. 새벽부터 주검을 찾아 헤매고, 안치된 병원을 찾아내고,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고통스러운 가족들의 확인을 치르고도 끝이 아니었다. 주검이 안치된 상태에서 언제 도착할지 모를 검안서를 기다렸다. 정부는 30일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위로금, 치료비, 장례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김씨 어머니는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흥정하는 것처럼 지원, 보상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유족들이 짚은 문제는 우선 늦어진 ‘검안서’ 발급이다. 검안서는 의사가 스스로 진단하지 않은 환자의 사인과 사망 일시 등을 기록한 문서다. 사고사였던 이번 참사의 경우 의사의 진단이 담긴 검안서를 바탕으로 수사기관 감식반의 보고서와 대조하고 이를 검사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 시신이 공식적으로 가족에게 인도됐다.


희생자 주검을 안치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죽음일 경우 병원에서 돌아가시기 때문에 진단하던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고 바로 장례가 진행될 수 있지만, 이번 사고는 따로 검안의에 맡기는 절차가 필요했고 검찰과 수사기관의 검시도 받아야 했는데, 한꺼번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다 보니 지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검안서 발급이 빈소를 차리는 ‘전제 조건’처럼 설명된 부분이다. 방법에 따라 검안서 없이도 빈소를 차릴 수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유족에 알려졌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는 30일 저녁 유족들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검안서 발급 전이라도 안치된 병원에는 빈소를 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렇게 빈소를 차리게 된 희생자 안아무개씨의 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안치실에 있는지 벌써 하루가 다 돼가는데, 검안을 핑계로 우리에게 계속 기다리라고만 얘기하고 있다. 자기 자식들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며 “정부 지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족들이 수차례 항의하니까 그제야 빈소를 차릴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산 동국대병원에서 수원으로 빈소를 옮긴 김씨의 어머니 30년 지기인 권아무개(58)씨도 “가족들이 빈소를 차리게 해달라고 항의를 한 뒤에야 검안서를 나중에 수원 쪽 경찰서로 보내는 방식으로 해서 장례식장부터 차리게 됐다”며 “애초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치된 병원으로 몰려드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권씨는 “안치된 병원에 대기하는 동안 아들을 잃은 친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덮어 줄 모포 하나가 없었다. 한 유가족은 눈물 닦을 휴지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이대 목동 병원에서도 이르면 30일 아침 9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수차례 요청한 뒤에야 저녁 5시30분께 여러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유족 대기실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병원에서는 장례지원 절차를 설명하기 위해 유족을 모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직 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정부가 말했던 1대1 공무원 전담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안내도 설명도 없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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