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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방관’ 조선일보에 “유서대필 조작 데자뷔” 비판 줄이어
기자명 김예리 기자   입력 2023.05.18 18:11  
 
양 지대장 동료 간부의 분신 방관 의혹 제기한 조선 보도에 줄성명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 당시 현장에 있던 간부가 만류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언론‧시민사회 단체들이 조선일보에 사과를 요구하는 규탄 성명을 줄이어 발표하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16~17일 온라인과 지면 보도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등을 내고 양 지대장 옆에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보고도 만류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훈민 조선NS 기자가 기사를 작성해 조선일보가 지면에 발행했다.
 
▲조선일보가 16일 보도한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가 16일 보도한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익명의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YTN 기자들이 경찰에 ‘목격한 동료 간부가 분신을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히면서도 익명 인용에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양 지대장의 분신 당시 모습이 담긴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 장면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했다. 보도 뒤 의도적 왜곡이자 인권 침해, 보도 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과 현장에 있던 YTN 기자 등은 해당 간부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말렸다고 일축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도 이튿날인 17일 페이스북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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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보도에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17일 조선일보 보도
▲17일 조선일보 보도
 
민주노총은 17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 보도는) 노동조합과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물리적 탄압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고), 지지 세력 결집과 확대가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며 “양회동 열사 분신에 대한 방조 등 사실을 왜곡하며 유가족과 동료에 2차 가해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이날 재차 성명을 내 원희룡 장관 발언에 “2차 가해를 가한 공범”이라며 “원 장관이 지금 무엇보다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더러운 술책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양회동 열사 앞에, 유가족 앞에 사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진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는 누구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언론연대는 이날 “‘조선일보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라’는 변명은 소용없다”며 “기자들의 힘으로 기사를 내려라. 그것만이 기사로 인해 2차 피해를 입은 A씨와 건설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 건설지부 조합원들이 경찰의 집중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 건설지부 조합원들이 경찰의 집중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번 기사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데자뷔”라고 규정했다. 금속노조는 “열사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자, 저널리즘 책무를 저버린 채 노조 혐오 정서를 확산한 조선일보에 있다”며 “노조 탄압의 정당성을 끝까지 비호하려고 한 결과 조선일보는 인간의 양심을 잃었다”고 했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노태우 정부 시절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다수 언론이 검찰과 경찰발 기사를 받아써 피해자 강기훈 씨를 유죄로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반대 증거는 보도하지 않았는데, 조선일보는 가장 적극 보도한 언론사로 꼽힌다.  2015년, 사건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직후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 “궁극적 진실은 강씨 본인이 아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자회사 이름으로 사회적 소수자를 겨냥한 보도를 해온 데 대한 비판도 공통으로 나왔다. 언론연대는 “조선일보는 그동안 자회사인 조선NS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증폭시키는 기사를 지속 작성해왔다”며 <[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탈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 기사를 들었다. 최훈민 기자는 이 기사에서 전장연이 중증장애인을 강제로 내세워 투쟁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시사했으나 기사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었다.
 
금속노조는 “(조선NS 기자는) 비동의간음죄 관련 일베 게시물을 올려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매도 기사를 거듭 작성하며 장애인권을 짓밟았다. 노동조합을 회계 부정과 폭력으로 포장해 칼춤을 췄다”고 비판했다.
 
동아와 조선 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조선투위)와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4개 언론인단체는 17일 성명을 내고 “오랜 기간 언론에 종사했던 우리 선배 언론인들은 진심으로 건설 노동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노조에 대한 혐오적 인식으로 기자가 소설을 창조해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이를 근거로 노조 간부를 고발했고, 원 장관은 그에 조응해 노조 향한 왜곡된 발언을 쏟아냈다”고 했다. 이어 “왜곡 보도를 근거삼아 ‘기획분신설’을 주장하는 원희룡 장관의 ‘노조 혐오’ 의도가 너무도 투명하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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