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35634
오세훈 시장 '한강 리버버스'의 실체... 이 계산 맞습니까?
[그 정보가 알고 싶다] 10월부터 운항 예정...이용객과 비용 계산, 현실성 떨어져
사회정보공개센터(cfoi) 24.06.06 18:34ㅣ최종 업데이트 24.06.06 18:39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구체적 운항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잠실~여의도 30분에 주파…한강에 리버버스 뜬다!"
"서울시, '한강 리버버스' 선박 건조 착수…10월에 선보인다"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벌써 한강에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질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강 리버버스' 이야기다. 정작 서울 시민들은 시큰둥하던 리버버스 사업은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처럼 전진하더니, 4월부터 배를 만들어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항을 시작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 서울시가 공개한 한강 리버버스 재원표 ⓒ 서울특별시
▲ 2023년 3월, 서울시가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2.0) 프로젝트 추진계획 자료 ⓒ 서울특별시
리버버스에 꽂힌 오세훈 시장, 너무 낙관적인 계산만
2023년 3월 9일, 오세훈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한강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노들섬 재개발, 한강 아트피어 조성, 곤돌라 도입 등 무려 55개에 달하는 사업들을 자랑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화려한 청사진에는 정작 문제의 리버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뒤, 유럽 출장길에 오른 오 시장이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우버 보트'를 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우버 보트는 템스 클리퍼스라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수상 버스인데, '우버 택시'로 잘 알려진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어서 '우버 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 시장은 이 우버 보트에 반했는지 "리버버스가 탐난다", "한강에서도 20~30분이면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 서울시가 2023년 7월 공고한 서울 리버버스 도입 추진방안 용역의 과업내용서 ⓒ 서울특별시
그런데 말뿐인 줄 알았던 리버버스 구상은 빠르게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오 시장이 귀국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19일,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해소"를 명목으로 서울~김포 리버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하지만 리버버스 도입의 명분이 되었던 김포는 당장 운행 노선에서 빠지게 된다).
곧이어 2023년 7월, 서울시는 '리버버스 도입 추진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연구용역의 내용이다.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선착장 위치부터 요금체계까지 운영 전반에 대해 연구하고, 타당성 조사와 경제성 분석까지 망라한 용역보고서를 10개월 내로 마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제대로 된 검토보다는, 서울시가 원하는 내용의 '답정너' 보고서를 쓸 업체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이 용역은 한 차례 유찰을 거쳐 한국종합기술이라는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오 시장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서울항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하던 곳이기도 하다).
어이없는 것은 이 연구용역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인 2023년 8월, 서울시가 '리버버스 조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만약 적자(운항결손액)가 나면 리버버스를 운영할 민간사업자에게 시 재정을 지원하여 메우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업 타당성도, 요금 체계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는 결국 2023년 10월, <리버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를 발의한다. 오 시장이 런던에 다녀온지 겨우 반년 만의 일이었다.
▲ 2023년 10월 서울시가 제안한 리버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 ⓒ 서울특별시
이 조례에는 비용추계서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리버버스 이용객 수를 어떻게 예측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탑승인원 200명짜리 선박 10척을 하루에 총 108회 운항하는데, 초기 승선률을 20%로 잡고 매년 2% 씩 탑승객이 늘어난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5년 후인 2029년에 승선률이 30%에 달하게 되는데, 매일 6500명, 매년 235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계산이 현실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런던광역시의회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오 시장에게 영감을 준 우버 보트는 2022년 1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252일간 총 337만 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하루에 1만 3천 명을 태운 셈이다. 매일 6500명을 태우겠다는 리버버스 탑승 목표치의 딱 두배인데, 우버보트가 20척이 넘는 선박을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럭저럭 들어맞는 수치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버 보트는 이미 1999년부터 시작해 25년의 운항 경험을 축적한 교통수단이고, 템스강과 한강의 여건 차이도 있다. 템스강 곳곳에는 지하철역과 도로에 맞닿은 23개의 선착장이 있고, 운항 노선 역시 4~6개다. 템스강은 폭이 200~3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남북의 선착장을 빠르게 오갈 수 있고,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기 때문에 우버 보트는 1년 중 363일을 운항하고 있다.
이러다간 '돈 먹는 하마' 될 수도 있다
▲ 런던 템스강의 우버보트 노선도. 23개의 선착장과 선착장과 연결된 대중교통 수단을 표시하고 있다. ⓒ 우버보트
반면, 서울은 수상 교통수단을 운행한 경험이 부족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야심차게 도입했던 한강 수상택시는 2022년 총이용객이 1400여 명에 그칠 정도로 처절하게 실패했다. 지자체가 수상 교통수단을 운영해 본 경험도, 시민이 이용해 본 경험도 적다.
한강 둔치 공원의 존재로 인해 선착장과 지하철역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고, 넓은 강폭을 자랑하는 만큼 선착장이 남북으로 많아질 수록 운항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한강은 1년에 보름 가까이 결빙 현상이 일어난다. 애초에 1년 365일을 모두 운항한다고 가정한 서울시의 비용추계서가 허황된 이유다. 결국 리버버스 이용객이 서울시의 계획처럼 순탄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한강 리버버스의 장점도 있다. 서울시는 편도 30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은 반대로 수익성 약화라는 단점을 안게 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리버버스가 1년에 235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성장하더라도, 운항 요금으로 인한 수익금은 70억 원에 불과하다. 리버버스 운영 비용이 계획상으로만 쳐도 매년 15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택도 없는 금액이다.
물론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운항 요금보다 선내 광고나 선착장 편의 시설 수입 등 부대사업으로 운영료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사진대로 되더라도, 2029년까지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조례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서울시는 2028년까지 44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만약 이용객 수가 계획대로 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상황이다.
▲ 리버버스 운영조례안 비용추계서와 재정수지분석 비교 (2024년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인용) ⓒ 송재혁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이리저리 숫자를 주물럭거리면서 비판을 회피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적자투성이' 비용추계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2027년부터 흑자 전환이 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비용 산정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선박 내용연수를 15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가 하면, 보험료나 선박수리비 역시 큰 폭으로 축소했다.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비용이라도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의 태도다.
황당한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선박 가격 역시 발표할 때마다 이리저리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을 발표한 23년 4월에는 20억 원가량이라던 선박 가격이 10월의 비용 추계서에서는 50억 원으로 책정되었다가, 24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43억 원, 3월의 재정수지 분석 자료에서는 36억 원 등으로 이리저리 날뛰다가, 4월 선박 착공식에서야 44억 1백만 원이라는 계약 금액이 정확하게 발표되었다. 총 10척을 도입할 예정이고, 서울시 재정이 직접 들어가는 선착장 조성 예산이 208억 원이니 가장 기본적인 선착장과 선박을 갖추는 것에만 65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민들의 진짜 요구를 들어라
▲ 서울시가 발간한 [2023년 데이터에 담긴 서울교통]에 실린 서울시민 일 평균 대중교통 이용 건수 ⓒ 서울특별시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대해 오 시장은 한강 리버버스는 공공이 이용하게 될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초기에 적자가 발생해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령 서울시의 발표대로 2029년에 리버버스 이용객이 하루 6500명, 연 평균 235만 명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이용자만 매일 1000만명에 달한다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리버버스의 교통 분담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리버버스 10척(440억 원)의 금액이 시내버스 200대(저상버스 1대 당 2억 2천만원 )에 맞먹는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 시장의 욕심으로 일평균 10만 명이 탑승할 교통수단 대신 6500명 짜리 배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 없다. 오 시장이 교통공공성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이유다.
정작 매일 출퇴근 전쟁에 내몰리는 평범한 서울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한강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나 탈 만할 리버버스 말고, 우리 동네를 지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증차하고, 배차 간격 단축하며, 털털거리는 노후 차량을 교체하는 것이다.
오 시장이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역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 아닐까.
*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강 리버버스 사업의 또다른 특이한 지점은 운영 주체로 '서울교통공사'도 아닌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는 현 시기에,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확충에 힘써야 할 SH공사가 예비비 수백억 원을 끌어 쓰면서 리버버스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 3월 13일 열린 <SH공사 공공성 위기 긴급토론회> 영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cfoi.or.kr)에 함께 게재됩니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독 공개] 도종환 "김정숙 초청장 여기 있다…어딜 봐서 셀프 초청?" - 노컷 (1) | 2024.06.07 |
---|---|
'김정숙 순방' 野의원들 "식사비 105만원뿐…물귀신 작전" - 노컷 (1) | 2024.06.07 |
'액트지오' 고문 "영일만 실패 가능성 80%, 남은 방법 시추뿐" - 오마이뉴스 (1) | 2024.06.07 |
[단독] '동해 광구' 분석 액트지오, 홈페이지 '컨설팅' 메뉴 급조 - 뉴스버스 (1) | 2024.06.07 |
[단독] 한국, 2021년에도 영일만 단일 시추에 1,450만 달러 썼다. 결과는? - TexasN (0) | 2024.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