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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낙동강 항소심 재판, 법정 분위기를 점령하라”
낙동강 사업 위법 판결을 받기까지②
이정일 변호사  입력 2012-02-23 13:28:10 l 수정 2012-02-26 11:00:48

지난 10일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절차적인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10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낙동강 사업에는 위법사유가 없어서 사업을 취소할 수 없다는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다. ‘국민소송대리인단’이 즉각 부산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얻은 '첫 4대강 사업의 위법' 판결 결과였다.

4대강 사업 시작되자 태풍 '매미'때도 없던 재해 발생해

2011년9월2일, 금요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낙동강 현장에는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났다. 

우기가 시작 되자마자 2002년도 태풍 ‘루사’, 2003년도 태풍 ‘매미’때에도 끄떡없던 호국의 다리, 왜관철교가 6월25일 붕괴되었다.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다음날에는 상주보 바로 밑 제방이 무너져 내렸고 남지대교 상판 일부가 내려앉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준설 때문에 물의 유속이 빨라져 낙동강 본류에 매설 된 송수관로가 파손되었다. '구미시 1, 2차 단수 사태'로 많은 시민이 식수가 공급되지 않아서 고통을 겪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낙동강 구포 구간에 홍수경보 발령을 4차례나 내렸다. 2007년 이후 4년 만에 홍수경보 발령을 한 것이었다. 

병성천, 회천, 감천, 황강, 남강 등 낙동강 본류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광범위 한 역행침식 현상이 발생하였다. 특히 ‘감천’ 합수부에 나이아가라폭포를 닮은 ‘MB 폭포’가 생기기도 했다. 지방 소하천에서도 제방 유실·붕괴 피해가 속출했다. 본류와 지류가 합수되는 구간에서는 준설 물량의 15% 내지 20%까지 모래가 다시 퇴적되었다. 이 같은 현상들은 낙동강 본류를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하자, 낙동강 본류와 지류 사이에 수위차가 발생하여 낙동강 지류 상류 방향으로 침식 작용이 일어난 결과이었다. 

2010년 7월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은 불어난 강물에 완전히 침수됐다.
2010년 7월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은 불어난 강물에 완전히 침수됐다. ⓒ민중의소리 구자환 기자

외국인도 울린 참담한 낙동강 사업 현장..."다뉴브 운하 사업보다 어리석어"

독일 하천 전문가의 방문, 낮은 경제성, 용수확보의 허구성. 앞에서 본 현상은 이미 1년 전에 낙동강 현장을 방문한 독일 하천전문가인 헨리히프라이제 박사가 예상한 내용 그대로였다. 그는 "강바닥을 깊게 팔수록 낙동강 하류 지역뿐만 아니라 지천상류의 홍수 피해를 불러 온다. 이것이 독일의 역사적 경험이다"라고 경고했었던 것이다. 다시 1년 뒤 한국을 방문한 하천홍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70) 교수는 낙동강 연장 400km 이상을 현장답사 하였다. 

그는 내성천, 병산습지, 해평습지 등은 둘러보고서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고 극찬했다. 그는 방문 마지막 날 해평습지에서 "4대강 사업은 평소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다뉴브 운하 사업'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동행했던 국민소송대리인단과 현장 활동가들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노래를 부르자 그는 눈물을 훔쳤다. 

2011년 3월경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된 뒤 매년 △16개 보와 영주댐, 고현댐, 낙동강과 영산강 하구언 유지관리비 1618억 △하상유지 준설비 612억 △농업용 저수지와 침수 예정지 유지관리비 70억 △생태하천 929㎞ 유지관리비 934억 △하수·가축분뇨·산단폐수 처리비 1942억 △자전거도로 1728㎞ 유지관리비 618억 등 모두 5794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편익/비용 비율이 0.26에서 0.11까지 나와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였다. 함안보 및 합천보의 관리수위 상승에 따른 주변 저지대 농경지 영농우려 지역의 범위에 관한 경상남도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저지대 농경지 영농우려 면적은 정부 측이 예측한 면적보다 훨씬 많았다. 댐․하천 설계 전문가인 최석범 소장은 “4대강 X파일(물 부족 국가에 대한 감춰진 진실)”이라는 책을 통하여 4대강 사업을 통한 용수확보가 허구임을 논증하였다. 

더 이상은 못 참아, "옛날 4대강 모습을 되찾자" 

‘국민소송대리인단’이 ‘월가 시위’나 ‘여의도 시위’처럼 법정을 점령하는 시위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소송대리인단’ 중심으로 변론절차를 진행하던 방법을 낙동강 사업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 현장 활동가들과 결합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첫 변론기일이 진행되기 직전에 부산지방변호사 협회 강당에서 ‘4대강 반대 소송’ 보고대회를 가지기로 했다. 이 보고대회에 팔당 유기농 농민, 영주댐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 합천보 건설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 고령농민, 김해 상동․매리 지역 농민, 운하반대 모임 교수,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모두 참가하였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4대강 복원” 을 힘차게 외쳤다. ‘국민소송대리인단’은 4대강 사업이 반드시 중단되어 옛날 4대강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되었다. 4대강 사업, 특히 낙동강 사업이 위법이어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을 법리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다시 ‘국민소송대리인단’의 몫이 되었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원고 측 주장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신청으로 진행된다. 제1심 절차에서 진행된 증거조사신청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낙동강 사업의 위법성을 증명해야 할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입장에서는 피고 측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문서를 제출하게 하고, 항소심 재판부로 하여금 증거채택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피고 측은 이미 1심 절차에서 채택되었던 증거라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거채택이 되지 않도록 다투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법정은 충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소송대리인단’은 항소심 재판부가 4대강 사업의 위법성과 증거채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도 없었다. 

"항소심, 법정 분위기를 점령하라" 

항소심 재판부 판사 세 분이 연이어 법정에 들어서자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국민적 관심 사항이고 낙동강 사업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큰 사건이어서 담당 재판부도 매우 긴장하였을 것이다. 재판장인 김신 부장판사는 “원고 측에서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잘 읽었습니다. 1심 법원 판결문 체제에 맞추어 항소이유를 밝히셨돼요.”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였다. “우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원고 측 증거신청을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고, 원고 측에서 미리 요청한 석명문서에 대해서도 피고 측에 협조를 구할 예정입니다.”라는 입장을 먼저 밝히셨다. 재판부는 심리에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변론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6월16일 환경단체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낙동강 불법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해 6월16일 환경단체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낙동강 불법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구자환 기자

‘국민소송대리인단’의 단장인 임통일 변호사는 4대강 사업이 진행 된 이후에 4대강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그 부작용도 많으므로 사업의 위법성과 관련하여 충분히 심리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변론을 하였다. 재판부는 ‘국민소송대리인단’ 정남순 변호사가 신청하는 증거에 대해서 그 신청 이유를 물었고, 그 이후에 피고 측 소송대리인에게 증거신청에 관한 의견을 구하였다. 정남순 변호사가 신청한 증거에 대해서 피고 측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다투었다.

낙동강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행침식과 재퇴적 현상을 보기 위한 현장검증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이와 관련한 박창근 교수에 대한 증인채택이 이루어졌다. 4대강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한 서울대 홍종호 교수에 대한 증인신청에 대해서 피고 측은 이미 한강 재판 과정에서 증언한 증인조서가 제출되어 채택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국토해양부 측이 보 관리․유지비용을 발표한 이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홍종호 교수가 4대강 사업의 편익/비용 분석을 하였으므로 증거채택이 필요하다고 정남순 변호사가 설득하자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하였다. 보건설로 인한 침해 피해와 관련한 박재현 교수에 대한 증인신청에 대해서도 피고 측이 다투었으나, 역시 1심 이후에 좀 더 체계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진 내용이 담겨 있어서 박재현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용수필요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최동진 소장에 대한 증인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증거신청과 관련하여 ‘국민소송대리인단’은 재판부를 잘 설득하여 법정분위기를 점령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재판장인 김신 부장판사는 ‘국민소송대리인단’에게 “증거신청 할 게 더 없으십니까. 여한이 없도록 증거신청을 받아 줄 테니, 한 번 끝장 재판을 해 봅시다”하시며 법정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실 법정분위기를 점령한 것은 ‘국민소송대리인단’이 아니라 재판부였다고 고백하고 싶다. 결국 ‘국민소송대리인단’은 지난해 9월 26일 예정된 낙동강 현장검증절차에서 어떻게 낙동강 현장을 점령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환경운동 현장 활동가들의 역할은 실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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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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