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1524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인터뷰] '전두환 비자금 착복' 혐의로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고발한 김충립 전 특전사 보안반장
24.09.12 06:58 l 최종 업데이트 24.09.12 06:58l 구영식(ysku)
 
 지난 2023년 10월 17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영남경제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  지난 2023년 10월 17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영남경제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 블로그 ‘시니차니 가족의 행복서재’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진상조사위) 전문위원을 지낸 김충립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보안반장은 10·26과 12·12, 5·18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으로 특전사 보안반장으로 파견나가 '전두환의 친구' 정호용 사령관을 보좌했고, 신군부의 핵심세력이던 '쓰리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 등과 갈등하다 강제 예편당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 덕분에 5공과 6공을 만든 '신군부'의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신군부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후에는 '박근혜-전두환 화해 프로젝트'와 함께 '전두환-광주 화해프로젝트'를 추진해 전두환씨로부터 '광주에 가서 5·18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5·18진상조사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5·18 당시 신군부 인사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8월 30일 '쓰리허' 중에서도 핵심이자 '5공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허화평 현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전두환 비자금 횡령·착복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고발장에서 "허화평이 전두환이 조성한 비자금 93억 원과 노태우 정부 지원금 3억 원 등 96억 원을 지원받은 후 600~7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재단의 자산을 개인 사유재산으로 착복한 죄가 있다"라며 "허화평의 범죄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 재단의 자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미래한국재단의 전신인 현대사회연구소는 지난 1981년 국무총리 소속기관이던 사회정화위원회 산하 정부 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특히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허화평 이사장을 연구소장에 임명하고, 93억 원의 일해재단 자금과 3억 원의 정부 자금을 연구소에 지원했다. 하지만 허화평 이사장이 지난 2005년 '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으로 개명하면서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참고로 일해재단(현 세종연구소)은 전두환의 호를 딴 재단으로 '전두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었다.
 
김충립 전 반장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두환도 추징금을 다 못 내고 있는데 허화평의 재산 600~700억 원을 추징금으로 환수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국회가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허화평뿐만 아니라 정호용·장세동·허삼수· 고명승 등 전두환 비자금을 받았거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부당하게 축재한 사람들의 재산을 환수 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헌정 질서를 파괴한 범죄자가 얻은 범죄 수익의 경우 당사자가 사망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더라도 국가가 몰수·추징해야 한다"라며 일명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 법안'(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미래한국재단 측은 "현대사회연구소가 재단의 전신은 맞지만 당시 재산은 다 사라졌고, 지금은 정부 지원이나 출연금을 받지 않고 어렵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여러 매체에 보낸 해명에서 "여러 명의 이사들로 구성된 기관으로, 자금 착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충립 전 보안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전두환 비자금 착복 의혹' 허화평, '광주경찰청'에 고발한 이유
 
 지난 8월 30일 신군부(5·6공)의 핵심인물인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전두환 비자금 횡령·착복 혐의’로 고발한 김충립 전 특전사 보안반장.
▲  지난 8월 30일 신군부(5·6공)의 핵심인물인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전두환 비자금 횡령·착복 혐의’로 고발한 김충립 전 특전사 보안반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지난 2023년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들었다. 갑자기 왜 이런 진정서를 내게 됐나?
 
"허화평이 12·12는 쿠데타가 아니고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동서 갈등을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7일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해임시키고, 재단 재산이 600억 원 이상 되는데 전두환 불법 자금이기 때문에 국고로 환수하거나 전두환 추징금으로 압수 조치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있다'는 요지의 진정서를 대통령실에 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그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냈다."
 
-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통령 또는 정부에서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의 해임에 관여할 수 없다"(6월 20일), "민간 법인의 이사장의 임명·해촉 문제에 관여할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7월 12일)라고 답변했다.
 
"6월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대통령 또는 정부에서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해임에 관여할 수 없다'고 답변해 와서 7월 4일 이렇게 반박하는 진정서를 다시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냈다. '허화평 이사장은 전두환이 기업체로부터 갹출한 불법자금(93억 원)과 노태우 정부 자금( 3억 원)을 지원받아 35년간 호의호식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은 미래한국재단과 허화평 이사장을 대통령과 정부가 비호·두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래한국재단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국가에서 출연한 것인데 허화평이 사유화했다는 것이 내 진정서의 핵심이다. 96억 원을 지원받아서 자산을 600~700억 원으로 불렸는데 그것을 개인 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고, 그것을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
 
- 미래한국재단 측도 "현대사회연구소가 전신은 맞지만 당시 재산은 모두 사라졌고, 지금은 정부 지원이나 출연금을 받지 않고 어렵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미래한국재단의 전신인 현대사회연구소는 1988년에 일해재단과 정부로부터 총 96억 원을 지원받았고,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정부 정책 연구·건의, 학술지 발간, 정책간담회, 학술토론회, 여론조사 등의 사업을 했기 때문에 손해가 날 일이 없다. 국가가 지원하는 기관이니 망할 일이 없는데도 돈이 다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1988년 이후 현대사회연구소와 미래한국재단의 재정을 조사하면 다 나온다. 정부가 지원해 준 96억 원을 가지고 오늘에 이른 것인데 재단이 허화평의 재산이라면 허화평은 그 지원금 착복에 대해 처벌받아야 한다."
 
- 결국 지난 8월 30일 허화평 이사장을 '정부 지원금 횡령·착복 혐의'로 광주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전두환이 조성한 비자금 93억 원과 노태우 정부 지원금 3억 원 등 총 96억 원을 착복한 뒤 시가 600~700억 원의 자산을 개인 재산으로 착복한 죄가 있다"라는 것이다. 왜 고발한 곳이 광주지방경찰청인가?
 
"이렇게 고발하게 된 근본 원인에는 5·18에 대한 허화평의 왜곡과 거짓주장, 폄훼가 있다. 허화평은 그동안 '5·18 당시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이 침투해 폭동을 일으킨 것을 군이 무력으로 진압한 것이다. 고로 우리는 사과할 일이 없다. 정치적 재판으로 부당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우리에게 사과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주에서 희생된 분들의 가족이 우리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화해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광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고, 내가 죽고 난 후에도 광주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주길 바라는 뜻에서 광주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또한 전두환이 회고록에서 5·18 당시 광주에 북괴군이 왔다고 썼는데 이것은 허화평이 5·18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공군 병사 출신 민정기(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출신. '전두환의 입'으로 불렸던 인사로 전두환 회고록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짐-기자주)를 교사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전두환이 광주에 사과하러 간다고 했을 때도 민정기가 막았는데, 그 이면에도 허화평의 작용이 있었다고 본다."
 
"허화평에게 도움 받았기 때문에 노태우가 거액 자금 지원"
 
 국회 문공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이광표 전 문공부 장관, 허삼수 전 청와대 비서관, 이수정 전 문화공보부공보국장, 허화평 전 청와대 보좌관(왼쪽부터)이 80년 언론 통폐합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1988.11.23
▲  국회 문공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이광표 전 문공부 장관, 허삼수 전 청와대 비서관, 이수정 전 문화공보부공보국장, 허화평 전 청와대 보좌관(왼쪽부터)이 80년 언론 통폐합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1988.11.23 ⓒ 연합뉴스
 
- 미래한국재단은 현대사회연구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두환 정권이 갑자기 이런 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가?
 
"1980년 전두환 정권은 국무총리 소속 정부 기관으로 '사회정화위원회'를 설립했고, 1981년 4월에는 사회정화위원회 산하에 정부 출연기관으로 '현대사회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1983년 4월에는 문교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아 정부 출연기관인 '재단법인 현대사회연구소'를 설립했다. 1988년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허화평을 연구소장으로 임명하고 일해재단 자금 93억 원과 정부자금 3억 원 등 총 96억 원을 지원했다.
 
겉으로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연구해서 국가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정부를 지원하는 정책을 연구하고 건의하거나 여론조사, 홍보 책자나 학술지 발간 등을 통해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정책 등을 홍보하는 기관이었다. 실질적으로는 5공(전두환 정권)의 이념을 합리화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관이었다. "
 
- 노태우 대통령이 1988년 허화평 이사장을 연구소장에 임명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허 이사장을 연구소장에 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볼 때 그 이유는 이렇다. 일해재단을 만들 때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약 600억 원을 모금했는데, 허화평이 일해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 등을 알고 있었다. 또한 노태우가 전두환에 이어 보안사령관과 대통령이 되는 데 허화평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미국에 있다 돌아온 허화평에게 연구소장을 주고 거액의 자금을 지원해 준 것이라고 본다."
 
- 당시 노조가 허화평 이사장의 연구소장 임명을 반대했다고 들었다.
 
"소장 임명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고 허화평의 연구소 운영에 반발한 것이다. 허화평이 소장으로 온 뒤에 전라도 사람들을 괄시하고 불평등하게 대하니까 노조가 허화평에게 나가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그때는 5공 시절이니까 노조가 허화평과 대결해서 이길 수 없었다. 허화평이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모두 잘라버리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 노조 사무국장이 김철운인데 내가 2021년~2022년에 그를 만나기 위해 서너 번 접촉했는데 만나지 못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태우 대통령은 일해재단 자금 93억 원과 정부자금 3억 원 등 총 96억 원을 연구소에 지원했다. 일해재단 자금이라면 '전두환 비자금' 아닌가?
 
"그렇다. 일해재단 자금 모금을 전두환과 노태우가 같이했다는 점에서 '5공 비자금'이다. 노태우는 허화평을 특별하게 배려한다는 의미로 일해재단 자금 93억 원 외에 3억 원의 정부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전두환'의 일해재단뿐만 아니라 '노태우'의 정부도 허화평을 지원한다는 의미였다."
 
"판교, 효자동, 압구정동 등에 건물... 600~700억 추정"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해임과 자산 국고 환수를 주장하는 김충립 전 특전사 보안반장의 진정서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민간 법인의 이사장 해촉 문제에 관여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회신했다(7월 12일).
▲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해임과 자산 국고 환수를 주장하는 김충립 전 특전사 보안반장의 진정서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민간 법인의 이사장 해촉 문제에 관여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회신했다(7월 12일). ⓒ 오마이뉴스
 
- 연구소가 정부 출연기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부 지원사업을 벌이며 각종 혜택과 특혜를 받아 운영됐다고 주장했는데.
 
"학술지 등 정기간행물을 발간했는데 그것이 동사무소에까지 배포됐다. 그런 정도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책자와 홍보물 제작, 여론조사 실시 등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벌였으니 정부에서 매달 돈이 들어왔을 것 아닌가? 제대로 업무감사를 하면 무슨 사업을 해서 얼마나 벌었는지 알 수 있다."
 
- 정부 출연기관이라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 등 감사도 받았을 것 아닌가?
 
"그때는 5공 정권이니까 감사고 뭐고 없다. 허화평 마음대로 했다."
 
- 허화평 이사장은 현대사회연구소를 지난 2005년 미래한국재단으로 개명했는데 이때부터 정부 출연기관이 아닌 허 이사장 개인사업체가 된 것인가?
 
"정부 출연기관인 연구소를 재단으로 바꾸고, 허화평이 이사장이 되면서 조직도 다 개편했다. 그때부터 현대사회연구소를 완전히 사유화했다고 본다. 이것은 조사하면 다 나온다."
 
- 정부 출연기관을 개인사업체로 둔갑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할 수 있다. 허가만 받아 설립하고 해산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뒤에 개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허화평이 어떻게 해서 현대사회연구소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등을 조사하라는 것이 나의 요구다."
 
- 허화평의 현재 자산규모를 600~7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던데.
 
"판교의 현대사회연구소 건물, 효자동의 미래한국재단 건물, 허화평 명의로 된 압구정동의 5층짜리 건물과 효자동 단독주택 등 시가로 하면 600~700억 원 정도 된다. 일부에서는 1000억 원이 넘는다고 보기도 한다."
 
- 미래한국재단은 어떻게 자산을 불린 것인가?
 
"허화평이 연구소장과 재단 이사장을 맡아온 기간만 35년 정도다. 그동안 여러 가지 정부 지원 사업 등을 해서 재산을 불렸을 것이다. 정부 출연기관이니까 정부를 상대로 한 사업을 통해 이득을 창출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을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판교와 압구정동, 효자동 등에 있는 건물은 자기가 벌어서 산 것이 아니라 정부 기관의 자산을 빼앗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5·6공 부정축재자들 재산 국고로 환수할 법 만들어야"
 
 1988년 12월 14일 열린 국회 '5공비리 조사특위 일해재단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를 경청하는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왼쪽부터), 장세동 전 안기부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  1988년 12월 14일 열린 국회 '5공비리 조사특위 일해재단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를 경청하는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왼쪽부터), 장세동 전 안기부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등 신군부 실세들과 교류했고, 10·26과 12·12, 5·18 등을 직접 경험한 군인 출신으로서 허화평 이사장은 신군부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었나?
 
"전두환이 보안사령관으로 있을 때는 비서실장으로서 2인자였고, 전두환이 대통령이 됐을 때는 비서실 보좌관이었다. 사람들은 장세동을 5공의 실권자라고 하지만 전두환에게 2인자는 허화평이었다. 그런데 1982년 장영자 사건 조사 문제로 이순자와 갈등이 생겨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있었다. 당시 내가 조지메이슨대에 다녔는데 대사관 무관으로 와 있던 노정기(육사 11기의 하나회 출신) 소장의 집에서 토요일마다 허화평을 만나 만찬을 함께했다.
 
1987년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노태우가 현대사회연구소장으로 앉혔다. 1982년 청와대에서 쫓겨난 이후 전두환 정권의 핵심 권력기관에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자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물론 허화평은 '전두환계'지 '노태우계'는 아니다. 허화평이 전두환의 2인자여서 노태우가 배려해 줬다고 본다. 또 전두환 다음 대통령을 누구로 할 거냐로 논란이 있었을 때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낙점되는 과정에서 허화평, 허삼수, 정호용 등이 기여한 점도 배려했다."
 
- 허화평 이사장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이 있지 않나?
 
"허화평은 12·12와 5·18에 모두 책임이 있다. 특히 허화평은 12·12 쿠데타의 기안자였다. 본인도 '내가 12·12의 핵심 인물이고 기안자'라고 얘기했다. 12·12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 인물이다. 그런데 12·12는 쿠데타가 아니고 자신이 희생해서 국가를 구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 허화평 이사장뿐만 아니리 신군부에 가담한 인물들은 5공과 6공 때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누렸고 그렇게 축적한 부가 자녀들에게 증여·상속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국회가 새로운 법(특별법)을 제정해서 전두환 비자금을 받았거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부당하게 축재한 재산은 환수 조치해야 한다. 전두환도 추징금을 다 못 내고 있는데 허화평의 재산 600~700억 원을 추징금으로 환수하면 되지 않겠나? 나는 이것을 책이나 발언을 통해서 이순자에게도 제안한 바도 있다."
 
- 그렇게 환수 조치를 해야 할 5공 인사로는 누가 있나?
 
"허화평, 허삼수, 장세동, 고명승(육사 15기의 하나회 출신), 정호용.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사람들은 전두환의 비자금을 받았거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특혜를 보고 불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조사해서 부당한 재산은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허화평 이사장의 정부 지원금 횡령·착복 혐의를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고 보나?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 먼저 현대사회연구소에 지원한 96억 원이 어떻게 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돈을 얼마나 벌었으며, 어떤 건물을 어떻게 사들였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허화평이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으로 왔을 때 재산이 2~3억 원이었는데 어떻게 지금 수백억 원이 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이것은 부정 축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착복한 돈은 환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두환이 워낙 돈을 잘 나눠주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몇십억 원씩 나눠줬을 건데 그런 것들을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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