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9502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맨부커상 수상 축전 거부... 정부 도서 심사에서도 제외
24.10.11 09:22 l 최종 업데이트 24.10.11 11:06 l 임병도(impeter)
 
 노벨상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노벨상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 노벨상홈페이지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작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수상자 선정 소식을 알리고 한강 작가와 통화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한강 작가는 "다른 이가 소식을 전해줘서 수상 소식을 알았다"며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2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이중 아시아 작가는 단 5명에 불과하고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작가가 최초입니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배출한 국가는 인도(1913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중국(2000년 가오싱젠(프랑스 국적), 2012년 모옌), 일본(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 등 세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오랜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없던 한국으로서는 대단한 영예입니다.
 
5.18 다룬 <소년이 온다>, 세종도서 선정에서 제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이 24일 오전 마포구 동교동 카페 꼼마에서 신작 '흰' 출간 기념 및 맨부커상 수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이 24일 오전 마포구 동교동 카페 꼼마에서 신작 '흰' 출간 기념 및 맨부커상 수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권우성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과거 한강 작가는 혹독한 정치적 탄압을 겪어야 했습니다.
 
2019년 박경미 민주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세종도서(옛 문화부 우수도서) 자료를 보면, 5·18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 3차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진흥원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5·18, 북한, 개성공단, 마르크스, 정치인 등의 키워드가 있는 책 다수가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특히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책에 줄을 쳐가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검사해, 사실상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6년 박영수 특검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소설가 한강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강 작가의 도서가 정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 선정이나 보급 사업에서 제외됐던 이유가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낙인... 박근혜, 맨부커상 축전 안 보내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에서 시민들이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10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에서 시민들이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10 ⓒ 연합뉴스
 
한강 작가는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내 문화예술인들과 체육인들이 해외에서 수상하면 대통령들은 축전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축전을 거부했습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축전 거부가 한강 작가가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당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이자 소설가 한승원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딸은) 박근혜 대통령의 축전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강 작가 본인도 "혹시 청와대에서 초청해도 안 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전 세계 서점마다 특별매대를 설치해 한 작가의 소설책을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한편으로는 한강 작가가 사상검증을 당하고 블랙리스트에까지 올랐던 사실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싶기도 합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문학상 수상은 문학 그 자체로도 큰 성과지만, 아무리 정치권력이 작가를 탄압하고 압박해도 예술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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