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캠프 출신’ 통일연구원장 “대통령에 국회해산권 줘야” 논란
심우삼 기자 수정 2024-11-13 15:01 등록 2024-11-13 14:41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지난 8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지난 8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최근 통일부 장관과 국책연구기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국회해산권을 헌법에 명시했던 유신 독재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 원장은 지난달 16일 ‘통일부-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업무협약식 및 간담회’ 뒤 오찬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이 맨날 싸움박질만 한다. 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김 원장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통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통일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이다. 이 자리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신동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포함해 여러 국책연구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김 원장은 발언 여부를 묻는 조 의원실에 “식사 뒤 환담 중 말한 사견이었다. 이 견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주장한 바 없다”면서도 “국회해산권에 관한 발언은 일반적 헌정 질서에 관한 평소 생각으로, 우리나라도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에서부터 정부 불신임권과 국회해산권이 규정돼 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권을 가지며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을 가지는 것이 견제 균형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독재정권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김 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강제로 국회를 해산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에도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다시 국회를 해산했다. 같은 해 선포된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처음으로 헌법에 명시됐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도 국회를 해산했다.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9차 개헌)을 하면서 비로소 헌법에서 삭제됐다. 아울러 김 원장이 언급한 제2공화국의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였다. 당시 국회해산권은 국회의 내각불신임권에 대응하는 성격이어서 제왕적 대통령제인 현재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헌법 전문가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유신헌법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권위주의 군사정권 체제가 극에 달했던 당시 개악을 통해 도입된 국회해산권을 공직자가 공식 석상에서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국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에서 국회의) 내각불신임권과 연결되는 것이다. (김 원장의 주장과 달리) 대통령의 불법행위에 대한 징계적 성격을 지니는 탄핵소추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대통령제의 삼권분립 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래 의원은 “(김 원장이) 유신헌법에서 비롯된 국회해산권이 독재정권에서 어떻게 악용되었는지 유래를 모르지 않을 텐데도 공식적인 오찬 장소에서 저런 발언을 한 것은 공직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라며 “특히 자신의 소신이라는 대목을 보면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것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각 연구기관장, 개인의 언행을 일일이 통제하기에는 일부 제약이 존재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국책연구기관 경영을 위해 공식 석상에서는 보다 정제되고 합리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한 토론 및 환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의원실에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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