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나경원·윤상현, 트럼프 취임식서 한국 상황 전한다고?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기자   입력 2025.01.20 17:27  
 
취임식 열리는 연방 의사당 최대 수용인원 600명
해외 정치인-기업인 참석 사실상 불가능
한국 정치인·기업인, 2만명 수용 아이스하키장서 취임식 중계 보는 것
축하 무도회 10곳 이상서 열려...트럼프 만나기 '별따기'
 
2025년 트럼프 취임식 참석 티켓. 좌석과 입석이 있으며 해당 사진은 입석 티켓이다.
2025년 트럼프 취임식 참석 티켓. 좌석과 입석이 있으며 해당 사진은 입석 티켓이다.
 
"당신의 취임식 티켓으로는 취임식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해당 티켓을 역사의 '기념품(commemorative)'으로 생각하십시오"
 
조지아주의 한 연방 의원 사무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티켓 2장을 받은 기자에게 17일 해당 의원 사무실이 전해온 메시지다. 워싱턴 DC 지역에 북극한파가 몰아치면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장소가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인 로툰다(Rotunda)로 변경되면서 참석자 수가 극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취임식이 실내에서 열리면서 VIP석과 일반좌석, 입석 등의 티켓 25만여장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고, 행사를 관할하는 트럼프 인수위와 의회 사무국이 엄선한 인사들만이 취임식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인수위와 사무국은 정확한 참석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로툰다 최대 수용인원이 600명인 점을 감안하면 400~500명 정도만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을 통해 의사당 취임식 참석이 공개된 인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내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 등 전직 대통령들과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순다 피차이(구글), 마크 저커버그(메타), 팀 쿡(애플) 등 빅테크 기업인들이다.
 
또한 연방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주지사 등 정치인들과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내각 관료들, 주미 외국대사들이 초청대상이다. 외국 정치인으로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한정 중국 부주석 등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미국 CBS 뉴스는 "해외 정상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은 지난 1874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알리겠다'고 예산 써가며 워싱턴 DC로 출발한 나경원·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한국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모두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한미우호협회 박선근 회장은 "한국 국회의원 몇 명을 위해 취임식 좌석 티켓을 준비했는데, 실내 행사로 변경되면서 입장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내각 리셉션 모습. 한국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 제공)
지난 18일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내각 리셉션 모습. 한국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 제공)
 
한국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취임식 참석 자체가 무산되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계 영 김 연방하원의원(공화)과 앤디 김 연방상원의원(민주) 등을 만날 계획이지만 영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비(非) 트럼프 노선을 취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난 상태며 앤디 김 의원은 반 트럼프 노선을 공식 천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한다는 실내 취임식도 알고보면 의사당 취임식장이 아니라, 취임식이 중계되는 실내 아이스하키장인 캐피탈아레나원이다.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 처럼 '과대 포장'을 하고 있지만 이 곳 실내 아이스하키장은 2만명이 수용돼 트럼프가 와도 악수조차 힘들다.
 
지난 18일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서 트럼프 신임 행정부의 내각이 총출동한 '내각 리셉션(The Cabniet Reception)'이 열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과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팀을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 리셉션에 참석한 박선근 회장은 "한국 정치인들은 초청 대상이 아니어서 혼자 참석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회장,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한다고 밝힌 취임식 무도회는 20일 하루에만 10곳 이상에서 열린다. 미국의 각 주정부가 지역 인사들을 초청해 워싱턴DC 곳곳에서 축하 무도회를 개최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무도회는 군인들을 위한 '최고사령관 무도회'이며 이어 대선을 도운 캠페인 관계자와 지지자들을 위한 '자유(Liberty) 무도회'와 거액 기부자들을 위한 '스타라이트(Starlight) 무도회'가 3대 무도회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3개 무도회에 순차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10분 정도 머무른 뒤 자리를 떠날 예정이어서 무도회에 참석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의선 회장과 정용진 회장이 참석하는 무도회는 기부자들을 위한 스타라이트 무도회이며 나경원 의원은 어떤 무도회에 참석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