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권으로 나라 정상화”...윤석열 3월부터 내란 생각했다
검찰 특수본 자료 공개
강재구,정혜민 기자 수정 2024-12-27 18:13 등록 2024-12-27 17:53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소 올해 3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여러 차례 계엄을 논의했다고 결론 내렸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군 주요 지휘부 등이 모인 자리에서 시국 관련된 걱정을 늘어놓으며 “비상대권(국가위기 때 대통령이 시행하는 비상한 조처)밖에 방법이 없다”고 수차례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27일 김 전 장관을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은 적어도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11월부터는 (비상계엄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검찰 특수본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계엄을 언급한 시기는 올해 3월 말~4월 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불러 나라를 걱정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5~6월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계엄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발언과 더불어 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오른 주요 정치인과 노동계 등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초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을 부른 뒤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 등을 언급하며 “현재 사법체계 아래에서는 이런 사람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 비상조치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군의날에도 계엄 언급은 이어졌다. 10월1일 시가행진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도사령관 등을 관저에 불러 직접 준비한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언론·방송계, 노동계에 있는 이른바 ‘좌익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달 9일 김 전 장관과 특전·수방·방첩사령관을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모아놓고는 “(시국 문제를)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선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비상대권·비상조치’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윤 대통령은 올해 11월 말부터 구체적으로 비상계엄 실행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부터~이달 1일까지 자신의 공관 등에서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가 주도로 만든 계엄령 문건과 과거 비상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 계엄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엔 김 전 장관은 자신의 공관에서 여 사령관에게 “계엄령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틀 전엔 김 전 장관에게 병력 동원 상황을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비상계엄을 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 계엄을 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 및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리 준비한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포고령 중 ‘야간 통행금지’ 부분만 삭제를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 모의를 최초로 시작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발언이) 확인된 부분을 나열하다 보니 3월에 이른 것”, “지난해 상황 등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구상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는 셈이다.
※제보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2·3 내란사태의 전모를 집중 취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내란이 계획·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과 내란에 연루된 이들의 의심스러운 행위에 대해 아는 내용이 있는 분들은 메일(123@hani.co.kr)로 제보해 주십시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공동체의 공익과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서만 사용하겠습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내란] 검찰, '내란 수괴' 전두환 판례 들며 비상계엄 사태 "내란 맞다" - MBC (0) | 2024.12.27 |
---|---|
[12.3내란]"군·경 4천7백여 명 동원‥망치·야구방망이까지 준비" - MBC (0) | 2024.12.27 |
[12.3내란] 윤석열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끌어내”…국회 장악 지시 - 한겨레 (0) | 2024.12.27 |
"교수님이 내란 옹호? 경악" 참다못한 제자들 찾아가서‥ - MBC (0) | 2024.12.27 |
한덕수 탄핵안, 與고성 속 192명 만장일치 통과 - 노컷 (1) | 202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