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인 시위 도운 한남동 자영업자, '집단 린치'에 결국 영업 중단
[제보취재] 극우 유튜브 왜곡 영상 공개 이후 리뷰테러, 전화폭탄, 방문경고 시달려
25.01.11 12:00 l 최종 업데이트 25.01.11 12:40 l 박수림(srsrsrim)
 
  한남동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지난 2일 오후 극우 성향의 윤석열 지지자들을 만난 뒤 촬영한 사진. 티셔츠 목 부분이 찢겨나갔다.
▲한남동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지난 2일 오후 극우 성향의 윤석열 지지자들을 만난 뒤 촬영한 사진. 티셔츠 목 부분이 찢겨나갔다. ⓒ 본인 제공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연일 윤석열 지지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식당 자영업자가 극우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신상 공개 ▲리뷰 테러 ▲전화 폭탄 등 집단 린치를 당하다 영업까지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영업자 윤영배씨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선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오후 찾은 윤씨의 한남동 식당. 손님들의 발길이 오갔을 평소와 달리 입구엔 미처 넣어두지 못한 택배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곧이어 나타난 윤씨가 열쇠를 돌려 굳게 잠긴 식당 문을 열었다. 가게 안에 있던 직원은 혹여 극우 지지자들이 찾아올까 노심초사했다.
 
그런 직원에게 윤씨는 "오늘 누가 안 찾아왔지?"라고 물었다. 윤씨는 기자와 만나 "극우 지지자들로 인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영업장은 예약 경로를 모두 차단해 둔 상태다.
 
이 모든 일은 지난 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됐다. 윤씨가 한남동 집회에 참여했던 극우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채 서로 욕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담겼는데, 윤씨는 "영상엔 당시 상황 일부만 담겼다"고 했다.
 
윤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일 점심 장사를 마치고 직원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가 오후 3시 25분께 자신의 가게에서 약 700m 떨어진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윤석열 체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노인에게 극우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토끼몰이를 하는 것"을 봤다.
 
윤씨는 "사람들이 1인 시위자에게 욕설까지 하길래 제가 가서 '왜 그러냐', '뭐 하시는 거냐'라고 말했다. 그 후 30~40명의 극우 지지자가 저를 에워쌌다. 영상에는 이런 상황이 빠져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폭행했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폭행을 당한 건 저다. 극우 지지자들 때문에 옷이 찢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제 영업방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튜브 영상이 올라간 이후 극우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영업장에 연일 전화한다"며 부재중 전화 내역을 내보였다. 또 "(그들이) 과거 우리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이 남긴 블로그 리뷰 글에도 찾아가 악성 댓글 테러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유튜브 영상 살펴보니...
 
 유튜브 채널 '구국채널'과 '뿌링사무소'에 지난 2일과 6일 각각 올라온 영상. '구국채널'은 윤영배씨의 얼굴을 촬영하며 "바로 저 자가 우파 어른에 욕설과 협박을 일삼은 자"라고 주장했고, '뿌링사무소'는 윤씨의 가게 정보를 공유하며 "노쇼 테러"를 언급했다.
▲유튜브 채널 '구국채널'과 '뿌링사무소'에 지난 2일과 6일 각각 올라온 영상. '구국채널'은 윤영배씨의 얼굴을 촬영하며 "바로 저 자가 우파 어른에 욕설과 협박을 일삼은 자"라고 주장했고, '뿌링사무소'는 윤씨의 가게 정보를 공유하며 "노쇼 테러"를 언급했다. ⓒ 유튜브 갈무리
 
윤씨가 말한 영상은 유튜브 채널 '구국채널'이 지난 2일 올린 것이다. 채널 운영자는 '바로 저자가 우파의 어른에 욕설과 협박을 일삼은 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올렸다. 1분 미만의 이 영상은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촬영됐다.
 
영상은 한 노인의 "야 이 새끼야"라는 외침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촬영자는 검은색 패딩을 입은 윤씨를 집중적으로 비췄고 "여러분 빨갱이 온 거 보이죠?"라고 말한다.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노인들은 "야 이 X새끼야"라는 등의 욕설을 내뱉었고, 촬영자는 "우리 우파들이 지금 욕을 하고 난리가 났다"고 설명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노인은 고함을 쳤고, 윤씨가 맞대응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이 몰려와 윤씨의 가슴을 밀었다. 촬영자와 주변에 있던 또 다른 노인은 윤씨를 향해 "야 이 X새끼야", "야 이 자식아, 어른들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했다. 윤씨는 흥분한 모습으로 욕설과 함께 "몇 살이야 XX 새끼야"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영상에서도 윤씨와 노인들이 계속해서 욕설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인들은 그에게 자신의 머리를 들이대며 "쳐!", "치라고!"라고 말하거나 윤씨의 등을 손으로 쳤다. 윤씨가 겉옷을 잠깐 벗어 보이거나 허공에 손을 휘둘러 보였지만, 실제 노인을 폭행하는 모습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남동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지난 7일 기자와 만나 극우성향 윤석열 지지자들이 건 것으로 추정되는 부재중 전화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한남동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지난 7일 기자와 만나 극우성향 윤석열 지지자들이 건 것으로 추정되는 부재중 전화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 박수림
 
이를 본 누리꾼들은 영상 속 남성이 윤씨라는 점과 운영하는 식당 이름, 주소, 윤씨의 유튜브 채널명 등을 공유했다. "좌파"라는 근거 없는 비난과 관상 등을 언급하며 인신공격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나흘 뒤엔 똑같은 영상이 유튜브 채널 '뿌링사무소'에 편집된 채 올라왔다. 이 영상엔 '부모님뻘 어르신들을 폭행하는 극좌 셰프 윤영배'란 제목이 달렸고, 원본 영상 일부에 자막을 입혔다.
 
영상 후반엔 윤씨가 개인 SNS에 올린 게시글, 과거 방송 출연분 등과 함께 영업장 정보 등이 추가됐다. 그러면서 "(영상 속 남성이) 한남동에 'OO'이라는 원 테이블 오마카세(주방 특선 요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업장의 특징은 한 번의 노쇼도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이라며 "노쇼 테러"도 언급한다.
 
이 영상에도 "얼굴 신상 다 까발려져서 속이 후련하다", "식당 좌표 찍혔네. 드가자(들어가자)~", "(윤영배가) 민주당을 가까이했네", "CIA 신고 완료" 등 댓글이 이어졌다. 최근 극우성향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한 이들을 CIA(미국 중앙정보국)에 신고하고 있다. 실효성은 없으나 소위 '종북 세력'으로 몰아 미국 입국을 저지하겠다며 불특정 다수를 압박하는 것이 목적이다.
 
두 영상은 각각 조회수 15만, 39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구국채널(구독자 1.4천 명)'과 '뿌링사무소(구독자 6.11만 명)'가 그간 올린 영상 중 최고 조회수다. '일간베스트'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두 영상이 여러 차례 공유됐다.
 
가게 앞 CCTV에 찍힌 장면
 
 지난 8일 오후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운영하는 한남동 식당 문 앞에 윤석열 지지자로 보이는 인물이 종이를 붙이는 모습(위). 이후 윤씨가 종이를 확인하니 인신공격과 함께 '멸공'이라는 글씨가 있었다(아래).
▲지난 8일 오후 자영업자 윤영배씨가 운영하는 한남동 식당 문 앞에 윤석열 지지자로 보이는 인물이 종이를 붙이는 모습(위). 이후 윤씨가 종이를 확인하니 인신공격과 함께 '멸공'이라는 글씨가 있었다(아래). ⓒ 본인 제공
 
윤씨를 향한 테러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씨가 기자와 만났던 지난 7일, 극우 유튜브 채널 '신남성연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영업장 방문을 암시했다. '신남성연대'는 "우파 어르신 애국 집회에서 욕하고 협박한 영배야"라며 "형이 두피 문신 시켜줄게. 내일 밤 10시 라이브 합니다"라고 예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오늘 밤 10시에 준비했던 영배 특집 방송은 취소함을 알린다"고 번복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8일 가게 앞 CCTV 영상에 한 장면이 잡혔다. 한 남성이 2층에 위치한 가게 입구로 올라오다 계단에 붙은 종이를 보고 정문에 옮겨 붙이는 모습이었다. 윤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8일 누군가 영업장 문 앞에 이상한 종이를 붙이고 갔다"고 말했다. 그 종이에는 모욕성 문구가 적혀있었다.
 
윤씨는 "어르신들에게 욕설을 한 제 행동은 경솔하고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저의 개인 정보를 노출하고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를 일삼은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다. 선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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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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