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2299.html 

어둠 속 강정마을 “비상상황” 다급한 외침
등록 : 2012.03.06 20:50수정 : 2012.03.06 22:16

6일 오후 혹시 모를 경찰의 화약 운반을 저지하기 위해 ‘제주화약’ 앞길을 막은 박아무개씨가 경찰에 연행됐다. 영상갈무리/조소영피디

[전운 감도는 강정 현장르포] 
제주화약 앞 경찰과 몸싸움 4명 연행…저녁 7시 화약류 사용허가
강정마을 주민회의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어어어,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어어어.”

6일 오후 4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강리 산길. 좁은 길에 서 있는 주민과 기자 등 일곱명을 경찰 30여명이 빙 둘러쌌다. 그런 다음 점점 왼쪽으로 밀었다.

“여기가 경찰 니들 땅이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어,어,어”

어어어 하는 사이에 10여명의 주민들은 길가로 밀려났다. 차 한대 지나가면 꽉 차는 길 양쪽을 경찰 50여명이 팔짱을 끼고 완전히 봉쇄했다. 그 와중에 몸싸움도 있었다.

“어~ 이 아줌마가 내 발 밟았어.”(한 의경)
“내가 고의로 밟은 거야, 니들한테 밀리다가 밟은 거지”(주민 김아무개씨)
“아니 발을 밟았으면 사과를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다른 의경)
“나도 밀려서 넘어지다가 모르고 밟은 거야. 그리고 나도 뒤로 넘어져서 허벅지를 찧었다구. 니들이 애초에 쓸데없이 양쪽으로 안 밀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주민 김아무개씨)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말싸움이 이어졌다.

이 소란은 43톤(t)의 화약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강리에 위치한 ㈜제주화약 앞에서 일어났다. 6일 낮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 지킴이 몇 명은 제주해군기지 시공사 대림건설이 구럼비 바위 발파에 사용할 화약이 보관돼 있다는 사무실과 ‘화약창고’ 앞으로 갔다. 혹시나 화약 운반이 있을까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화약회사 앞에 이미 경찰이 있었다. 한 활동가는 “경찰이 서류뭉치를 잔뜩 들고 제주화약 사무실로 들어갔고, 오늘 뭔가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점점 늘어났고, 1개 중대가 평소엔 사람 1~2명 지나갈까 말까 한 안덕면 동강리로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네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의 박경수, 고동주 두 명의 활동가가 화약운반이 있을지 몰라 길을 막기 위해 차량을 길 가운데를 가로막도록 주차하자, 30여분만에 경찰이 박씨와 고씨를 일반교통방해 현행범으로 연행했다. 박경수씨는 연행되는 도중에 “차에 타고 있는데 사지를 들어 연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팔을 꺾고 나를 발로 찼다”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던 한웅 변호사는 “도로를 파괴하거나 폭행을 행사한 적이 없어서 매우 중한 범죄인 형사소송법상의 일반도로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방해죄에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경범죄로서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경수·고동주 두 명은 체포가 부적절하다는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여옥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연행하기 위해 중한 죄를 적용한 나일론 법적용”이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경찰이 활동가들 차량 견인을 할 수 없도록 견인차를 다른 곳으로 운전한 신부 등도 함께 연행됐다.

교통사고도 있었다. 강정마을에서 영상을 찍는 활동가 임호영씨는 경찰차에 발가락을 치였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경찰 승합차가 후진하면서 뒤에 있던 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바로잡고 가라고 앞을 막았더니, 개의치 않고 그대로 전진했고, 내 발가락을 치었다”며 “미안하다는 사과는커녕 차에서 곧장 내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강정마을 주민은 “경찰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벌레 취급할 수 있냐”며 “당신들 눈에는 강정마을 주민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의 경찰 승합차에 탑승해 있던 서귀포경찰서 지능범죄팀장은 “차를 가로막았고 발을 타이어 우측으로 일부러 밀어넣었다”며 “본인이 치였다고 주장하니 다른 경찰서 교통조사과 담당자를 부르고 119도 불러 병원으로 후송조치해줬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화약’ 앞 길에서 화약 운반을 저지하려고 세워둔 차를 경찰이 견인하고 있다. 영상갈무리/ 조소영피디
 
그러나 장하나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대외협력위원장은“경찰이 대림건설과 삼성물산의 경비요원 수준으로 전락한 꼴”이라며 “도에 넘치는 공권력의 투입으로 마을주민들이 매일같이 몸과 마음을 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은 서귀포경찰서가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 승인 결정이 난 뒤 있을 ‘화약 운반’을 위한 예행연습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서류를 검토중이고 오늘 허가 승인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해서 상황을 미리 살피고 연습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녁 7시께 경찰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서귀포 경찰서장이 우근민 도지사의 ‘보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 등 해군기지 시공사가 신청한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방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7시10분 곧장 ‘긴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을 모았다. 강 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렸다.

“긴급 비상사태입니다. 긴급비상사태입니다. 구럼비 발파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오니, 주민 여러분 주위 분들을 동반하시고 지금 바로 회관으로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서귀포경찰서도 이날 오후 제주해군기지 건설 시공사인 대림산업 등의 구럼비 해안 암반 발파를 위한 ‘화약류 사용과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된 화약사용량은 43톤으로, 폭파기간은 5개월이다. 발파신청 지점은 구럼비 해안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인근 부지 등 2곳이다.

오후 7시30분부터 제주 강정마을 회관에서 열린 주민회의에는 주민과 강정지킴이를 위해 강정마을에 모인 평화운동가, 성직자 등 100여명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강 회장은 “구럼비가 발파되는 것은 곧 강정마을이 발파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구럼비 해안 암반 발파를 위한 ‘화약류 사용과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경찰이 승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회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 조소영 피디

 

문정현 신부는 “이제 강정마을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한 큰 국면, 무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게 4·3 사태하고 똑같은 상황으로 공권력이 제주도민, 강정마을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나는 이 곳으로 올때부터 구럼비 바위와 명운을 함께할 생각으로 왔다”며 “그러나 그저 순박한 강정마을 양민들이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겪을 희생을 생각하면 온 몸이 떨리는 전율이 오고 무섭다”고 밝혔다.

경찰은 7일 오전 4시 경찰서별로 인원을 집결해 시공사 쪽이 화약을 운반할 때 발생할 주민들과 충돌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화약을 운반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강정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제주/글·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6일 오후 해군기지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서 군 관계자들이 발파를 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는 공사를 하고 있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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