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동’ 불 지핀 전광훈·유튜버…처벌 피하기 어렵다

 

장한서 2025. 1. 27. 08:39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경찰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극우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설 연휴에도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난동 당시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선동한 혐의를 받는 전 목사와 유튜버들에 대해 교사죄와 방조죄 혐의도 적용돼 처벌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교사죄 또는 방조죄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전 목사가 집회 참석자들을 선동해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유발했다는 내용의 고발 10여건을 병합해 전담팀에 맡겼다.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전 목사는 폭력 사태 전날인 18일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 “서부지법에 안 나타나는 분은 처벌하겠다”는 등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이 전 목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시민단체 등의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18일 전 목사의 전체 발언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조만간 전 목사를 직접 불러 난동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난동 사태를 실제 유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고발 소식을 접한 전 목사는 “친북주의자들이 나를 고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24일 귀국한 전 목사는 난동 당시 판사실에 침입했던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 이모씨에게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우리 교회에서 전도사가 된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23일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경찰은 극우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내란 선동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설 연휴에도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속된 피의자는 61명에 달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동 사태로 구속된 혐의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선동에 앞장선 유튜버들과 전 목사가 교사죄 혹은 방조죄 처벌까지 받을지 주목된다. 교사죄란 타인이 범죄를 하도록 고의로 타인을 유도하는 행위에 적용된다. 실제 행한 사람과 시킨 사람 모두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방조죄는 타인의 범죄 행위를 도움으로써 성립하는 죄목이다.
 
전문가들은 교사죄 적용은 까다로운 편이라면서도, 방조죄는 적용 범위가 넓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사죄의 경우 구체적 행위 지시 여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실제 난입 및 기물 파손 여부, 시위대의 행위가 유튜버의 독려에 기반을 둔 것인지 등을 엄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영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교사는 범행 결의를 야기하는 것이다. 원래 범행 결의가 없던 사람에게 범행 의사를 생기게 하는 것”이라면서 “유튜버가 ‘서부지법으로 당장 들어가라’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진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범행 의사를 우월하게 했다면 교사로 볼 수 있다. 시위대를 발언, 격려, 설득, 자극한 결과가 범행 쪽으로 나아갔는지 아닌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교사죄 적용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개별 워딩을 봐야겠지만, 교사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교사는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유튜버의 말이 조금 세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 않겠나. 유튜버의 말과 시위대가 듣고 행동에 나서기까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시위대가 전 목사와 유튜버 등의 말을 듣고 행동하는지는 본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방조죄 가능성은 있다. 방조는 말 그대로 돕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판례는 정신적 방조도 방조 행위로 본다. 이미 결심한 사람을 부추긴 행위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의 배후 조종자로 보기 어려워도, 보조자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방조는 인정하기가 쉽다”며 “정신적으로 격려, 고무했다면 방조로 인정한다. 이 부분은 대법원이 교사보다 넓게 인정한다. 교사가 인정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방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전 목사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전광훈 목사는 교사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며 “나머지 유튜버들은 개별적으론 교사한 측면도 있으나, 단순 중계는 방조에 불과할 수 있다”며 “언제까지 ‘서부지법에 모여라’거나, ‘쳐들어가자’라는 말들을 하는, 대가성 없이 단순히 범죄를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말 한마디도 교사죄 성립이 가능하다. 조폭 두목이 특정 장소를 겨냥해 ‘쳐라’라는 말 한마디도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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