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스피커’ 지적에도…尹 궤변에 김 여사 언급 확산한 언론
헌법 부정하는 계엄 정당성 주장, 김 여사 걱정 등 여론 의식한 주장들 무비판적 인용…KBS도 기계적 보도한 날, MBC ‘상상조차 쉽지 않은 황당 주장’
기자명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입력 2025.01.29 11:44 수정 2025.01.29 11:57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등의 궤변을 언론이 확산시켜줘선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지만, ‘무비판적 단순 인용’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을 자처해온 석동현 변호사(21일 탄핵심판 대리인단 합류)는 설 명절 연휴인 28일, 일부 변호인과 구치소에서 접견하며 들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전했다. 지난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대통령이 또다시 본인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걱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석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소감’ ‘심정’이라며 전한 주장은 성립될 수 없거나, 그간의 관계자 증언 등과 배치되는 내용들이다. 일례로 헌법상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병력을 동원해야 할 ‘군사상 필요’가 있는 경우 선포해야 하는 비상계엄을 두고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 독재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판단”해 정당하다는 궤변이다. ‘모든 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적 계엄포고령이 발표되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면서까지 국회 진압·통제에 나선 당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로부터 수시간이 지나서야 계엄을 해제한 윤 대통령이 “모든 게 헌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일”이라 주장한 내용도 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고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했고” “무엇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다면서, 국민과 청년, 미래 등에 대한 걱정을 했다고 했다. 아울러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서 최근 영부인이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지난 15일 관저를 떠나온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또 볼 수도 없었는데 건강 상태가 어떤지 좀 걱정이 된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사법 체계 부정 장기화로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명절 연휴를 맞았지만, 국민에 대한 사과보다 지지층을 의식한 여론전을 펼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일부 갈무리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일부 갈무리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은 최소한의 비판이나 검증 없이 확산했다. TV조선의 경우 석 변호사가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리기에 앞서 <[단독] 尹, 설 메시지 "나라의 앞날이 걱정"…김건희 여사 건강 염려도 담겨> 기사를 냈다.
 
특히 ‘계엄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는 궤변을 제목에 띄운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尹 “이번 계엄, 어떻게 내란 되나…헌법 테두리 내 이뤄져”> 기사가 대표적이다. 소위 중앙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들 중에서도 한국경제, TV조선, 동아일보 등이 이런 주장을 제목에 실어 나르며 무비판적으로 다뤘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 중에선 공영방송 KBS의 ‘뉴스9’가 <“계엄, 헌법 테두리 내 이뤄져”…연휴 이후 형사재판 본격화> 리포트를 냈다. 기사 본문에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계엄군 지휘부 진술과 상반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한 줄가량 포함됐을 뿐, 윤 대통령 주장을 적극 검증하거나 비판한 기사로 보기 어려운 형식이었다. 해당 리포트를 소개하는 앵커멘트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8일) 변호인단 측을 통해 계엄은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모두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건데, 법정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는 데 그쳤다.
 
▲2025년 1월28일 KBS '뉴스9' 갈무리
▲2025년 1월28일 KBS '뉴스9' 갈무리
 
▲2025년 1월2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2025년 1월2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반면 같은 날 SBS ‘8뉴스’, MBC ‘뉴스데스크’에는 윤 대통령 주장을 단순 인용한 리포트가 포함되지 않았다. MBC의 경우 이날 <[단독] “계엄 선포문 다 나눠줬다”더니‥국무위원들 “못 받았다”> <“상위 법규에 위배”‥尹 불법 계엄 스스로 인정?> 등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을 주도한 이들 주장의 모순을 짚었다. 윤 대통령 주장을 지적한 리포트의 앵커멘트는 “그동안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앞뒤가 안 맞는 건 기본이고,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황당한 주장들을 늘어놨다. 오죽했으면, 내란 우두머리의 자백에 가깝다는 평가가 이어질 정도”라는 평을 전했다.
 
그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언론이 ‘내란 선동 스피커’가 돼선 안 된다는 우려를 수차례 밝혀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21일 <내란 옹호로 읽힐 ‘단순 중계·기계 균형’ 보도> 보고서에서 “양쪽이 잘잘못 없이 가지런히 맞선 것처럼 보도하면 ‘정론’이 아니다. 정당하고 이치에 맞는 보도를 내야 한다”며 “기계 균형은 ‘공정’ 보도 도구일 수도 없다. 공평하되 올바로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인 단체들은 지난달 25일 김용현 전 장관 측의 매체별 기자회견 취재 제한 조치를 비판한 성명에서 언론이 여론전에 동원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은 내란 선동의 확성기가 되지 말라>, 지난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은 내란세력 대변인 자처하는 받아쓰기 멈추고 본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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