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증세?" 물었지만... 실패한 조지호 진술 흔들기
[윤 탄핵심판 10차 변론] 조 청장, 형사재판 이유로 핵심 쟁점에 진술거부권 사용
25.02.20 21:58 l최종 업데이트 25.02.20 22:06 l 선대식(sundaisik)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조지호 경찰청장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지시" 진술을 흔들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 쪽의 노력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혈액암 투병을 이유로 두 차례나 출석하지 못한 조지호 경찰청장을 두고 '강제 구인'까지 요청해 결국 그를 증인석에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20일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조지호 청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자신의) 공소사실과 관련되어 증언하지 못한다"였다. 이는 국회 쪽 질문과 윤 대통령 쪽 질문 모두 마찬가지였다.
 
먼저 국회 쪽이 '계엄의 밤' 당시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김용현 국방부장관-조지호 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 회동을 물었다. 조 청장은 "공소사실과 관련돼, 증언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체포 지시와 관련한 질문에도 대답은 같았다.
 
윤 대통령 쪽은 조 청장의 진술을 흔들기 위해 정상적이지 않은 육체적·심리적 건강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도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쪽에 유리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쪽 이동찬 변호사가 "검찰조사 당시 분위기가 어땠나?", "조사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병실에서 여러 번 조사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조 청장은 "검찰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응한 것"이라고 답했다.
 
- 이동찬 변호사 "당시 섬망 증세(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있지 않았나?"
 
- 조지호 청장 "조사 시간이 적게는 1시간, 많게는 7시간이 되지만, 그 사이 휴식을 계속 취했다. 병원에 있을 때는 베드에 누워서 조사 받다시피 했다."
 
- 이 변호사 "계엄 당시 온갖 전화와 회의 주재로 혼란하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 수사기관에서 수사받을 때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 명확히 기억해서 진술한 것이냐."
 
- 조 청장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갑자기 폐렴이 와서 그때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런데 섬망 증상이 있다는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조 청장이 핵심 쟁점에 대해 계속 진술거부권을 사용하고 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 등이 맞물려, 양쪽은 각각 주어진 증인신문 45분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조 청장에게 건강을 챙기라는 말 한 마디만 남겼다.
 
조 청장 "형사재판에서 사실대로 밝힐 것... 책임질 부분 있으면 책임지겠다"
 
김형두 재판관은 조 청장에게 12월 4일 오전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물었다. 김 재판관은 "증인(조 청장)은 박현수 국장에게 '대통령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고, 죄송하다고 했더니, (윤 대통령이) 덕분에 빨리 잘 끝났다고 했다. 뼈가 있는 말로 알아들었다'라고 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뼈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윤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런 상황에서 청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 면직 절차를 밟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김 재판관이 "박안수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는데 협조를 안해준 것 아니냐"라고 묻자, 조 청장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그렇다"라고 답했다.
 
"상처 입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진실을 밝혀달라"는 국회 쪽 요청에 조 청장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소된 형사재판에서 여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국회 쪽이 재차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13만 경찰의 수장이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얘기해달라"라고 했지만, 조 청장은 "형사재판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제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한 자신의 진술을 두고 변호사 입회 하에서 조서를 열람하고 서명날인을 했다고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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