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의 오판...트럼프에게 말려들고 있다
[강명구의 뉴욕 직설] 지금은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시간... 다가올 70년, 한미동맹 2.0 설계해야
민족·국제 강명구(bluesky2024) 25.04.10 06:53ㅣ최종 업데이트 25.04.10 07:04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성과 신념이 충돌하면 무엇이 이길까? 경제학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고, 시장 반응도 비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접하며 든 생각이다.
이번 상호관세의 의도를 두고 미국 안팎의 해석은 엇갈린다. 보호무역 강화인지, 협상용 압박 카드인지 불분명하다는 반응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정책은 이성적 계산이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관세는 미국을 강하게 한다"고 말해왔고, 대선 기간에는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까지 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 있다. 쉽게 철회할 수 없는 정치적 상징이자 상대의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선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트럼프와의 통화는 전략적 실책에 가깝다. 통화 직후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의 무역흑자, 방위비,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 등을 언급하며 일방적 압박 메시지를 쏟아냈다. "한국 대표단이 비행기로 오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그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부각시켰다. 상대의 조급함을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서사를 구축한 셈이다.
한 대행의 통화는 트럼프를 여전히 설득 가능한 상대라고 보는 오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조급한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인내다. 트럼프의 단기 성과주의에 말려들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중장기 한미동맹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 가정하고 대비할 때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레빗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104% 관세 부과 방침을 확인하면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실수"라고 밝혔다.연합뉴스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는 급진적 정책이었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 10%의 기본관세를 일괄 부과하고, 무역흑자 국가들에는 최대 49%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제품은 기존 20% 관세에 34%가 추가돼 누적 54%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 50%까지 더한다고 밝혔다.
반격에 나선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종전 34%에서 84%로 올린다고 발표하자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다시 125%로 인상하고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 동안 전격 유예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단 25% 상호관세 대신 10% 기본관세만 적용받게 됐다.
이 조치는 시장과 그의 지지층조차 놀라게 했지만, 실상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부터 "관세는 미국을 강하게 한다"는 신념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고, 선거 공약에서도 10~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진심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는 안일한 태도로 그의 발언을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했다.
관세 정책은 이제 트럼프에게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니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정치적 사안이 됐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며, 조급하게 양자 협상에 임하는 나라는 이 정책의 효과를 과시하는 희생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이 우려해야 할 것은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다. 한미동맹 전체의 재편 가능성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 트럼프는 이미 '100억 달러'라는, 현행 11억 달러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언급했다. 지난 1기 정부 때도 5배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이제 그 강도가 2배로 높아진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위험에 처해 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 FTA 폐기 통보 서한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한국산 제품에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 FTA의 혜택을 무력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및 역할 재조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에도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뜻이 워낙 완강해 2기 정부에서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참모들의 증언도 있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을 이용해 온 배신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그의 고유한 동맹관이며, 신념에 가까운 시각이다. 따라서 그 인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해명하고 설득하는 종래의 접근법은 트럼프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고 오히려 협상력을 더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금은 트럼프발 상호관세 압박에 조급하게 대응할 때가 아니다. 미국 내부의 반발을 주시하며,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긴 호흡으로 설계하는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작 트럼프 관세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쪽은 그의 핵심 지지층 내부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 분열, 상호관세 정책의 진짜 약한 고리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취약한 고리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내부, 특히 트럼프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이다.
그 징후는 먼저 의회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2일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당일 저녁, 상원은 이 정책에 반대하는 상징적 결의안을 51 대 48로 통과시켰다. 상원에서 공화당이 53석으로 47석의 민주당보다 다수를 점하고 있음에도, 4명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공화당 내부 균열을 시사한다.
하원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20 대 213으로 과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단 4석 이탈만으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실제 지난 1일 위스콘신을 포함한 여러 주의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세의 하락이 뚜렷했다.
위스콘신 대법원 선거와 주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진보 우위를 지켰고, 플로리다 특별선거 두 곳에서는 공화당이 이겼지만 지난 대선에서의 트럼프 승리 폭(32%, 30%)에 비해 격차가 14%와 8%로 좁혀졌다.
지난 3월 25일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15% 차로 이겼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고, 일리노이와 위스콘신에서도 민주당이 일부 의석을 확보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초반 공화당 지지층 약화를 시사한다. 벌써부터 상호관세로 인한 시장 충격과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도 중간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지층 내부 불안도 감지된다. 상호관세 정책으로 농산물 수출 감소, 물가 상승, 제조업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동요하는 조짐이 보인다. 예를 들어, 3월 31일 기준 갤럽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 20%가 관세 정책에 반대하며 물가 상승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실제 고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가장 심하게 받을 계층이 트럼프 지지층과 겹친다.
금융시장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상호관세 시행 이후 미국 기업 이익이 5~7%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2025년 하반기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상호관세 전략은 외형상 강경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의회, 지방정부, 시장, 산업계, 지지층 모두에서 이탈과 저항이 나타나고 있는 불안정한 정치 실험이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 내 정치 흐름을 조용히 주시하며 미국 내 제반 세력과 연대의 폭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
단기 압박을 장기 설계로 돌파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국무총리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방위비, 무역, 주한미군, 북핵 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빅딜'을 성사시켜 정치적 승리 서사를 쌓는 것이다. 개별 사안에 조급하게 매달릴수록 한국의 협상력은 약화된다. 한국의 조기 대선 국면은 이런 조급함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한국의 조급함을 반길 것이다. 한국 측에서 여러 정파가 가시적 성과를 위해 한미 협상에 매달릴수록 그의 협상 레버리지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트럼프의 요구 조건도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서두르지 말고 미국 내부 움직임을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
대응이 필요하다면, 트럼프의 단기 성과 집착을 역이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방위비, 통상, 주한미군, 공급망 등 핵심 현안을 하나의 협상 틀로 묶고, 조건부 양보와 한국의 중장기 전략 과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일부 사안에서 파격적인 조건부 양보를 하면, 트럼프는 "내가 한국을 바꿨다"는 단기 승리의 정치 서사를 챙기고, 한국은 중장기 이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도 어느덧 70년을 넘어섰다. 다음 70년을 어떻게 설계할지, 그 답을 찾을 때다. 조기 대선이 국민과 함께 이 비전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지금은 즉각적 대응이 아닌, 전략적 설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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