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공소장] 이진우 진술 공개, 수방사가 '반란군'인 이유
홍우람 2025년 04월 17일 18시 27분
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내란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뉴스타파는 12.3 내란 당시 국방장관 김용현이 합동참모의장 휘하 작전부대인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을 강탈해 이들을 ‘반란군’으로 이용한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취재팀이 입수한 내란 수사 기록 안에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해군 대장인 합참의장의 지휘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육사 선배인 김용현의 지시만 따른 사실도 담겨 있다. (참고 기사: [다시 쓰는 공소장] 그들은 합참의장의 부대를 강탈했다)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김용현의 하수인이 된 두 사령관 가운데 적어도 이진우는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 없이는 병력을 출동시킬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무죄 주장 스스로 반박하는 이진우 진술
내란의 주범 중 한 명인 이진우는 최근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정당한 임무수행”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진술을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우 본인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김용현의 지시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불법 계엄에 가담했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정황이 뚜렷하게 담긴 이진우의 진술을 공개한다. 그가 김용현 수사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해 남긴 진술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수방사령관 이진우는 김용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날 김용현이 이진우에게 내린 ‘지시’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부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 둘째, 수방사 부대를 출동시켜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의 주요 출입문을 차단, 봉쇄하라”는 지시다. 지시를 받은 시점은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으로 아직 계엄사령관조차 임명되지 않았을 때다.
김용현의 전화를 받은 이진우는 곧장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을 사령부로 불러들였다. 우리 군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2특수임무대대와 35특임대대를 산하에 둔 1경비단 병력을 출동시키기 위해서였다. 계엄 선포 약 30분 전인 밤 9시 48분경 소집령이 내려졌다. 조 단장은 당시 이진우의 지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백혜련 의원: (비상계엄 선포) 그 전에 이진우 사령관이 지시한 건 뭐예요?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당일 21시 48분경에 저한테 전화가 와서 ‘상황이 있는 것 같으니까 수호신TF를 소집하고 너는 사령부로 들어와라’ 해서 이동했습니다.
-2025.1.14, 국회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
이진우 “병력 이동, 합참의장 승인 있어야”
군 지휘계통에 따르면, 수방사 1경비단 병력의 출동을 위해선 수방사령관을 지휘하는 합동참모의장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진우는 지난해 12월 23일,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합참이 병력 대기나 출동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당시 합동참모본부에서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이 출동하여야 할 군사정보를 받은 적이 있는가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없습니다.
특히 이진우는 병력 출동 지시를 내리기 전 합참의장의 승인이 필요했다는 점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검사: 수도방위사령부령 제5조 제1항에 의하면 …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직접 작전지휘권은 합동참모의장에게 있는 것 아닌가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예, 맞습니다. 병력이 움직이면 의장께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의장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진우는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기 전후로 지휘권을 가진 합참의장에게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검사: 진술인은 이 사건에서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으로 작전을 수행할 때 합동참모의장의 작전지휘나 감독을 받았나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상황이 되었다면, 보고를 했을 것입니다.
●검사: (부대를) 소집할 때부터 합동참모의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아닙니다. 소집하고 훈련하는 것은 제 권한으로 할 수 있는데, … 출동할 때에는 의장에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이진우는 검찰 조사에서 합참을 정점으로 한 수방사 작전 지휘계통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반대로 작전 지휘계통에 없는 김용현의 지시를 따라야 할 법적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검사: 혹시 국방부장관이 직접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작전지휘를 할 수 있다는 다른 법령이 있는가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찾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피해간 군형법상 책임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이진우의 12·3 내란 가담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를 비롯해, 군인으로서 지휘계통에 정면 도전한 범죄로 평가할 수도 있다.
첫째, 군형법 제5조 반란에 부합한다. 대법원은 반란죄를 ‘군인이 작당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군 지휘계통이나 국가기관에 반항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반란죄 성립이 가능하다. 국회로 향했던 수방사 병력은 이진우의 지시로 각자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소총과 권총, 저격소총 등 개인화기는 물론이며, 실탄도 조직적으로 실어날랐다. 당시 수방사 병력은 소총용 실탄(5.56mm 보통탄)만 3400발 넘게 갖고 있었다.
이진우가 이들에게 내린 불법적인 명령은 헌법기관인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을 체포하는 것이었다. 반란을 지휘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군형법 제9조 반란 불보고죄로도 볼 수 있다. 이진우는 반란의 소지가 다분한 작전을 준비하고, 실행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상관인 합참의장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 ‘반란을 알고도 상관 또는 그 밖의 관계자에게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할 수 있다.
셋째, 이진우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부대를 이동시켰다. 군형법은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에서 지휘관이 권한을 남용하여 부득이한 사유 없이” 부대를 이동시키는, ‘불법진퇴’의 죄를 엄하게 처벌한다.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로 법정형이 무겁다.
합참 몰래 병력 출동…“군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합참 몰래 헌법기관에 병력을 침입시킨 행위는, 이진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사: 합동참모본부 진◇◇은 ‘(합참)으로 작전상황들이 종합이 되는데, 그날은 … 특전사나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로 이동하는 것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보니까 국회에 군인들이 나간 것을 보고서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나간 부대가 있구나’ 하고 그때부터 각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그때만 해도 어느 부대가 몇 명이 출동했다는 것도 몰랐고,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가 있는 줄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현재 이진우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다소 이상한 결론에 도달해 있다. “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자백한 최고위 장군에게 군인으로서의 법적 책임은 묻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 검찰은 이진우를 군형법상 반란 등 군형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진우만이 아니다. 비상계엄 이틀 전부터 합참의장 모르게 부대 출동을 준비했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역시 같은 혐의를 받는다. 이렇듯 내란 주범 수사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
법조계에서는 내란 주범인 군 최고지휘관들에게 군형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를 우리가 법적으로 평가함에 있어서 군 지휘관들을 어떤 2차적인 단순한 그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내란)중요임무 종사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군사반란죄로 책임을 물어야 앞으로 군인들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을 하고 국민들을 향해서 총칼을 드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란죄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뉴스타파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우리 군의 지휘계통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피하고 있는지, 이어서 보도할 계획이다.
제작진
취재 강현석 강혜인 조원일 홍우람 홍주환
영상취재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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