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보도 이럴 거면 안 하는 게…” KBS 내부 비판 왜?
언론노조 KBS본부 “KBS 대선 보도, 부끄러운 수준…건진법사 의혹 찾기 어려워”
기자명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입력 2025.04.28 19:49
 
▲2024년 10월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600여 명이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2024년 10월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600여 명이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한때 이른바 ‘땡윤뉴스’로 불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우호적 보도로 비판 받았던 KBS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도 윤 전 대통령 부부에 관한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21일 이후 KBS 뉴스를 타 방송사와 비교하며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한 주 동안의 모니터링 이후 이들은 “KBS 뉴스의 대선 보도가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의문이 드는 한 주”라면서 “모니터 결과는 부끄러운 수준”이라거나, “보도량과 질 모두 타사 대비 한참이나 부족했다”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최근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 은신처에서 금융기관에 유통되는 한국은행 관봉권 형태의 현금 다발이 발견되고, 통일교 관계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6000만 원대 목걸이를 건넨 정황이 보도되는 등 전직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이 재부상했다. 이들의 공천개입 의혹,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이에 관한 윤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다시 불거졌다.
 
일례로 24일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톱 아이템을 시작으로 <[단독] “이인선 한번 시켜줘야 하지 않나”…또 나온 공천 개입 정황> <[단독] “건진법사 법당에서 명태균 봤다”.. ‘건진’과 ‘명태균’ 청탁 주고받았나> <쌀통에서 건진 ‘5천만원 돈뭉치’..한국은행 “개인에게 안 주는데..”> <김여사 고발 빠진 ‘미완의 삼부토건’.. “이제 검찰의 시간”> <윤석열-당 직접 연락 확인..공천 개입 의혹 수사 속도> 등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JTBC ‘뉴스룸’도 대선 관련 보도에 이은 6번째 순서부터 <검찰, 김태우 이어 관련자 줄소환… ‘윤 부부 개입 의혹’ 수사 확대> <[단독] “김태우 살펴봐라” 윤석열 육성파일 있다…검찰 확보 관건> <선거철 전후, 건진 부인 계좌에 6억4천만원…1억 넘는 수표도> <[단독] 건진법사, 명태균과 비교에 “내가 급이 같나” 불쾌감> <‘삼부토건’ 조사 마친 금감원… ‘김 여사는 빼고’ 검찰로> 등 관련 이슈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SBS ‘8뉴스’는 9번째 이후 꼭지로 <[단독] “고문님 덕에 결선…VIP 사진 홍보” 건진법사 관여?> <[단독] 건진법사, 대구 공천도?… “신경 쓴듯 보이려 거짓말”> <검찰, 전 평택시장 조사… ‘공천개입 의혹’ 김여사 곧 소환> 등 보도를 전했다.
 
그러나 이날 KBS ‘뉴스9’에선 윤 전 대통령 부부 이야기에 집중한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KBS본부는 “이 정도면 의도적으로 윤석열, 김건희 관련 보도를 외면하는 수준”이라며 “당일에는 삼부토건 검찰 고발에 대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브리핑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보도 누락”이 됐다고 비판했다.
 
▲2025년 4월 25일 지상파 3사 및 JTBC 메인뉴스의 첫 번째 보도를 소개하는 앵커멘트 화면 갈무리
▲2025년 4월 25일 지상파 3사 및 JTBC 메인뉴스의 첫 번째 보도를 소개하는 앵커멘트 화면 갈무리
 
이튿날인 25일엔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이 의혹에 대한 대선 후보 시절 윤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방송사는 단연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보도를 ‘톱’으로 올렸다. 그러나 KBS 메인뉴스에선 이 사안이 10번째 이후 순서부터 배치됐다. 이날 KBS 뉴스 첫 번째 리포트는 <홍준표-한동훈 맞수 토론…“사사건건 깐족” “윤 옆에서 아부”>였다.
 
반면 MBC는 <[단독] “네 달 맡겼다 손실 났다”.. ‘尹 허위사실 공표’ 수사 재개>를 시작으로 김 여사가 고가 가방을 받은 ‘명품백(디올백) 수수 사건’ 수사는 또다시 막혔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단독] 공천개입 의혹 밝힐 육성 녹음..검찰 확보할까> <[단독] “신 행정관은 ‘찰리’가 관리”.. ‘건진’ 가족 몫 지금도 용산에?> 등 단독 보도도 이어졌다.
 
JTBC도 <‘김건희 도이치’ 전격 재수사…서울고검, 부장검사 1명에 배정> 기사를 첫 번째 아이템으로 그간 지적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연이어 보도했다. 또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추가 단독 보도를 <[단독] ‘삼부 체크’ 이틀 전 수상한 공시… ‘우크라이나 포럼’ 협회장을 경영진으로?> 제목으로 전했다.
 
SBS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이 대선 때 비밀 선거사무소를 운영했다는 증언이 담긴 <[단독] “건진법사, 사비로 ‘양재동 캠프’ 비밀리 운영”> 보도를 시작으로, 그간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의 문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등을 짚는 리포트를 이어갔다.
 
KBS본부는 이날 모니터 보고서에서 자사 메인 뉴스를 “‘맹탕’이었던 ‘김건희 의혹’ 블록”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도 김건희 의혹 리포트 몇 개 했다’고 개수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보도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KBS본부는 또한 28일 관련 성명에서 자사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 보도를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읊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각 당의 대선 경선에 대한 보도가 부실했던 반면 한덕수 권한대행 출마설 보도는 어느 방송사보다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도시사본부 수뇌부에게 요구한다. 시청자들에게 이번 대선과 관련해 다양하고,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며 “더 이상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의혹에 눈과 귀를 닫지 말라, 해야할 보도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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