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적자 예상, 감세는 안돼...기재부 개혁, 국민이 직접 예산 짜야"
[경제직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말하는 '차기정부가 해야할 재정조세개혁'
김종철(jcstar21) 25.05.16 06:47ㅣ최종 업데이트 25.05.16 06:47
 
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차기정부의 조세재정개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차기정부의 조세재정개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철 
 
"저는 낙관주의자예요. 그런데도 지금 (재정상황을) 보면 정말 녹록지 않아요. 엄중한 상황이죠. 다음 정부에선 더 이상 감세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재정 지출과, 부채, 세금 등을 최적화해서 정부의 투자 여력을 만들고, 경제 선순환을 만들어야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쓴 웃음이었다. 차기 정부의 재정조세정책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스스로 '낙관주의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주된 관심사인 재정과 세제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연구자'로서 각종 숫자로 표시된 현상과 사실관계를 따져 묻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지난 윤석열 정부의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연구위원은 "임기 3년 내내 지난 정부 탓을 하는 정권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초유의 비상계엄사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야당의 정부예산안 감액 편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집권 여당과 정부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비판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책 추진 정당성을 호소해 왔다"면서 "하지만 윤 정부는 정반대였다. 여당과 정부 스스로 국정 발목을 잡으면서, 정치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말 국회의 예산안을 두고 그와 만났었다. 현 정부의 부자 감세와 재정 위기에 대한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관련기사: "역대 최악의 감세정권, 다음정부는 100조 적자로 시작" https://omn.kr/2b60g) 그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과 탄핵, 그리고 조기대선이라는 숨가쁜 시간이 흘렀다. 재정 악화와 경기 침체의 골은 더 깊어졌고, 정치적 불안정은 최악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마이너스 경제성장까지 이르렀다. 경제위기는 현실이 됐고, 그 밑바닥에는 재정위기가 깔려 있었다. 이상민 연구위원을 다시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나눠야 할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최근 정부와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부터, 정부의 재정 위기의 현실과 차기 정부의 조세개혁방안에 이르기까지... 2시간여 가까운 인터뷰와 따로 나눈 대화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가감 없이 내비쳤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추경 너무 늦어... 차기정부는 2차 추경해야"
 
우선 추경부터 시작했다. 바로 전날(1일) 국회는 총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내놓은 12조 2000억 원에 지역화폐 4000억 원 등 1조 6000억 원을 추가한 것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국민 사과부터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사실상 정치적인 이유로 추경 편성을 계속 미뤄왔다"면서 "뒤늦게 재난 추경이라는 이름으로 현 경제상황과는 동떨어진 추경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차기정부에서 '2차 추경'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 어제(1일)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 연구소에선 지난 1월초부터 추경을 주장했었다. 어찌 보면 정부 예산안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일 수도 있다. 이미 작년 국회서 예산안 심사와 통과 때 (추경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들이다. 그만큼 절실했다. 하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계속 미뤄왔다."
 
- 왜 미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적인 이유로 밖에 생각 되지 않는다. 추경은 작년 하반기부터 민주당 등 야당에서 주장해 왔던 것이다. (추경이) 자칫 야당의 정치적 성과로 비쳐지는 것에 부담을 가졌던 같다. 심지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추경의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 급기야 대규모 산불까지 터지자 뒤늦게 '재난'이라는 이름을 붙여 추경안을 냈다. 뒤늦은 추경에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 '재난 추경'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재난 구호에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니까 '말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추경에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곳이 자영업자 300만 명에게 50만 원씩 공과금 납부에 쓰도록 하는 것과 인공지능(AI)의 컴퓨터 장비 구입비다. 둘 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너무 늦었다. 게다가 이미 폐업 등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에게 전기수도요금 지원해준다고 내수가 살아날까. 그만큼 현재 상황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다. AI 투자도 마찬가지다."
 
- AI는 어떤 면에서 그런가.
 
"(자료를 보여주며) 기후위기와 AI 분야 투자는 꾸준히 주장해 왔던 것이다. 윤 정부도 말로는 AI와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해왔다. 하지만 예산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때 AI 부문 예산은 1.7조 원이었다. 이후 매년 AI 예산은 줄었고, 올해는 1.1조 원까지 줄었다. 금액 자체로만 37%나 깎였다. 문재인표 사업이라고 해서 줄인 것이다. 기후위기 예산도 그렇다. 순수하게 기후위기라는 목적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이 문 정부 때 4.8조 원에서 3.75조 원까지 줄었다."
 
"윤정부 2년 동안 세수감소 -15%, IMF보다 심각... 재정위기가 저성장 초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권한대행,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권한대행,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그는 "현 정부 집권 3년차에도 과거 정부를 비판하고, 관련 예산을 깎았다"면서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국정을 발목 잡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어 "'예산은 정치투쟁의 결과이자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현 추경으로는 민생경제를 살리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2차 추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6월에 들어설 차기 정부가 받아들 국가 재정상황도 좋지 않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재정 여력이 엄중한 상황이다. 2년 연속 세수가 크게 펑크났는데, 단지 예측 실패로 끝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세수입이 최근 2년새 15%나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경제위기 때도 이러지 않았다."
 
- 그 정도인가.
 
"코로나 위기 때도 -2.7%였다. 2009년 금융위기 때는 국세 수입이 1.7% 감소였다. 가장 많이 줄어든 때는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IMF 외환위기때 -3%였다. 그런데 윤 정부 2년동안 -15%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국세 수입의 큰폭 감소는 당연히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 국세수입 감소 이유가 경기침체 때문인가. 아니면 정부의 감세정책 때문인가.
 
"둘 다이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감세효과가 크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현 정부의 부자감세를 포함한 무분별한 세금 감면 효과가 84조 원이라고 했고, 차기 정부에선 10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물론 정부는 절대 감세의 영향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공식 자료에는 '글로벌 복합위기'와 '부동산 가격안정'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 한 달여 후에 차기정부가 들어선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에선 성장 중심의 경제살리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속, 소득세 등의 감세 추진도 나온다.
 
"(고개를 흔들며) 더 이상의 감세 추진은 안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최소 80조에서 100조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데, 추가로 다시 감세를 하게 되면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 이 대표의 성장을 통한 경제살리기 방향은 맞다. 진보는 원래 성장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 성장을 위한 감세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차기 정부는 추가 감세 안돼…재정 최적화로 경제선순환 구조를"
 
- 감세가 어렵다면 증세는.
 
"물론 증세도 쉽지 않다. 이미 민주당은 작년에 금융투자소득세도 폐지하지 않았나. 주식투자로 5억 원을 벌어도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노동소득 등에 대한 증세가 가능할까. 법인세는 글로벌 조세경쟁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의 무역상대국인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등에서 세금을 낮추려고 하는데 우리가 (법인세를)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올리는 순간 정권이 무너진다고 하니... 기껏해야 담뱃세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비과세 감면을 손 보는 정도가 될 것이다."
 
- 마이너스 재정속에서 증세도 어렵고, 정부 재정을 통한 경제살리기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도 이야기 했듯이, 지금은 성장이 중요하다. 투자가 필요한데 기업들 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한다. 이른바 기업국가이론이다. 보수쪽 이론처럼 들리지만, 코로나 위기 이후 글로벌 재정학자들이 주장해왔던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는 (성장보다) 훨씬 크게 늘어나게 돼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것은 정부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이정민 
 
-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재정위기가 경제의 저성장을 가지고 왔다면 우선 재정의 안정성, 균형을 잡아야 한다. 옵티마이징(최적화, Optimizing)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부 지출과 부채, 세금 규모 등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균형점을 잡아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재정의 투자 여력을 만들고, 내수 경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연히 내수가 살아나면 세 수입이 늘어나고, 재정 여력도 좋아지면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따로 세금을 더 깎아주거나, 올리지 않아도 된다."
 
- 경제 정책과 예산을 쥐락펴락해 온 기획재정부의 개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조직 개편은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일부에서 기획재정부의 해체냐, 분리냐 등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 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부서는 있어야 하고, 문제는 예산과 금융이 핵심이다. 조세부문은 이미 계속 유지해왔고... 따지고 보면 이미 금융은 분리돼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해체? 분리? 진짜 개혁은…"국민이 직접 예산을 짜야"
 
- 기재부에서 예산을 떼서, 대통령 직속의 부서나 부처를 통해 관리를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기재부 해체는 예산을 떼고 금융도 분리하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슨 수로 경제를 책임지라는 것인가. 거시 경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도구가 없는데... 그렇다고 금융을 다시 기재부로 합치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예산을 떼서 대통령실 직속으로 넣든, 총리실 아래에 두든, 기재부에 남아있든, 모두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 아닌가. 기재부 개혁 논의에서 핵심은 따로 있다."
 
- 무엇인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선 기재부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면, 윤 정부에선 기재부를 지나치게 장악한 것이 문제였다. 현 기재부의 진짜 문제는 선출된 권력이 기재부를 너무 장악해서 문제인데, (차기 정부가) 더 장악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개혁은 다른 부처의 개혁보다 쉽지 않다.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도, 너무 장악해도 문제다. 단지 예산을 빼 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 과거 노무현정부시절 기획예산처가 대안이 될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톱 다운 예산제'다. 예산 기능이 기재부의 내부냐, 외부냐가 중요하지 않다. 단순한 분리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금은 기재부가 총 지출 600조, 700조를 쓸지 정하고, 그 중에 100조를 복지에 쓸지, 200조를 국방에 쓸지 정하고 있다. 또 세부 사업의 몇 억 짜리까지 기재부가 정하고 있다. 이것을 국민이 직접 하자는 것이다."
 
- 이상적으로 들리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국가재정운용계획 회의가 있다. 요즘도 있는데, 형식적으로 돼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 회의가 나름 활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이 참여해 전체 예산을 정하고, 복지든, 국방이든 예산 관련 사업도 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관련 부처에서 직접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 기재부는 전체 예산과 세부사업을 정하는 국민과 이를 집행하는 관료 사이에서 '심판' 역할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도 좀 더 개방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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