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5주년 특집> 윤석열의 계엄과 전두환의 계엄... 45년 후 반복된 말말말
김지연 2025년 05월 21일 15시 50분
2024년 서울에서 벌어진, 한밤의 괴담 같았던 윤석열의 내란과 1980년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의 내란. 포고령에 ‘국회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담은 두 번의 불법 계엄은 45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 닮았습니다. 반민주, 반헌법 세력들의 권력 연장 야욕은 시간이 지나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탄핵은 파괴된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일 뿐이며,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어 낼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뉴스타파가 1980년 광주학살의 역사를 거울삼아 윤석열의 내란을 다시 들여다 보는 이유입니다.
- 편집자 주 -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 1988년과 2024년은 닮았다
1989년 11월 19일 광주특위 8차 청문회에서 심명보 민주정의당 의원은 주영복 계엄 당시 국방부 장관을 신문하며 노태우 대통령의 후보 당시 발언을 인용했다. 심 의원은 노 대통령이 ‘12·12 사태 직후에 모든 정치는 정치인이 할 수 있게끔’ 맡겼고 ‘이러한 쿠데타는 아마 인류 역사상 아무 데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한 사실을 부정하며, 내란의 진상을 규명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이 뱉은 말이었다. 민주정의당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속한 집권 여당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후보 당시) “국가권력을 잡는 것이 「쿠데타」인데 그 사건이 종결되자마자 우리는 그대로 복귀, 군의 임무를 정상으로 수행했습니다. 모든 정치는 정치인이 할 수 있게끔 맡기고 우리는 주어진 여건대로 계엄 업무 군의 본연의 업무를 한 것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쿠데타」는 아마 인류 역사상 아무 데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심명보 민주정의당 의원 (1989년 11월 19일)

▲ 심명보 민주정의당 의원의 발언 화면 캡처 (8차 청문회 / 1988년 11월 19일)
비슷한 발언은 2024년에도 등장했다. 12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여성 최초의 2성 장군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훈련돼 온 군인이 헬기를 동원해서 병력이 투입되면서 그렇게 허술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란 혐의를 부정하며 ‘경고성 계엄’을 주장했던 것보다 일주일 앞서 강 의원은 ‘허술한 내란’을 주장했다.
대통령께서 비상계엄을 한 것이 스스로 갖고 있는 국가 권력을 왜 배제하고 이러한 행위를 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또 국헌문란이 목적이었다면 그동안 훈련돼 온 군인이 헬기를 동원해서 병력이 투입되면서 그렇게 허술하고 그렇게 뭔가 적극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 (2024년 12월 5일)
양심고백 증인들을 몰아세우는 국회의원
1988년 11월 30일, 박희태 민주정의당 의원은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되었던 정동년 증인에게, “증인은 지금 고문에 못 이겨서 꾸며낸 이야기라고 그러는데 증인이 진술한 것을 보면 또 자필로써 쓴 것입니다. 너무나 생생해서 실제 경험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중략) 그런데 이것을 꾸며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까?”라고 질책했다. 2025년 2월 4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사령관이 회유당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의 내란 후 곽종근 전 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은 국회 국정조사와 헌재 변론기일에서 회유·조작설에 시달렸다.
내가 이야기해 줄까요? 민주당에 전문위원이 들어오고 의원들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상관이 있기 때문에 제가 묻는 겁니다. 거기에 누가 들어왔어요. 그 방에 누가 들어왔었냐고요. 거기에 누가 들어왔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무슨 말이 오고 갔어요. 저한테 제보한 사람에 의하면은 사령관(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회유당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동의 안 하겠죠?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2025년 2월 4일)

▲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화면 캡처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 2025년 2월 4일)
‘내란’이라는 말조차 꺼리며... 반복되는 역사 부정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신현확 계엄 당시 국무총리는 12.12 군사 반란을 ‘반란’이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내란을 ‘일부 소수 개인 간의 일’로 축소했다. 이 장면은 2024년에 되풀이됐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폭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의 내란을 권한 행사라고 호도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 행사를 곧바로 폭동이라고 볼 수 없는, 자 권한 행사에 위헌성이 있더라도 그 권한 행사를 곧바로 폭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2024년 12월 11일)
북한을 빌미로 한 내란 정당화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1988년 청문회에서 주영복 계엄 당시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배경으로 ‘북한의 심상치 않던 동향과 남침설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탄핵 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퇴진 및 탄핵 집회를 두고 ‘결국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이라며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욱 진화한 것’이고 주장했다.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입니다.
윤석열 (2025년 2월 25일)
전두환·윤석열 평행이론....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어낼 수 있을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은 전두환 정권을 지나, 노태우 정권 때 여소야대 상황이 돼서야 시작됐다.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나 지난 후였다.
1988·9년 청문회에서는 사실이 부정됐다. 12.12 군사 반란은 군인의 본연 업무라고 했다. 확대 계엄은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했다. 발포는 말단 병사의 자위권 발동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희생된 시민은 164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총에 맞아 사람이 죽었지만, 총을 쏘았다는 사람도, 총을 쏘라고 한 사람도 없었다.
2024·5년 윤석열 내란 세력들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는 국정 마비 상황이라고 했다. 해결 방법은 비상계엄밖에 없다고 했다. 내란이 통치를 위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 윤석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 출석 화면 캡처 (2025년 5월 12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는 발포 명령 책임자를 끝내 밝혀내지 못하고 끝났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990년 말에 내란수괴 등의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됐다.
전두환 내란의 목적과 방법을 그대로 베껴 왔던 윤석열은 전두환의 길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1988년과 2024년, 내란을 대하는 집권 세력의 태도는 판박이다. ‘군 본연의 임무’라는 과거의 왜곡은 ‘허술한 시도’나 ‘권한 행사’라는 현재의 호도로 이어졌다. 양심고백 증인을 몰아세우고, 북한을 빌미로 내란을 정당화하는 모습까지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과거 5·18 진상규명이 미완에 그쳤듯, 또다시 역사 부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이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어내고 진실을 규명할 무거운 책임이 우리 앞에 놓였다.
제작진
취재 최윤원 연다혜 김지연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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