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집사 게이트 ① 김건희 집사, 부실 벤처 앞세워 46억 챙겼다
심인보 2025년 05월 22일 18시 30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 형사 재판과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를 필두로 명태균 게이트와 연관된 공천 개입 의혹, 건진 법사 및 통일교와 관련된 뇌물 수수 의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각종 게이트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 재임 시절 김건희 씨의 최측근이 연관된 경제적 이권 개입의 정황을 최초로 포착해 공개한다.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는 최측근이 부실 벤처기업을 앞세워 대기업들로부터 180억 원대의 투자를 받은 뒤 그 가운데 46억 원 가량을 챙겨 이른바 ‘엑시트’에 성공한 사건이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을 <김건희 집사 게이트>로 명명하고 연속 보도를 통해 추적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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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집사 게이트> 1편에서는 김건희 측근 김 모 씨가 누구인지,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절 어떻게 46억 원의 엑시트에 성공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추적한다. 
 
340억 잔고 증명서 위조범, 김건희 최측근 김 모 씨
 
지난 2013년 김건희 씨의 모친 최은순 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에 투자해 50억 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 그러나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하고 340억 원대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가 뉴스타파 보도 등을 통해 7년만에 뒤늦게 알려졌다. 그 결과 최은순 씨는 2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징역도 1년 가까이 살아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 장모는 10원 한장도 피해 준 일이 없다’던 바로 그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최은순의 지시를 받아 잔고증명서를 직접 위조한 김 모 씨, 그 역시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 이 김 씨가 바로 ‘김건희 집사 게이트’의 주인공이다.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 모 씨. 잔고증명위조 뿐 아니라 김건희 일가의 여러 재산 증식 과정에 관여했다.
 
“김건희 친동생인 줄 알았다”
 
김 씨와 김건희 씨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의 EMBA 과정 동기였다. 당시 대학원 동기들은 김 씨가 김건희의 과제를 대신해주거나 프로젝트에 늘 김건희를 포함시켜 리포트나 발표를 도맡아 했다고 증언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촌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김건희는 코바나 콘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서 김 씨를 최은순에게 소개했다. 최은순은 다니던 은행을 나와 투자 및 대출 중개업체를 운영하던 김 씨를 눈여겨보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앞에서 언급한 도촌동 투자 사건이다. 도촌동 투자에서 김 씨의 역할은 잔고증명서 위조에 그치지 않았다.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필지를 쪼개는 작업, 최은순의 명의를 숨길 수 있도록 차명 법인을 물색하는 작업 모두 그의 몫이었다. 
 
최은순이 건강보험급여 부정 수급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던 (2심은 무죄) 파주 요양병원 사건에서도 김 씨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최은순과 함께 병원 건물을 보러다니기도 하고 병원에서 사용할 엑스레이 장비 구매를 대신 알아보기도 했다. 
 
김건희와의 관계도 계속됐다. 2012년 3월 말부터 3년 동안 코바나 콘텐츠의 감사를 역임했다. 
 
김건희 - 비마이카 - 김 씨의 ‘삼각 거래’ 의혹
 
2013년 김 씨는 투자 및 대출 중개업체를 접고 ‘비마이카’라는 렌터카 회사 설립에 관여했다. 비마이카 대표는 김 씨와 같은 은행 출신인 조 모 씨였다. 김건희 역시 비마이카 자회사 한 곳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6월 도이치모터스는 신생 렌터카 업체에 불과한 ‘비마이카’에 BMW 차량 50대를 싼 값에 장기렌트로 제공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파격적인 특혜였다. 도이치모터스 같은 대형 수입차 딜러와 안정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업계에서 일종의 보증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의 재무담당 이사 염 모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고 한다. “김 씨가 당시 회사를 찾아왔는데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대표의 후배라고 소개했습니다. 렌터카 사업을 한다며 영업본부장에게 소개해주고 잘 챙겨봐달라고 했습니다.”
 
김 씨가 김건희와의 인연을 매개로 비마이카에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이다. 그럼 비마이카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았을까. 그로부터 4년 뒤인 2017년 비마이카는 김 씨가 설립한 또다른 렌터카 회사를 흡수 합병했다. 그 과정에서 김 씨에게 주식 1,400주를 줬다. 주당 74만 원으로 계산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비마이카는 김 씨에게 다른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 4,000주를 더 몰아줬다. 놀랍게도 주당 가격은 1만 원이었다. 2020년 외부 투자가 들어오자 김 씨는 이 가운데 일부 주식을 주당 146만 원에 팔아 34억 원을 손에 쥐었다.
 
2017년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비마이카에 넘기고 비마이카 주식 1,409주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주주의 주식 4,000주를 주당 1만 원에 인수했다.
 
2020년 비마이카에 외부투자가 들어오자 김 씨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 중 일부를 팔아 34억 원을 손에 쥐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마이카를 매개로 한 김건희 일가와 김 씨 사이의 거래, 경제적 상부 상조를 집중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김 씨는 김건희 일가의 여러 일을 도왔고, 김건희는 비마이카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비마이카는 김 씨에게 수십억 원의 이득을 안겨줬다는 이른바 '삼각 거래 의혹'이다. 
 

 
고액 정치 후원금과 취임식 초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정도 보도가 나갔으면 조심할 법도 한데, 김건희와 김 씨는 뉴스타파 보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출마하자 김 씨는 천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고 김건희는 대통령 취임식에 김 씨를 초청했다.
 
비마이카 대표 조 모 씨 역시 천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고,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조 씨는 초청 사실을 부인했다.
 
벤처 기업 ‘보릿 고개’ 시기에 받은 184억 투자 유치
 
뉴스타파 보도 직후 비마이카는 ‘아이엠에스’로 사명을 바꿨다. 물론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람과 구조는 그대로였다. 아이엠에스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승승장구했다. 회사의 벌이는 시원치 않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투자금은 계속 들어왔다.
 
지난 2023년은 벤처 금융시장의 보릿 고개였다. 세계적으로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유동성이 줄면서 금리가 계속 올랐고, 국내에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던 시기였다. 특히 벤처 기업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투자이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해 6월 아이엠에스는 184억 원을 투자 받았다. 오아시스 에쿼티라는 투자회사가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 여러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201억 원짜리 펀드를 만들고, 그 중 184억 원을 아이엠에스에 투자했다. 
 
오아시스 에쿼티 파트너스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출자한 201억 원 가운데 184억 원을 아이엠에스에 투자했다.
 
184억 투자 중 신주 발행은 138억 뿐… 46억은 이례적 구주 매출 
 
뉴스타파는 오아시스 에쿼티가 작성한 투자 제안서를 입수했다. 투자 제안서에 나온 투자의 개요는, 아이엠에스의 기업 가치를 1,290억 원으로 책정하고 그 중 12.8%의 지분을 184억 원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 제안서에서 이상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바로 ‘구주 거래’라는 부분이다. ‘구주 거래’란 ‘신주’, 즉 새로운 주식이 아니라 ‘구주’, 즉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거래한다는 뜻이다. 이게 왜 이상한가.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통상 벤처 펀드가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으로 새로운 주식, 즉 신주를 발행한다. 새로운 투자자, 즉 벤처 펀드가 확보하는 신주의 지분율 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지게 된다. 투자금에 대한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것이므로 당연히 투자금은 전액 회사로 들어온다. 
 
일반적인 벤처 투자의 경우 : 회사는 신주를 발행하고 투자금은 전액 회사로 들어온다.
 
그런데 오아시스 펀드는 184억 원의 투자금 가운데 일부는 ‘신주 발행’이 아니라 ‘구주 거래’를 했다. 아이엠에스에 184억 원을 투자하면서 새로 발행한 신주는 약 138억 원 어치만 인수하고, 나머지 46억 원으로는 기존 주주 중 한 명의 주식을 모두 인수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 184억 원 가운데 실제로 회사로 들어오는 건 138억 원 뿐이다. 나머지 46억 원은 기존 주주가 받아 간다. 기존 주주는 46억 원을 받고 이른바 ‘엑시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엠에스의 경우 : 전체 투자금 가운데 일부만 신주를 발행하고 나머지 46억 원으로는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는 '구주 거래'를 통해 기존 주주를 엑시트 시켜줬다.
 
뉴스타파는 복수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매우 이례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회계사 자격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기업 전문 변호사 B는 “투자자들이 왜 그렇게 했을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래의 성장이나 수익성을 보고 투자했다면 기존 지분을 엑시트 해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회사가 열심히 사업을 하게끔 투자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경우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은 경영권을 가지려는 의도가 있을 때인데, 이번 사례는 경영권과도 무관해 보인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체 대표인 A는 “절대 이런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주요 벤처 투자 회사들에게 체크를 해보니 다들 이상하다, 이런 경우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투자 구조로는 회사의 내부 의사 결정 절차를 통과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 측에서 검토를 한다. 그러면 이제 투자심의위 같은 걸 한다. 거기서 높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할 거다. '구주 매출에 투자금의 4분의 1이 들어가는 게 말이 되냐'”라고 했다.
 
차명 법인으로 숨겨 놓은 주주의 정체.. ‘파이어족’ 된 김건희 집사
 
184억 원의 신규 투자금 중 46억 원을 가져가 ‘엑시트’에 성공한 기존 주주는 이노베스트 코리아라는 회사다. 회사의 설립 연도는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뒤이자 아이엠에스가 투자금을 받기 약 10개월 전이다. 실질적으로 오아시스 에쿼티가 투자자들에게 투자 제안서를 돌린 건 2022년 11월~12월 경이니 투자 논의가 본격화 되기 3개월 전에 법인을 설립한 셈이다. 
 
아이엠에스에 찾아가 이 법인에 대해 묻자, “주주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사의 주요 주주를 모른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다.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주소지가 있는 제주로 향했다.
 
이노베스트 코리아의 현 주소지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었다. 영어 교육 도시, 이른바 ‘에듀시티’라고 불리는 곳이다. 에듀시티는 유명 외국 사립학교의 한국 분교 등 국제학교 4곳이 밀집해 있고, 그 주변으로는 고급 주거지들이 함께 조성된 곳이다. 곳곳의 영어 간판과 외국풍의 건물들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제주 영어 교육 도시 전경. 아이 한 명을 교육하는데 연간 1억-1억 5천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 1인당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이 드는 교육비 때문에 월급장이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혹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이른바 ‘금수저’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하는 곳이다. 이들이 자녀들을 한국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데 유학을 보낼 여건이 안될 때 차선으로 선택하는, 최상위층을 위한 교육 특구다. 아이엠에스의 기존 주주로, 46억 엑시트에 성공한 이노베스트 코리아의 주소지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뭘까.
 
뉴스타파가 주소지를 찾아간 결과, 이곳은 김건희 집사 김 모 씨의 자택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회사의 주소지에서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사내이사인 정 모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정 씨는 김 씨의 아내였다. 즉, 이노베스트코리아는 김건희 집사 김 씨의 차명법인이었던 것이다. 
 
취재 결과를 정리하면, 김 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아내 이름을 빌려 차명 법인을 만든 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이엠에스 주식을 차명 법인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아이엠에스가 거액을 투자 받자 차명 법인이 보유했던 아이엠에스 주식을 팔아 46억 원을 확보한 뒤 엑시트를 했다. 지난 2020년 1차 엑시트 당시 확보한 34억 원을 합치면 김 씨가 아이엠에스를 통해 벌어들인 돈만 80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지금은 조기 은퇴, 이른바 ‘파이어족’이 되어 유능한 가장으로서 제주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차명 법인을 만들었고, 이듬해 아이엠에스가 거액의 투자를 받자 차명법인을 통해 엑시트했다.
 
아이엠에스 “지분 싸게 팔고자 하는 주주가 김 씨 뿐이었다”
 
아이엠에스 측은 뉴스타파 질의에 기존 지분을 보다 싸게 매입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기존 주주들에게 문의를 한 결과 싼 값에 팔고자 했던 게 김 씨 뿐이어서 김 씨를 연결해주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 김 씨는 2021년 4월 퇴사했으며, 따라서 2023년 6월에 이루어진 투자에서 김 씨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고도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 씨 때문에 예정됐던 투자가 취소되는 등 오히려 불이익을 본 적이 많다고 항변했다.
 
투자사 측인 오아시스 에쿼티는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투자 결정에 정치적인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벤처 기업 투자에서 신주와 구주를 함께 거래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신주보다 30% 가량 싼 가격에 구주를 매입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의뢰를 받아 투자를 검토한 복수의 벤처 투자 전문가는, 회사의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구주 거래는 여전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재무 상태도 불안하고 비지니스 모델 자체가 특출나거나 진입장벽이 있는 것도 아닌만큼 굳이 기존 주주를 엑시트 시켜주면서까지 투자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엠에스는 투자할만한 회사였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46억이라는 거액의 엑시트에 성공한 김건희 집사 김 씨.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김건희의 집사이자 최측근이라는 정치적 후광이 작용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아이엠에스는 과연 투자할만한 회사였는가”라는 또다른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어지는 <김건희 집사 게이트> 2편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제작진
촬영  김희주 최형석
편집  장주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취재  심인보 조원일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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