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집사 게이트⑤ '신이 숨겨둔 직장' 한국증권금융의 수상한 50억 투자
조원일 2025년 05월 29일 18시 40분
지난 주 뉴스타파는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한 부실 기업에 184억 원을 투자하고 그 가운데 46억 원을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이 가져간 사실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김건희 집사 게이트’라고 이름 붙인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투자, 특정인에게 막대한 이득이 돌아가는 이 투자에 누가, 왜 돈을 냈는가’다.
이번 주 뉴스타파는 ‘김건희 집사 게이트’ 두 번째 보도를 통해 184억 원을 투자한 기업과 투자·금융기관의 명단을 공개한다. 투자에 나선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 당시 정권과 관련한 ‘현안’이 있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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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신이 숨겨둔 직장' 한국증권금융의 수상한 5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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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내 모든 주식 매매 대금의 관리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이 지난 2023년 김건희 씨 최측근 김모 씨가 지분을 가진 벤처기업 IMS에 5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 중 최고 액수다. 사실상 공기업으로 평가 받는 한국증권금융은 사모펀드 운용사(GP) 오아시스 에쿼티 파트너스가 조성한 201억 원 규모의 펀드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김씨의 ‘엑시트’를 도왔다. 이 의문의 투자에 직접 돈을 댄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경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한국증권금융, 키움증권, 신한은행 등 총 5개 투자·금융기관이 펀드 투자금 절반에 해당하는 100억 5천만원을 투자한 사실도 확인했다.
‘막강한 투자자’ 한국증권금융
“당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금융회사로서, 증권금융업무와 투자자 예탁금 신탁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증권금융 사업보고서에 적힌 이 회사의 주요 업무이다. 쉽게 말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입금해 둔 돈이나, 팔고 난 후 계좌에 들어오는 돈 등 모든 증권사의 주식 매매 대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증권사에 대한 대출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법으로 보장 받은 수익 구조를 통해 키운 자산 규모는 2024년 연말 기준 98조 2,867억 원에 달한다. 자기 자본도 3조 8,248억 원이다.
자체 시험을 통해 인력을 선발하는 한국증권금융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자랑한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수행기관 가운데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는 별칭이 생겨날 정도다. 정부가 다수 지분을 가진 구조가 아니지만 정권 입맛에 맞는 기재부나 금융위, 금감원 출신 금융관료들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인사철이면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다.
증권업계는 한국증권금융이 고유의 증권금융업무 외에 투자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20년 넘게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한국증권금융이 사실상 공기업으로 평가 받다보니 한국증권금융이 투자한 펀드라고 하면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큰 신뢰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처의 각종 리스크를 따져야 하는 기업이나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일종의 ‘보증’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IMS에 돈을 댄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한국증권금융’의 투자 결정을 들었다. 한국증권금융도 투자한 회사였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증권사들의 은행' 한국증권금융
김건희 측근에게 흘러간 투자금 46억 “끼워 팔기 의심”
2023년 6월 벤처기업 IMS에 184억 원(펀드운용비용 등 포함시 201억 원)이 투자됐을 당시 GP인 오아시스가 작성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총 50억 원을 투자했다. 전체 펀드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함께 투자했던 다른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앞서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난 것처럼 IMS에 대한 투자 조건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음에도 사실상 공기업으로서 투자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한국증권금융이 ‘1대 투자자’로 나선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먼저, 투자금 184억 원 가운데 46억 원이 김건희 모친 최은순 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공범 김씨 측에 흘러간 경로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를 확정하기 이전부터 자신들의 투자금 중 일부가 기존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구주매출’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당시 구입한 주식이 김씨 것(이노베스트코리아)인지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46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한국증권금융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전체 투자금의 4분의 1 가량을 구주매출에 쓴 투자 방식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기원 본부장은 “투자를 통해 사들인 IMS의 전환상환우선주는 이익 우선 배당 조건이 붙어 있는 것으로 일반 주식보다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며 “그런데도 굳이 구주를 사들였다는 것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을 떠 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상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RCPS)란 수익 배당 우선권을 가지는 주식으로 투자자가 원할 경우, 회사 경영 참여가 가능한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채권으로서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도 있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보통주와는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IMS의 경우는 김 씨 지분이 4.2%에 불과해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 경영 참여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수익 배당 우선 순위에서도 뒤쳐져 구매 유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기원 본부장은 “투자 과정에서 굳이 적은 수량의 구주를 끼워서 팔았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돈을 반환해 줘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김건희 측근의 수익 실현, 이른바 ‘엑시트’를 도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아시스 펀드 측은 김건희 측근 김씨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신주 대비 30% 이상 낮은 금액으로 구주를 매입했다”며 불리한 거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아무리 구주로 한정된 할인이라고는 해도, 회사 지분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새로 발행할 주식 등 다른 지분 가치도 함께 떨어질 수 있어 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재반박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증권금융이 투자한 50억 원 등 벤처기업 IMS로 흘러간 투자 자금 흐름.
IMS의 대규모 손실 “사기 당한 것”
펀드 투자금 105억 원이 IMS의 자회사로 흘러간 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실 또한 한국증권금융 같은 투자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원 본부장은 “투자를 하자마자 자회사에 자금을 밀어줬는데 손실이 확정됐다는 얘기는, 쉽게 말해 투자금이 ‘물린 것’인데 어떻게 보면 사기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내가 만약 투자를 담당했던 실무자라면 책임을 어떻게 져야할 지 전전긍긍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왜 IMS에 투자를 했는지, 투자금이 김건희씨 측근에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지, 투자하자마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을 한국증권금융 측에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오아시스 측의 제안을 검토해 투자를 했을 뿐이고,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국회 정무위원회 김승원 의원실과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들이 나눈 면담 내용도 일부 확인했지만,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 : 투자 제안서에 나온 것과 달리 지금 실적은 매우 안 좋은 상태 아닌가요?
한국증권금융 관계자 : 투자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워낙 높은 가치를 받다보니까…(투자를 했습니다.)
저희도 지금 생각하면, 사실 판단 착오일 수도 있습니다.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 : 상식적으로 볼 때 이 투자 건이 어떻게 내부 심사를 통과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 : 당시 내부 투자 심사를 통과한 사업이었습니다.
다만 회사 경영진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와 한국증권금융 측이 면담한 내용 중 일부
한국증권금융은 현재 실적이 심각한 건 맞지만 투자 당시에는 전망이 좋았고 정상적인 내부 투자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다만, 46억 원의 투자금이 김건희 측근에게 흘러간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 투자 심사 및 투자금 관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키움증권, 신한은행도 투자 참여
뉴스타파는 앞서 폭로했던 카카오모빌리티와 효성 등 7개 기업 외에도 한국증권금융(50억 원), 신한은행(30억 원), 키움증권(10억 원), 제이비우리캐피탈(10억 원),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5천만원) 등 5개의 투자·금융기관이 전체 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억 5천만원을 투자한 사실도 확인했다.

2023년 벤처기업 IMS에 투자한 투자자 명단과 투자 금액
특히 키움증권은 지난 2023년 심각한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시점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키움증권은 SG 증권발 주가 폭락사태, 이른바 ‘라덕연 사태’에 연루돼 전사적 위기를 맞았다.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라덕연 사태’ 발생 직전, 주가 폭락 종목 중 하나인 다우데이터 주식을 대량 매도해 총 605억 원을 현금화하면서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조사는 물론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지만, 김 회장은 2024년 5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곧 특혜 논란이 일었다. 키움증권 측은 IMS 투자 경위와 관련해 “투자 내역에 대해서는 외부에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IMS에 30억 원을 투자한 신한은행 역시 당시 금감원의 검사 시기와 겹친다. 고객에게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요사항 설명을 누락하거나 왜곡된 상품 제안서를 만들어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최근까지도 금감원의 제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의문이 더해졌다. 공교롭게도 46억 엑시트에 성공한 김건희 측근 김씨와 IMS 대표 조모씨는 같은 신한금융 계열사 출신이기도 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모빌리티와 HS효성을 비롯한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기업에 가까운 한국증권금융까지 자금을 투자한 이번 사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의 미르 재단을 꼭 빼닮았다”며 “윤석열, 김건희가 국가 권력을 이용해 부실 기업에 투자하도록 한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드는 만큼 투자금이 김건희 측에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도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6월 김건희씨 측근이 연루된 벤처기업에 투자한 기업, 금융기관들은 총 184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취재했던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반응은 오히려 ‘태연’했다. 이들이 돈 대신 다른 대가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김건희씨를 비롯한 권력층과의 부당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제작진
촬영 김희주 김동진
편집 곽근희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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