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개묘, '함몰된 두개골' 공개
정밀검사 결과 빠르면 한달 보름 뒤 공개 가능
2012-12-05 13:46:02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장준하공원에서 개묘 작업을 진행했다.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정밀 감식,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대책위는 지난 8월 유골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이 공기에 노출돼 훼손이 우려됨에 따라 이날 서둘러 개묘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묘 작업은 장준하 선생의 장남 호권씨 등 유족, 시민단체 회원, 취재진 등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5분부터 선생을 추도하는 의식, 유골 수습, 유골 운구, 기자회견 등 순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책위 회원 4명이 오전 11시20분부터 10여분간 삽으로 묘를 파자 40~50㎝ 깊이로 묻힌 목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관을 열자 수의로 감싼 선생의 유골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어 진상조사단 감정단장을 맡은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의 주도 아래 유해 수습 작업이 진행됐다. 유골 수습에 앞서 대책위는 함몰된 선생의 두개골을 취재진에 5분가량 공개했다. 

두개골은 왼쪽 뒤 아래 부분이 직경 6㎝ 크기 원형으로 함몰된 상태였다. 또 함몰된 부분 윗 쪽과 옆 쪽으로 10~15㎝ 크기의 금이 가 있었다. 그 외에는 온전한 상태였다. 유골은 나무상자 3개에 담겨 수습됐다. 

수습한 유골은 비공개 장소로 옮겨 이정빈 교수 등 법의학자들이 정밀감식하게 된다. 대책위는 정밀검사에 빠르면 한 달 보름, 늦으면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책위 백찬홍 상임대표는 "그동안 정부에 장준하 선생의 (사인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내·외 각계 전문가를 모아 가능한 모든 과학적, 의학적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의 유골은 지난 8월1일 파주 광탄면 묘소 뒤편 석축이 붕괴되면서 묘를 현재의 장소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37년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유족은 유골을 감정해 두개골에 함몰 부분을 발견, 선생의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에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장준하 선생은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하고 3선 개헌에 반대하는 등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1975년 8월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정부는 실족사로 발표했으나 장비도 없이 절벽으로 하산한 점, 73㎏의 몸무게에도 머리 외에 별다른 외상이 없는 점, 75도 급경사 절벽을 오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권력기관에 의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이날 개묘행사에 앞서 민주통합당 선거운동원이 장준하공원 입구에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 1개를 설치했다가 대책위의 항의를 받고 곧바로 철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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