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21762


일본 '조선유치원엔 마스크 못줘'... 재일동포 분노

일본 시민단체도 연대 "아베 정권 민족차별 정책 소산"

20.03.13 16:21 l 최종 업데이트 20.03.13 18:26 l 정용일(hopemaker)


일본도심서 조선유치원 차별 항의 대규모 집회 열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019년 11월 2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전국 네트워크, 포럼 평화·인권·환경 등 단체들 주도로 일본 정부가 유아 교육·보육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유치원을 제외한 것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 등 5천500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집회를 연 뒤 도쿄역까지 1시간에 걸쳐 거리 행진을 펼쳤다. 2019.11.2
bkkim@yna.co.kr

▲ 일본도심서 조선유치원 차별 항의 대규모 집회 열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019년 11월 2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전국 네트워크, 포럼 평화·인권·환경 등 단체들 주도로 일본 정부가 유아 교육·보육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유치원을 제외한 것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 등 5천500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집회를 연 뒤 도쿄역까지 1시간에 걸쳐 거리 행진을 펼쳤다. 2019.11.2 bkkim@yna.co.kr ⓒ 연합뉴스


코로나19 변종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확산 범위는 지구촌을 넘나들고, 속도는 우리의 예상과 준비를 뛰어넘었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침내 3월11일(스위스 제네바 시각)부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자국 소속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에 미온적인 대처로 비난을 받았던 일본에서 다시 한 번 세인의 지탄을 받아야 할 민족 차별 행위가 벌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 시(市) 당국이 지난 9일부터 관내 어린이 관련 시설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초중급학교 병설 유치원만 배제했다는 것이다.


"사이타마 시, 재일동포들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


이 사실을 안 조선유치원 측에서는 11일 조선유치원 원장과 재일조선인인권협회 회장, 변호사 그리고 동포들이 긴급 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이타마 시 당국은 10일 조선유치원에 대해 마스크를 배포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사이타마 시의 지도감독 시설에 해당하지 않기에 마스크가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지도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 시민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재일동포들과 그 자녀들에 대해 차별과 배제를 일삼는 것도 문제지만, 기껏 50장들이 마스크 한 상자를 배포하면서 '부적절하게 사용' 운운한 것도 어이없다.

 

 지난 3월 11일 일본 사이타마 시가 코로나19에 대응해 관내 어린이 시설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유독 조선유치원만 배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일동포들이 사이타마 시를 찾아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  지난 3월 11일 일본 사이타마 시가 코로나19에 대응해 관내 어린이 시설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유독 조선유치원만 배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일동포들이 사이타마 시를 찾아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 평화의길

 

재일동포들의 항의에 대해 사이타마 시 간부는 "재고(再考)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실무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카네코 미래국장은 동포들의 거듭되는 면회 요청을 거부한 채 부하 직원을 통해 이번 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면회도 거부한다는 뜻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맞서 재일동포들은 사이타마 시를 직접 항의방문 하거나 항의전화와 팩스를 보내고 있다. 현재 사이타마 시 팩스와 전화는 거의 불통상태라고 한다.


한편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에는 이름 모를 시민이 마스크와 휴지를 두고 가기도 하고, 재일동포 단체와 인연이 있는 일본 NPO(민간 비영리 단체)에서 마스크 200개를 기부했다는 미담도 들린다. 중국의 우한도, 한국의 대구도, 일본의 사이타마의 경우를 봐도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힘을 북돋우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사이타마 시가 조선유치원에 대해 마스크 배포를 거부한 3월 11일은 9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다. 이에 대해 김봉길 재일조선인인권협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당시 센다이에 있는 조선학교에서 실시한 '식사 나눔'에는 많은 일본 시민들도 참가해 국적이나 민족의 구별 없이 함께 음식과 물품을 나누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995년의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에는 효고현 내 조선학교에서 한 '식사 나눔'에 많은 일본 시민이 참가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격의 없이 서로 돕는 일이 당연한 것을 사이타마 시에서는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도 연대와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과 '평화의길', '정의기억연대', '김복동의 희망' 등의 단체는 사이타마 시에 항의하는 서한과 메일, 전화, 팩스 등을 보내는 운동을 필두로 기자회견과 조선유치원에 마스크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이타마 시의 조선유치원 마스크 배포 거부 행위는 결코 일회성 소동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아베 신조를 총리로 하는 일본 정부는 2012년 2기 집권 이후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조선유치원 무상화 배제, 북한으로 수학여행 다녀온 학생들 선물 압수,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을 '일관되게' 행해 왔다.


이번 '마스크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반한국적·반역사적 차별과 배제의 산물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간과하면 사이타마 시뿐만 아니라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자체에서 제2, 제3의 차별 행위가 계속될 것이다. 벌써 교토에서도 같은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민족교육 차별의 상징이 된 일본 문부과학성


지난해 11월 8일 도쿄 시내에 위치한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2013년부터 자행된 아베 정권의 고교무상화 배제 정책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시작된 '금요행동'이 올해 들어 벌써 200회를 넘어섰다. "조선민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 후배들을 지키자!"며 일본에 있는 총련계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집회에 "주인공인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이 동참했고, "졸업생으로서, 학부모로서 그냥 있을 수 없다"며 학부모들이 함께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문은 "우리의 입장은 이렇다"는 것을 과시하듯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일본 지배세력의 잘못된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사태의 최일선에 서 있는 박양자 조선유치원 원장은 12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이타마 시의 이번 조치가 민족교육 차별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못을 박고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동포들도 함께 싸워주십시오!"

 

 2013년 아베 정권의 민족교육 차별에 항의해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시작된 ‘금요행동’이 올해 들어 벌써 200회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문부과학성의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  2013년 아베 정권의 민족교육 차별에 항의해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시작된 ‘금요행동’이 올해 들어 벌써 200회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문부과학성의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 김성헌


덧붙이는 글 | 정용일 기자는 '평화의길' 대외협력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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