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log.ohmynews.com/101092/470315

식민사학과 진보 원로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딜레마

“만리장성의 길이를 늘리는 중국 동북공정에 일조하는 사람 중 하나는 이이화이다.” 

이것은 김상태의 책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의 필연적인 결론 중 하나입니다. 일견 말이 안 되는 명제 같습니다. 이이화 선생은 원로 진보사학자로서 누구보다 우리역사 지키기에 몰두하신 분이고 누구보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우려하고 비판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명제는 결코 틀린 명제가 아닙니다. 이 불행한 사태를 우리는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이화 선생

호산장성이란 성이 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성인데 이 성은 현 압록강 중하류지역에 있는 것으로 본래는 고구려의 박작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국이 이 성을 자기네 성이라고 우기며 이름을 호산장성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만리장성의 실제 동단이 이 호산장성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북경 근처 산해관에서 끝나는 만리장성이 졸지에 수천 킬로미터를 넘어 압록강까지 뻗은 것으로 벌써 10년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오늘에 이르러 만리장성이 연해주까지 뻗었다는 중국의 주장은 이 호산장성 이야기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거죠. 

이이화 선생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의 호산장성 이야기를 우려하고 비판해왔습니다. 2010년에 출간 된 그의 책 <백두산을 오르며 만나는 우리역사>에서는 아예 한 절 자체가 “만리장성 기점으로 왜곡된 호산장성”이라는 제목으로 할애되어 있습니다(38~41쪽). 이이화 선생은 이만큼 호산장성과 만리장성 늘리기를 비판하고 우려했습니다. 


호산장성

그러나 이이화 선생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혹은 알고도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호산장성 이야기를 중국 이상으로 반기고 주장하는 자들이 현재 한국의 주류 고대사학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주류 고대사학자의 대표적 중견 학자인 송호정은 2002년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자 주류 고대사학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작 중 하나인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그 책 294쪽에 다름 아닌 이 호산장성 사진을 첨부하고 다음과 같은 해설을 붙였습니다. 

“현재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다시 쌓은 것으로 연·진 시기에 오랑캐를 물리치고 쌓은 장성 유적은 그 성벽의 흔적만이 요서일대에 남아 있다. 

관전현에 있는 호산(용동장성 종단) 원경. 현재는 명대에 쌓은 유적만 남아 있다.” 

이 말은 호산장성이 만리장성과 관련하여 연나라나 진나라에서 쌓은 성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이화 선생이 그렇게 우려하고 비판하는 중국 호산장성설을 가장 앞서 그리고 필사적으로 주장하는 자들 중 하나가 바로 송호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송호정이 누굽니까? 이 사람이야말로 서영수, 노태돈, 오강원과 더불어 현재 주류 고대사학계를 통째로 장악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만리장성이 현재 산해관을 넘어 요하까지 연장되었다는 게 너무도 중요합니다. 이 사실을 우기지 않으면 그들의 이론 전부가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호산장성이 만리장성 동단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연나라나 진나라가 만리장성의 연장선 속에 지은 것이라는 주장만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이들은 중국의 엉덩이라도 핥아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그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이이화 선생은 이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는 진짜 주범을 외면하고 주변의 공범만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만리장성의 길이를 목숨 걸고 늘리는 자들이 바로 한국 주류 고대사학자들인데 중국 학계와 정부를 욕해봐야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집에서 가장이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하는데 이걸 모르고 이웃집 사람하고만 울타리 경계를 두고 박 터지게 싸우는 꼴입니다. 따라서 이이화 선생은 의도가 무엇이든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 이유는 이이화 선생이 한사군과 낙랑군은 한반도 내부에 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낙랑군이 한반도에 없었다는 이론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고 분개하고 계십니다. 왜 그렇든 이이화 선생은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이이화 선생은 고대사학자가 아닙니다. 그러니 자신의 주장을 강단의 주류 고대사학계 곧 노태돈, 송호정, 심지어 그 유명한 이병도에게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이이화 선생이 낙랑군을 한반도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이이화 선생은 한국 주류 강단 식민사학자들의 충실한 제자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호산장성을 중국 것이라 주장하는 송호정과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를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 줄곧 중국만 비판하는 것입니다. 

종기가 나면 근원적인 환부를 도려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이화 선생은 주변의 딱지만 떼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호산장성 문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이이화 선생의 책 속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압록강 입구에서 발견된 고구려 성은 애하첨고성과 호산장성뿐이다.” 



참으로 눈물 나는 이야기입니다. 이이화 선생은 애하첨고성이 고구려 성이라고 하지만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의 공식 입장은 이 애하첨고성이 중국 한나라의 안평현성이라는 것입니다(송호정,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 309쪽). 그것도 대충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성의 이름이지만 주류 고대사학계 입장에서는 이 역시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노태돈과 송호정으로서는 필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이화 선생은 혼자서만 애하첨고성이 고구려 성이라고 합니다. 대체 무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김상태의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는 이 고통스럽고 황당한 상황을 낱낱이 해명합니다. 어쩌다가 한국 고대사학계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왜 진보사학계는 식민사학의 아성으로 불리는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의 충실한 제자이자 경호원이 되어버렸을까요? 여기에는 지난 100년간의 처절한 한국사의 드라마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흑막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명확하게 밝혀집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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