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log.daum.net/quanhz/7319853

욕설로 본 한중 문화 : 짱게와 고려몽둥이
 
중국인은 한국(혹은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중국학생 200명에게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김치’, ‘단결력’, ‘강한 민족주의’, ‘한국드라마’, ‘음주’, ‘정형수술’이었다. 2007년 한중수교 15주년을 기념하여 코트라에서도 현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했었다. 당시 조사 결과는 이번 중국학생들의 응답과 대동소이하여 한국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한국요리’, ‘연예인’, ‘애국심’을 꼽았으며, 한국인에 대한 인상으로는 ‘부지런하다’ ‘예의가 있다’ ‘술을 좋아한다’ ‘성격이 급하다’를 들었다.
 
어색한 화제 하나를 끄집어 내본다. 우리가 흔히 중국인을 ‘짱게’,‘짱꼴라’,‘떼놈’이라고 한다.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이러한 말들은 정확히 무슨 뜻이고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 욕설인 탓에 지면에서 쉽사리 다루지 않는 이러한 표현들을 곰곰이 뜯어보면 의외로 재미있고 유익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욕설에도 역사가 있고, 문화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짱게’는 ‘장궤(掌櫃)’의 중국어 발음인 ‘짱구이’에서 온 것이고, ‘짱꼴라’는 몇 가지 견해가 있지만 ‘중국인(中國人)’의 중국어 발음인 ‘쭝궈런’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떼놈은 표준어가 ‘되놈’으로 ‘되’는 북방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의 훈음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짱게’의 어원인 ‘장궤(掌櫃)’는 금고를 관리한다는 의미로 ‘사장’을 가리키는데, 한국으로 이주한 초창기 화교들이 중화요리 집으로 제법 돈을 많이 벌고서도 인색한 구두쇠 인상을 주었던 탓에 이런 비속어가 탄생했다. 떼놈(되놈)은 잘 씻지 않아 ‘때’가 많다거나 ‘떼지어’ 몰려다니는 습성을 비꼰 말로 보기도 하지만 이러한 풀이는 후대에 욕설로 사용하면서 파생된 것으로 본뜻은 만주 지방의 오랑캐인 여진족을 일컫는다. 민족문화의 측면에서 분석할 때 짱게는 돈 문제를 면전에서 따지지 않는 한국인과 형제 간이라도 돈 문제만은 명확히 하는 중국인의 차이를 나타내는 말이며, 떼놈은 동방예의지국을 자처하며 정통 중국의 유교문화를 숭상했던 조선 사람들이 북방 오랑캐인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말이다.
 
그러면 중국인은 한국인에 대한 비칭(卑稱)으로 어떤 말들을 사용할까?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고려몽둥이라는 뜻의 ‘가오리방즈(高麗棒子)’이며, 허풍쟁이를 의미하는 ‘니우피따왕(牛皮大王)’도 종종 사용된다. 고려몽둥이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한 추신수 선수가 양키즈와의 경기에서 3점 홈런을 친 적이 있었다. 홈런을 맞은 투수는 한국의 이승엽과 일본의 이치로처럼 대만에서 야구 영웅으로 추앙받는 왕젠민이었다. 그런데 홈런을 얻어맞은 다음날 대만의 한 스포츠신문이 “‘고려몽둥이' 추신수가 3점 홈런을 쳤다”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보도를 접한 한국 네티즌들이 욕설을 제목으로 뽑았다며 발끈했고 ‘고려몽둥이’가 욕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이다. 과연 고려몽둥이 ‘가오리방즈’는 진짜로 욕일까? 욕이라면 어떤 의미가 담겼고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가오리방즈’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① 수당(隋唐) 전쟁 때 고구려군의 부대 편제에는 기마 부대와 몽둥이 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당나라군 포로들이 고구려 몽둥이 부대에 잔혹하게 당한 것에서 유래. ② 조선 시대 때 중국에 파견하는 사신의 시종을 ‘봉자(棒子)’라고 했고, 관기(官妓)가 낳은 서자도 ‘봉자(棒子)’라고 했다. ‘봉자’는 조선 시대 때부터 천한 사람을 지칭. ③ 일제 때 일본 경찰에는 조선인도 있었다. 당시 일본인은 조선인 경찰을 믿지 않아 칼을 주지 않고 몽둥이를 주었는데, 당시 중국인들이 조선인 경찰 몽둥이에 심하게 당한 것에서 기원. ④ 옛날부터 한국에는 옥수수가 많았다. 고려몽둥이란 옥수수봉(玉米棒子)과 관련이 있다.
 
현재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상대방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은 욕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100% 욕이라고 여겨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러한 비속어 속에서 양국 간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 문화 코드를 찾아내 반사(反思)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짱게라는 말에서 실질을 중시하고 현실적인 중국인의 속성을 읽어내고, 허풍쟁이 ‘니우피따왕’을 통해 우리가 명분과 겉치레에 너무 얽매어 있지 않은지 되돌아봄 직하지 않은가?
 
(유통통상학부 전홍철 교수)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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