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호 사장, 회사는 빚더미 올려놓고 연봉은 따끈하게 챙겨
이호정 기자 (meniq37@csnews.co.kr) 2013-04-01 08:36:45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의 아름다운 퇴진이 실상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MB정부 말기였던 지난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담합과 부실시공 문제가 연일 터지며 비난이 끓은데다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 공사의 부채 규모가 눈덩이 처럼 커진 책임을 회피하려는 방편이었다는 해석이다.
1일 재벌 및 CEO 경영 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김건호 사장 부임 후 수자원공사의 부채 규모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3년(2008~2011년) 새 541%나 증가했다.
2008년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조9천억원 규모로 부채비율이 불과 11%대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 12조5천억 원으로 불어나 부채비율이 116%에 달할 만큼 막대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총 사업비 22조 원 중 8조원을 부담한 결과다. 이 때문에 금융비용 역시 2008년 557억 원에서 2011년 4332억 운으로 7.8배 증가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의 시작과 끝을 진두지휘했던 김건호 사장에게 수자원공사의 부실화 문제도 부담되는데다, 지난해 공정위원회의 담합조사 결과와 올해 초 감사원의 부실공사 지적이 용퇴를 결심케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4대강 사업과 수자원공사의 부채 문제로 김건호 사장이 호되게 당한 바 있기 때문에 임기가 4개월(7월 27일)여 남았지만 책임공방 끝에 등 떠밀려 떠나느니 차라리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건호 사장의 급작스런 퇴진이 조금은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5월이면 심혈을 기울였던 ‘태국 통합 물 관리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태국 정보통으로 불리는 김 사장 주도하에 수자원공사는 총 12조4천억 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7개 건설사와 2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지난해 9월 통과하는등 열의를 보였었다.
문제는 수자원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설사들이 모두 4대강 담합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는 것. 이 때문에 김 사장은 이들 건설사에 대한 즉각적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여․야 의원들에게 이들 건설사와의 유착 관계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당시 김건호 사장은 “PQ까지 통과했는데 이들 업체에 제제를 가할 경우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제재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담합 건설사들을 끝까지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김 사장이 수주 여부가 확정되는 5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하지만 느닷없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건설사 입장에선 든든한 방패막을 잃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김건호 사장의 지난 5년 간 행적은 말 그대로 ‘4대강 전도사’였다.
김 사장은 4대강 만능론을 주창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 가뭄 및 홍수 극복, 수질개선 등을 이룩할 수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국책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글로벌 물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5년내내 예찬론을 폈다 .
하지만 22조원의 예산으로 수질을 개선하겠다던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낙동강물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남 진주시 소재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김 사장은 4대강을 밀어부치며 수자원공사가 빚더미에 나앉은 상황에서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단 1번(2009년)을 제외하곤 매년 2억 이상의 고액 연봉을 챙겨왔다. 특히 4대강 사업이 한참이었던 2010년에는 기본금(9천455만 원) 보다 훨씬 많은 성과급(1억5천만 원)을 챙겼고 2011년에도 1억 원에 육박하는 기본급과 함께 1억5천 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2억5천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1945년생인 김건호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했다. 기술고시 1회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후반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차관을 지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공항공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2008년 7월 수공 사장에 취임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태국 물사업 수주를 적극 추진하면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연임에 성공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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