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과 전직 대선후보가 ‘폭행’ 당하는 세상
[기자칼럼] ‘백색테러’ 전성시대, 이명박 정부의 두 얼굴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1-11-15 17:08:21 노출 : 2011.11.15 17:08:26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에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386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11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에서 열린 대규모 정전대비 시험훈련을 참관하던 도중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에 폭행을 당한 사건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한 60대 여성은 바로 8월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집회에서 대통령선거 후보자를 지냈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폭행했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민방위 훈련에 참가했다가 폭행당하는 장면. 뉴시스 사진기사 캡쳐.
당시 정동영 의원은 “종북주의자 빨갱이, 김대중·노무현 앞잡이” 등의 욕설을 들으면서 머리채를 잡혔다. 정동영 의원은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경쟁했던 대선후보 출신이자 2012년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는 야권의 정치 지도자다.
현직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후보 출신 정치지도자가 대낮에 테러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지만, 당시 사건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정동영 의원실 쪽에 사건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결과는 어떠한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대선후보가 대낮에 폭행당한 사건이 그냥 ‘해프닝’처럼 지나갈 수 있는 일일까.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는 결국 현직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에 폭행을 당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했던 그 여성은 정동영 의원을 폭행하던 당시처럼 ‘빨갱이’ ‘김대중 앞잡이’ 등의 욕설과 함께 폭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 8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폭행당하는 장면. ⓒ정동영 의원실 제공
이번 사건은 특정개인의 돌출행동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사안이다. ‘백색테러’의 추악한 그림자는 이번 사건 만이 아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는 ‘인분 테러’ 공격을 받았다. 국립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불에 타는 테러 사건도 발생했다. 이 모든 사건을 해프닝이라고 볼 건가.
현직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에 폭행을 당했는데 당사자가 박원순 시장이 아닌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전 시장이나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미 FTA 강행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여차 하면 방송을 통해 “검거해, 전원 검거해”라는 진압명령을 내리는 경찰 아닌가.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걱정하는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에게 소화기를 뿌린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인가.
검찰은 또 어떤가. 한나라당 지도부까지 걱정할 정도로 ‘정치검찰’ 행태를 보이면서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다가 망신살을 자초하는, 권력 해바라기 모습을 보이는 검찰 아닌가.
‘표적수사’ 논란을 일으키면서 전임 정부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전임 정부 국무총리를 향해 두 번씩이나 기소하며 ‘여론재판’으로 몰아갔던 바로 그 검찰 아닌가. 누가 이명박 정부의 검찰을 ‘맹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백색테러 전성시대’라는 이명박 정부의 두 얼굴은 무엇 때문일까. 검찰과 경찰이 능력이 없어서, ‘맹물’ ‘맹탕’이어서가 아니라 법을 적용하는 잣대에 심각한 불균형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지난 7월 말 ‘대한민국 어버이’를 자처하는 이들이 부산 희망버스에 탄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폭력을 행사하던 당시에 벌어졌던 일이다. 도로를 무단점거 한 그들을 향해 경찰이 인도로 올라가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이래,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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