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다음 아고라서도 여론조작?
국정원 지침 따른 글 대량 올린뒤 추천조작 계정 33개 확인
'박원순시장 제압'·'반값 등록금 물타기' 등 지침 충실 이행
입력 : 2013-05-23 오후 12:20:0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대형 포털 다음(035720) ‘아고라’에서 국정원의 지침대로 여론 조작을 시도한 계정 33개가 확인돼, 국정원 직원들이 아고라에서도 조직적으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계정을 사용한 이들은 특정한 시기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인사들과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들을 조직적으로 올렸다. 또 글들이 베스트 게시판에 오를 수 있도록 유령 계정을 이용해 ‘추천’ 몰아주기를 했다.
 
특히 수상한 계정들은 이미 폭로된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사항’,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반값 등록금 운동 차단’ 등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 33개 의심계정, 게시판 도배·추천 조작
 
아이디 dmdqls****라는 계정은 2010년 8월12일 아고라에 첫글을 올렸다. 이 계정은 다음날 13일 새벽 6시50분부터 58분까지 8분 동안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반대자들을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9개나 올렸다. 꾸준히 이명박 정부를 선전하는 글을 올리던 이 계정은 9월부터 ‘자유토론’,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아고라의 모든 게시판에 똑같은 글을 '동시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작업은 혼자서 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작업이 의심된다. 이 계정은 똑같은 방식으로 2012년 5월29일까지 약 1249개의 글을 올렸다. 이 계정과 비슷한 활동을 한 계정은 이 밖에도 많다. 아이디 bang****라는 계정은 2010년 8월12일 아고라에 첫글을 올렸고, 당일 낮 12시36분부터 48분까지 12분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진보단체, 그리고 4대강 사업 반대자들을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9개 올렸다. 이후 모든 아고라 게시판에 같은 글을 동시에 올리면서, 2012년 4월23일까지 약 698개의 글을 썼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아고라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올린 계정은 31개가 더 있었다. 이들 계정은 같은 날부터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같은 날 활동을 멈춘 경우가 대다수다. 또 이들 계정은 서로 아고라 친구 맺기 시스템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거나 '유령 계정(계정은 있지만 활동을 하지 않음. 추천용으로 사용되는 계정)'들을 매개로 이어져 있다.
 
글을 올리면 서로 추천을 하거나 '유령 계정'을 이용해 추천을 한 것으로 보인다. my****' 계정이 올린 '이은결을 능가하는 마법사 박원순' 글은 조회 29건에 추천이 20건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똑같은 글을 시간차를 두고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윤곽 드러낸 4大江… 좌파의 반대론은 허구였다, 아이디 dmdqls**** 2011년 10월20일· 아이디 bratw**** 2011년 10월4일) 비슷한 활동 기간 동안 대량의 글을 단시간에 올리고 관심 연결, 추천 조작 등을 한 것을 감안하면, 33개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했을 개연성이 크다.


◇ 게시글, 국정원 문건·원장 지시 충실 수행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원의 ‘반값 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야당의 등록금 인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 원인을 야당에게 돌리는 심리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2011년 6월1일이다.
 
이때 이후 아고라에서 이 계정들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과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을 집중적으로 올렸다.(등록금 폭등은 노무현때 이루어진건데 이제와서 저러는 목적은?, 망국적 "반값등록금" 그 피해는 국민과 젊은층 등) 그 중에는 국정원 문건과 동일한 수치와 유사한 문장 구조를 가진 글도 있다.

▲국정원 문건(위)과 아고라에 올라온 글(아래)
 
국정원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에 적시된 내용도 다음 아고라 계정들에서 나타난다. 서울시장 경선 운동 기간부터 의심 계정들은 박 시장을 비난하고, 경쟁자인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치켜세웠다.(론스타 잡은 나경원과 돈 번 박원순) 선거에서 박 시장이 이긴 후에도 계정들은 박 시장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박 시장은 FTA, 등록금 등에 대한 시위를 유도한다는 주장부터(박원순 시장, 등록금 철폐 투쟁 하란 말 진심인가) 박 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박원순 시장의 아들은 공개신검에 응하라), 딸의 서울대 편입학 성적 의혹 등을 계속 제기했다.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에는 “박원순 시장의 협찬 인생 및 기업 불만 목소리를 취합해, 언론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는 등 여론으로 견제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4대강과 관련된 '원세훈 원장 지시사항' 내용도 이 아고라 계정들이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9월16일과 12월16일 4대강 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라고 지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고라 계정들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글들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국정원, 다음 아고라서도 여론조작.JPG


원 전 원장이 "한미FTA 처리문제는 여론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업무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2011년 11월에는 계정들이 FTA 지지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또 원 전 원장이 내부의 적으로 규정한 민노총, 전교조에 대해서는 꾸준히 비난글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다음 아고라에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도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해 신경민 민주당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진상조사특별위원장은 "인터넷 여론에 조직적이고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위원장은 "이런 인터넷 여론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검찰은 현재 진행중인 SNS상의 여론조작 수사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 상에서의 여론조작에 대해서도 그 실체와 배후를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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